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 이것 -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담은 60편의 짧은 이야기
존 그레고리 외 엮음, 홍승원 옮김 / 동네스케치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60년이 넘도록 사랑받는 라디오 쇼가 있다. 1950년대 초, CBS의 기자 에드워드 머로는각게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철학과 신념에 관한 에세이를 발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리고 사연을 보낸 이들은 직접 라디오에 출현해 에세이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점점 그 속에 담긴 의지와 신념, 나눔과 사랑의 고백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60년이 넘는 지금까지고 NPR에서 열렬한 참여 속에 이어지는 이 쇼. 이 쇼의 이름은 <내가 믿는 이것>이다.

책으로 한국에 출간된 <내가 믿는 이것>에는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담은 60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 에세이와 다양한 저자들의 프로필 몇 개를 간추려 독후감을 써내려가고자 한다.

첫 단원 "우리 같이 걸어볼까요?"에서 기억에 남았던 에세이는 <가장 좋은 약>이었다. 이번 에세이는 알리샤 M.코닐이라는 전직 의사, 현재 의대 임상 부교수로 재직 중인 여성이 쓴 글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가 말하고 나서 평균 18초가 흐르면 의사들이 말을 끊고 끼어든다고 한다. 누구나 병원에 가 본적이 있으면 이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나 역시 특히 병원에 많이 갔기 때문에, 내 말을 끊는 의사들의 태도에 진절머리가 났을 정도다. 그런데 이 의사도 그런 흔한 보통 의사들 중 한 명이었나 보다. 어느 일요일, 자신의 환자들 중 하나를 통해 "그녀는 단지 내가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랐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고 당황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환자의 입장이 되었다. 이제 그녀가 믿는 것은 '경청이 가장 강력한 약'이라는 것이다. 진짜 육체적인 의사가 아니라도,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치유가 마음 속으로 일어나게 하는 힘. 경청은 육체적으로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강력한 약이다.

두 번째는 "일으켜 세워주는 손"이다. 이 편에서 <우체국이 어딘지 알려주시겠어요?>라는 에세이였다. 이 에세이는 나의 색안경을 벗어내는 걸 다시 한 번 도와주었다. 어느 날, 휠체어에 앉아 손을 내미는 여성에게 당연하게 동전을 올려준 펠리페 모랄레스. 그런데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돈을 달라는 게 아니에요. 전 단지 우체국에 가고 싶은 것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그는 그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았다고 한다. 순전히 편견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걸, 머리는 알고 있는데도 무의식 속에서 여전히 색안경은 존재하나보다. 이 일로 펠리페는 "언제나 눈과 마음을 열고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언젠가 나에게 누군가 손을 내민다면, 담담히 나는 그 손을 잡아 줄 수 있을까?

<내가 믿는 이것>의 끝부분에는 에세이 편지지가 있다. 이 편지지에 글을 써서 출판사로 보내달라고 한다. 문득 분홍색의 따뜻한 편지지에 <내가 믿는 이것>이라는 제목을 크게 써내려가고 싶어졌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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