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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문학동네 시인선 130
박시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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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참 재미있다. 시인들의 언어를 통해 느끼는 세상은 살고 있음에도 일상을 새롭게 한다. <죽은 새>와 <물고기>라는 시를 읽으며 시인이 비거니즘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읽는 이로 하여금 각자가 추구하는 방향대로 흘러가기 마련인가 보다. <죽은 새>를 읽으며 한 달 전에 있었던 새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유리창에 얼굴을 박고 죽어버린 작은 생명.

˝인간이 미안해˝

라며 무게를 담은 말 한마디와 함께 핑계와 새를 함께 묻어주었던 기억. 절친하고도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였는데, 그 자그마한 아이가 피로 떡져서 떼어낼 수가 없는 그 처참하고도 착잡한 마음에 있는대로 꽃을 뜯어왔다.

비로소 나는구나. 너는. 아니, 그곳에서도 날 수 있는걸까?

날아갔다고 믿기로 했다.
날아간 그곳에서는 네가 펼치지 못할 날갯짓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를.

너보다 나은 것 하나 없는 인간이 참 미안하다.
지난 날의 과오와 지금의 죄를 회상하게 해 준 고마운 시.

새를 향한 묵념.
묻어주자는 말을 먼저 꺼내준 내 소중한 친구의 반성에 존경을.

<죽은 새>

흰옷을 입은 음악

죽음이 준 꿈

잘린 깃털

검은 물

피 흐르는 얼굴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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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적인 여성혐오에 제기되어온 온갖 성숙한 비판에 꿈꺽도 하지않던 이들이 똑같은 원색적 혐오발언을 하자 겨우 반응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 일차원적이고 유치하여 할 말을 잃었습니다. 설마 이걸 이렇게 해석하겠어?‘로 시작했는데 현실은 늘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그들은 분명 유치한 수단에만 반응을 보였고, 고작 남성들의 언사를 그대로 모방한 이 혐오발언에 언짢아합니다. 뭐에 그렇게 기분이 나쁜 걸까요? 누군가 감히 자신을놀린 것? 여성혐오발언을 한 건 자신이 아닌데 자기까지난데없이 혐오당한 것? 그렇다면 그는 왜 여성혐오를 목격하던 여느 때처럼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지 못할까요, 겨우 놀림일 뿐인데요? 여성혐오는 그냥 무시해도 되는 사 - P114

이것을 손쉽게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것이라고 동일시하면서 그렇게 똑같이 혐오로 맞대응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려면, 남성혐오가 생겨나기 이전에 그토록 만연했던 여성혐오에 대한 비판과 제재가 있어야 했고,
그것을 재밌다고 소비하거나 묵인 혹은 방관하는 이들에대한 비난이 있어야 했고, 남성혐오 직전까지 여성들이 수없이 제기해온 온건하고 지적인 비판에 반응을 했어야 합니다. 여성이 더 나은 수를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남성이 ‘저급하고 의미 없는 수‘에만 반응한 겁니다. 이런 이야기는 이미 여러 저명한 이들이 백 번 천 번 명확하게 말했으니 저는 그저 다시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남성혐오가 왜싫습니까?
- P113

어차피 그러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억압받는 쪽이 억압하는 쪽의 마음에 드는 방식을 취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 한, 과격해지면 안 된다는 압박에는 굴하지 않아도 됩니다. 베인이 흑인들이 느끼는 부당함을 이해한 뒤, 시이좋게 토론을 통해 불평등을 바로잡았더라면 좋있을 겁니다. 일본인이 3.1운동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격려해주었다면 좋았겠지요. 

하지만 이런 이상적 화합의 방식으로 평등을 일군 예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불평등이 없었을 겁니다. 아이슬란드는 여성이 거리를점기한 뒤 성평등지수 세계 1위 국가가 되었고, 서프러제운동은 과격했으나 투표권을 얻어냈습니다. 페멘‘만 검색해보아도 무지막지합니다. 이것을 과격함을 택한 여성의 탓으로 또 돌려서는 안 됩니다. 과격하게 하기 전에 억압을 멈추지 않은 쪽에 문제의 책임이 돌아가야 합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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