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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최인아 대표가 축적한 일과 삶의 인사이트
최인아 지음 / 해냄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나에게 일은 연애였다.
두근두근 설레었던 첫 데이트,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던 초기,
사랑하는 마음으로 터질 것 같았던 절정.
나와 다름에 때때로 부딪히며 아파했던 위기.
내 마음을 뒤흔들었던 오해와 갈등.
조정하고 다듬으며 서로에게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갔던 안정기까지.
때론 행복했고 때론 불행했다.
한 직장에서 17년을 일했고, 그만뒀다.
한 사람과의 오랜 연애를 끝낸 기분.
그냥 끝났다고 하기엔 그와 함께 한 내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
“저는 다른 회사가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도
제일기획에서처럼 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제게 그곳은 일터 이상이었어요.
첫 직장인 데다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배움도, 인연도, 성장도
다 그곳에서 이뤘으니까요.
회사에 대한 불만도, 애증의 갈림길에 섰던 적도 많았지만
애틋한 마음 또한 컸어요.
그건 아마도 그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었을 겁니다.”(p.86)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를 읽는 동안
작가가 다녔던 직장을, 일을,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에
많은 부분 밑줄 그으며 나의 경험을 포개었다.
“물론 두려웠습니다. 마흔 중반이 된 여자가
갈 곳을 마련해 두지 않고 무턱대고 사표를 쓰는 일은
무모해 보였죠.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만두기로 한 것은, 두렵지 않고 용기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것들보다 제 인생이 훨씬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굉장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느낌,
제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라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중략)
저는 저를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회사 밖으로 나갔을 때
제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그걸 감당해 보기로요” (p.285~286)
이제 새로운 연애를 해보려 한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너무 무모하고 위험해서 두려운,
그런데 알 수 없어서 짜릿하고,
이전과 다른 나를 발견해서 새로운.
이건 과거의 나와 내 연애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와의 인연 덕분에 지금의 인연을 만났고,
과거의 나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되었다.
직장생활의 추억을 곱씹고 되새긴다.
그때는 무식할 정도의 열심을 부린 내가
바보 같고 한심하다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그만두고 나니 역시 그러길 잘했다.
원 없이 사랑을 표현했기 때문에
헤어진 후 미련이 남지 않는 심정이랄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모든 것은 ‘때문’이 아니라 ‘덕분’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