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도 산하작은아이들 45
이자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 야라 코누 그림, 최혜기 옮김 / 산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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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번의 독서 경험을 가진 아이는 책에서 세상을 본 모양이다. 독자에게 책 읽는 행위를 마치 낯선 바다에 첫발을 내딛는 느낌으로 들려주기 시작한다. 아이는 모래밭에서 바닷가로, 다시 바다 깊이 헤엄치며 바다라는 세상을 마음껏 느끼는 중이다. 하지만 광활한 바다를 헤엄치고 잠수하며 다니는 것이 마냥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로의 탐험은 두렵기도 하다. 책읽는 일이 그렇다. 그런데 얼마 후 이야기 속 주인공은 독자에게 말을 걸며 대화를 시도한다. 메타픽션적 특징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사실 첫 장면의 발자국을 따라가라는 지시문장부터 이 책이 그저 흔한 픽션이기만 한 것은 아님을 독자들도 눈치챘을 것이다. 이렇게 독자와 등장인물 간의 연관성이 드러나도록 질문을 하며 진행하는 이야기는 포스트모던의 요소들을 뚜렷이 보여준다. 텍스트에 몰입하기보다 지금 책 읽는 행위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각성하게 되는 상황에 독자는 간간이 당황한다.

글 작가의 의사도 반영되었겠지만 그린 이 야라 코누가 참여한 또 다른 책 이미지-본다는 것’(2017)의 몇몇 장면에서는 상호텍스트적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감자를 송송 썰어’(2018)에서는 어린 독자들에게 책이 제시하는 조리법을 따라 참여를 요구하기도 한다. 전작과 최근작을 통해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포스트모던 문학의 특징을 실험하고 시도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 시작이 작은 파도였나 보다. 손맛의 정감이 느껴지는 디지털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짜임새를 갖추었다. 원색을 피해 톤 다운된 채색이 바다와 하늘과 모래의 뚜렷한 구분을 모호하게 보여주며 경계를 허문 지점도 포스트모던의 실험과 이어진다. 독서가 아이에게 어떤 체험이 될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어린 독자들은 책 속 주인공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바다와 같은 책 세상을 여행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독서라는 행위가 책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일이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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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의 산책 MoMA 꼬마 예술가 그림책 5
사만사 프리드만 지음, 크리스티나 피에로판 그림, 최순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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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로 활동하던 에드가 드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20세기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티나 피에로판의 동판이 드가의 일상과 화폭에 담은 순간을 잘 표현했다. 이야기는 동판 풍경그림과 함께 드가의 작품들이 교차하며 진행한다. 활기찬 거리를 내다보던 드가의 화폭엔 지나간 사건을 그리는 중인 캔버스가 보인다. 그러다 거리풍경을 내다보며 활기찬 파리의 순간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을 것이다. 떨치고 거리로 내려가 가게와 사람과 경마장과 극장을 돌아보며 생동감 넘치는 삶의 극적인 상황을 사로잡고 싶어진다. 그렇게 지나가 버리는 한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기 위해 그것을 화폭에 옮기기로 한다. 피에로판은 화면마다 드가의 모습을 담아 그가 관찰하는 거리와 사물과 인물들의 상황을 다시 관찰하듯 표현했다. 드가와 그를 사로잡은 순간을 풍경과 함께 채집한 것이다. 드가는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였지만 사실적인 그림을 더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움직이는 말이나 여인들의 모습,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60세 이후에는 사진기를 구입, 자신이 집착하던 순간의 채집을 사진으로 실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진으로 포착한 장면은 다시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다. 이후 사진의 조형적 가능성은 물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작품활동을 이어간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로 파스텔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판화와 사진을 접목하거나 청동과 천, 밀납도 그의 재료가 되었다. 피에로판의 이미지들은 드가도 시도했던 동판화 작업에 채색을 덧입힌 작업이다. 모마의 큐레이터로부터 듣는 이야기와 드가를 향한 존경을 담은 일러스트가 절묘하다. 이 두 사람은 200년의 시간을 넘어 근대도시를 탐색하는 산책길에 독자를 초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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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드린 르벨 지음, 하정희 옮김 / 생각의집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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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물론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익숙한 소재와 낯선 소재가 만나 제안하는 사건과 그것에 대처하는 방식은 지금의 상황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반려견과의 동거는 이미 익숙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류의 일상을 함께 할 생활 로봇의 활약 역시 예측 가능한 미래다. 8살 줄리에겐 3년 전 돌아가신 엄마 대신 일상의 많은 불편함을 해결해주고 친구도 되어주는 로봇 고미가 있다. 하지만 줄리는 심장이 뛰는 강아지가 갖고 싶다. 줄리의 마음을 알고 있는 친구들이 강아지를 생일 선물로 준다. 줄리는 모든 걸 다 가진 듯 기뻤지만 그 강아지를 모두가 반기는 건 아니었다.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단번에 빼앗긴 로봇 고미는 강아지 주드를 쫓아내기 위한 작전을 쉼없이 시도한다. 머리말에서 밝힌 작가의 의도는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어떤 존재이며 함께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였다. 하지만 좀 더 나아가 인류의 반려가 되어줄 로봇이라는 존재를 함께 등장시키면서 진부함을 벗어나고자 했다. 어쩌면 반려의 진정한 의미를 다각도로 숙고해볼 수 있도록 그런 요소들을 배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방식의 반려가 되어 사람들이 행복하도록 일상의 불편함을 신속히 처리하는 생활 로봇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존재다. 인간의 행동이나 말에 반응하고 분석하며 판단한 내용을 적절히 전달하는 로봇은 이미 현실화되어 일상에서 만날 수가 있다.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나 인간의 감정에 반응하는 로봇은 2014년에 만들어져 상용화를 앞당겼다. 로봇을 매개로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장이 뛰는 생명을 가진 존재 이상으로 인류의 삶에 스며들 로봇의 출현이 먼 미래가 아님은 확실하다. 그것이 모두에게 행복을 줄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작가가 제안하는 미래는 인류와 로봇의 평화로운 공존인 것 같다. 창조적 상상력과 유머가 넘치는 그림과 스토리는 그림책에서 읽기 책으로 건너가는 다리 역할을 충분히 해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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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주드!
상드린 르벨 지음, 하정희 옮김 / 생각의집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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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반려동물과 생활로봇은 공존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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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의 강아지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39
안톤 판 헤르트브뤼헌 그림, 에드바르트 판 드 판델 글 / 지양어린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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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헤어지고 엄마와 사는 니노는 상실감으로 위축되고 고립된 상태로 보인다. 혼자인 니노 곁을 따르는 존재는 안보이는 강아지다. 처음부터 니노에게 강아지는 없었다. 하지만 어떤 종보다 활달한 강아지(슈나우저)처럼 행복에 대한 갈증과 열망이 있었을 것이다. 니노에게만 보이는 강아지는 니노의 욕망을 실현하는 또다른 자아일 것이다. 웅크린 니노 곁에서 적극적이며 진취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까닭이다. 강아지는 적극적으로 위로하는 존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늦은 밤 니노가 흘리는 눈물도 기꺼이 핥아준다. 그러다 진짜 강아지가 배달되어 오자 안보이는 강아지는 사라진다. 강아지와 거리를 두고 앉은 니노는 아픈 현실로 돌아와 주저하고 웅크리며 머뭇거린다. 이 강아지는 니노 마음처럼 움직이는 아이도 아니었다. 니노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전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짐작하기도 어려울만큼 너무 멀리 있다. 항공사 유니폼을 입은 아빠를 그리는 니노의 마음은 집안팎에 등장하는 비행기들로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을 옭죄는 감정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심정은 온통 날아다니는 새들로 대변된다. 속표지의 니노가 그린 그림 속 강아지로부터 빠져나와 떠나가는 새를 바라보는 안보이는 강아지는 어쩌면 니노 자신인지도 모른다. 니노에게서, 독자로부터 등을 돌린 채 하늘을 올려다 보는 엄마 역시 치유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새장 안에 갇힌 새 한 마리가 엄마를 설명한다. 간단하지만 호소력 강한 스토리가 니노의 상황을 명징하게 보여주었다. 글쓴이가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이토록 면밀히 관찰한 결과일 것이다. 빛을 등지며 황량하고 거친 풍경이 니노의 고립감을 극대화했다. 어둡고 소박한 컬러 역시 슬픈 시간을 지나고 있는 아이의 상태를 잘 설명한다. 거침없이 내지르는 펜 선 역시 아이 내면의 폭풍과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니노에게는 진짜 강아지와 마음의 거리를 좁혀갈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는 동안 아직 만나지 못한 상상의 동물들을 주변으로부터 다시 불러내겠지만 한 마리가 아니라 온 집안을 다 채울 만큼이라 왠지 안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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