잃어버린 연인들의 초상
엘렌 보나푸 뮈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가 사랑했던 두 세계, 벨랑주의 판화작품과 남자 빅토르.

양쪽 모두를 너무나 사랑했던 오르탕스의 운명은 어쩌면 예견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 마력으로 인간을 휘어잡는 '예술'과 '사랑' 아니던가!

 

이제껏 유채, 수채, 소묘가 아닌 회화를 알지 못했다.

판화에 무지한 독자로써 오르탕스의 인식을 지배하고 있는 판화에 대한 설명에는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었다.

오르탕스는 언제나 판화와 함께였다.

판화의 표현기법을 읽어내고 작품의 역사를 탐구했으며 벨랑주 판화를 낙찰받기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과 얘기했다. 어쩌면 오르탕스는 판화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녀에게 판화가 당연했던 것처럼 빅토르도 당연한 사랑이었다.

결혼을 했건 안 했건, 빅토르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건 안 하건...오르탕스는 의심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사랑했고 몸과 마음을 내주었다. 벨랑주의 판화 속 연인의 운명을 그대로 밟아가는 오르탕스의 현실은 예술에 대한 집착과 남성에게 갈구하는 사랑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따라가고 있었다. 판화 속 연인의 정체를 분명하게 밝혀낼수록 오르탕스의 운명도 거부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내딛고 있었던 것이다.

판화를 둘러싼 사람들의 욕심과 암투. 판화라는 낯선 예술 세계에 대한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설명, 현대의 시간을 살고 있는 오르탕스의 삶 속에 끼어든 400년 전 판화 속 연인의 사랑. 화려한 명성이 빛나는 드루오 경매까지...액자구성, 추리 기법, 뛰어난 심리묘사, 예술과 그 역사적 해석까지...이 모든 것을 하나의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가의 실력에 누구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