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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 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20년 6월
평점 :
'아휴, 기운 없어서 술도 못 마시겠다..'
지독한 무더위에 요즘 나는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여름 더위에 내 몸 에너지가 쭉쭉 빠져나가는듯하다.
무더운 여름밤이면 자연스레 떠오르던 맥주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티백이 된 기분이다.
기운 없어 술을 마실 수 없으니 눈으로라도 술을 마시려고 읽은 책이다.
하루키를 따라 위스키 성지인 아일레이와 아일랜드로 떠난다.
철저히 하루키 속도에 맞춰 여행한다.
차분하고, 편안하다.
특히 내가 직접 마시지 않고서야 느낄 수 없는 위스키 향을 음악에 빌려 표현하는 대목들이 좋았다.
하루키 표현 덕에 직접 마시는 것보다 훨씬 풍성하게 위스키 향을 상상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 위스키가 격렬하게 마시고 싶어질 줄 알았는데 정작 그렇지는 않았다.
대신 이상하게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생각해 보면 여행과 위스키는 닮았다.
위스키 향은 코끝을 폭발적으로 자극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에서 느끼는 자극 역시 강렬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위스키 향이 옅어지는 것처럼, 여행에 대한 자극도 서서히 옅어진다.
자극과 향이 옅어져도 위스키와 여행이 남긴 자극과 기억은 사라지진 않는다.
그들이 남긴 잔향은 어느 날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렇게 갑자기 떠오르는 잔향을 향유하기 위해 우린 여행을 하고 위스키를 마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다 읽으면 위스키 같은 여행을 한 기분이고,
여행 같은 위스키 한잔 마신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