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가 나를 부를 때
수잔 휴즈 지음, 캐리 소코체프 그림, 김마이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젖다 Wet》 《차가운 발을 위한 해결책 Solution for Cold Feet그리고 우리의 작은 문제들 Other Little Problems. 캐리 소코체프가 만든 책들은 제목만으로도 비범하게 느껴진다. 물론 아직 미번역본들이며 번역본은 딱 한 권 ‘B가 나를 부를 때뿐이다. 제목은 독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특히 부름을 받는다는 말의 의미는 아주 복합적이어서 원제목 What Happens Next를 살렸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창백한 푸른색과 노란색 톤이 대비되는데 배경 전체에 회색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쓸쓸한 기분이 든다. 괴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아이의 고립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만 어느 쪽도 아닌 중립적인 흰색이 제목이 된 원서에 비해 주인공의 색인 파랑을 짙게 인쇄한 번역본은 왠지 결론을 다 알아버린 듯한 찜찜함이 있다. 실제 제목도, 제목 컬러도 달라진 상황에서 독자는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술 방법은 대본을 쓰는 것과 같이 매우 도식적으로 객관화했다. 조금이라도 감정이입이 덜 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혹은 같은 상황의 독자가 읽을 때 어느 정도의 거리감으로 각자의 상황을 대입해볼 수 있는 형식일 수도 있다.

따돌림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히 있다. 그 양쪽 입장의 논리 또한 분명하다. 아니 분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당한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학교 안에서 일어난 따돌림에 대해 두 입장을 함께 조망하고 문제의 핵심을 각자 깨닫게 만드는 이야기다. B가 주인공을 괴롭히는 이유는 그저 이상하다는 것이 전부다. 딱히 논리는 없었던 거다. 다행히 거기에 대응할 는 학교에 가기 싫을 정도로 괴롭지만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한 아이다. 게다가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진 모든 사람이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며 흙과 물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완벽히 달라진 건 아니어도 이니셜이 아닌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이가 된 것만으로도 이미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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