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성이 보여주는 현재 여성의 삶

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에세이가 주를 이루는 요즘 여성이 중심인 소설이 나온 것에 박수를 보낸다. 

1917년 어진말의 소녀 셋이 낯선 타국으로 시집을 가는 여정에 열여덟 살 소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인생의 파도를 넘어서는 그녀들의 성장에, 나 자신의 삶까지 돌아보게 되었다. 딸로 살다 여자가 되고 엄마가 되는 과정은 마치 나와 엄마의 이야기인 것처럼 무겁게 다가와 생각이 많아졌다. 

세 여인의 고된 삶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경이 묘사될때마다 그녀들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소설 속의 세 여성은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손에 물 마를 날 없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그 시절 강한 어머니들의 이야기 그리고 여기에 조국을 위한 노력까지 더해져 더욱더 몰입하게 된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낯선 땅에서의 생계를 위해 여성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는지에 대한 서사가 오늘 날에도 반복되고 있기에 더욱 공감된다.>

그리고 현재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들.

물음을 주는 책, 한 번 더 읽게 되는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

[100년 전의 역사, 현재의 이야기]

조선의 가부장적 가족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세 여성이 포와로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버들의 어머니, 홍주의 어머니, 송화의 할머니 그리고 중매쟁이 부산 아지매로 더 이상 남자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희생하는 삶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보내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길 기원했을 것이다.

‘내 딸은 더 좋은 시상에서 내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 <304p>

사시사철 뜨거운 볕에도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한 날씨 나무에 주렁주렁한 옷과 구두, 쓰레받이로 쓸어 담는 돈이 있다는 지상낙원, 현실은 일본 노동자들의 파업을 분쇄시킬 목적으로 투입되던 조선노동자들의 수가 늘어가고 그들의 정착을 위한 미국 정부의 방편으로 조선의 처자들이 하와이로 떠난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 낯선 사람들과의 삶, 고된 노동 속에서도 버티며 살아가는 이유,

"조선한테 쥐뿔 받은 기 없지만 내가 와 발 벗고 나서는가 하면 고향 떠난 우리한테는 조선이 친정 인기라, 친정이 든든해야 남이 깔보지 못한다 아이가.” <197p>

누가 떠밀지 않아도 고국의 어려움에 발을 벗고 나서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묵묵히 일하는 버들, 뭐든 도전하고 사내대장부 못지않은 홍주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었을 송화까지도 버거운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일어서고 또 일어선다. 그리고 그녀들의 딸이 바라본 그녀의들의 인생 그리고 미래.

“바다가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파도처럼 살아있는 한, 인생의 파도 역시 끊임없이 밀어닥칠 것이다.”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