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별의 씨앗 - 김종일 단편소설집
김종일 지음 / 어문학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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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별의 씨앗>의 무려 열두 편이나 되는 단편소설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죽은 누나를 그리워하는 아이, 곁을 떠나간 엄마를 그리며 매일 기차역으로 나가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 행복한 가정에서 여행을 떠나며 가족과 즐거운 추억을 쌓는 아이... 우리 주위의 많은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작고 큰 세상이야기들. <그리운 별의 씨앗>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첫 장을 펼치자 이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그리운 별의 씨앗>이 나왔다. <그리운 별의 씨앗>은 여름방학 때 아빠가 일하는 유화도라는 섬에서 '나'와 동생이 함께 가고, 멋진 바다를 기대했던 '나'의 바램과는 달리 장애아들이 생활하는 '박애원'으로 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한 남매의 이야기다. <그리운 별의 씨앗>을 읽고나자 내가 1학기 때 했던 봉사활동이 생각났다. 20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물이 튀고 냄새가 나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시장에서 뛰어다니며 도매상인 분들께 나눔가게를 알리려고 했던 일. 사실 모든 여학생들이 그렇듯, 나도 예쁜 유치원이나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전단지를 나누고 이야기하는 봉사활동 밖에 하지 못하게 되어 내심 섭섭했었다. 주인공 미애와 동생 혁이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 같다. 억지로 박애원에 가서 놀아주고, 먹여주고 하는 봉사활동이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았을 텐데. 왠지 모르게 미애와 혁이의 마음이 이해되는 듯 했다. 그리고 끝내 애란이와 미애가 헤어지며 '파란 하늘이 내 마음 한가득 들어왔다'는 미애의 독백을 듣고서, <그리운 별의 씨앗>이라는 제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 해 봤다. 파란 하늘은 박애원, 별은 애란이라면? 씨앗은 아마 그리움을 뜻하겠지. 그렇게 박애원에서 애란이와 미애의 소중한 만남은 끝이 났다.

단편 소설들 중 눈에 띈 또 하나의 이야기는 <순덕이 누나 이야기>라는 제목의 소설이었다. 순덕이누나는 이름처럼 순하고 착했다. 그런데 어릴 적 뇌염의 후유증으로 말도 모하고 생각도 모자란, '장애인'이 되어 버렸다. 내 주위에도 다운증후군이 있는 친구들이 가끔 보이는데, 그런 사람이 우리 학교 어느 반의 내가 이름만 들어본 친구가 아니라, 내 자매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밥값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키는 논밭일을 하며 품삯을 받으며 살았던 순덕이 누나. 그런데 어느 날 밥상에서, 아버지가 갑자기 순덕이가 스웨터를 훔쳤다는 추궁을 한다. 그런데 이내 아빠 말을 듣고 순덕이를 다그치는 엄마에게 항상 매를 피하여 도망가지도 않고 고스란히 매를 맞던 순덕이가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다면 용서해 달라고 말을 더듬으며 싹싹 용서를 빈다. 정말 순덕이는 스에터를 훔쳤던 걸까? 화자는 아닐 거라고 하지만, 나는 왠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순덕이가 훔쳤을 것만 같다. 그래도 모진 매를 맞고 흐느껴 우는 순덕이를 보며 마룻바닥에 누워 코를 골며 자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시골에서 '덜떨어진 아이'라고만 취급받으며 세상의 색안경 속에서 죽어간 순덕이. 순덕이가 죽은 후 순덕이를 추억하며 창수가 부른 노래는, 아마 순덕이가 세상에게 바란 마지막 소원이 아니었을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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