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소설 (최신 개정판)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최신개정판)
김미영.서덕희 엮음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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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바뀌었다. 올해 중1, 그러니까 내년에 중2가 되는 아이들은 계속 새 책으로 공부하게 된다. 2025 새로바뀐 중1 교과서에는 아이들 취향에 맞는 청소년 소설들, 젊은 작가들의 신작 소설들이 많이 추가된 것이 새로웠는데, 내년에는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궁금했다. 교과서들이 나오기도 전에, 창비에서 <국어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소설> 책을 발빠르게 출간해서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지금까지 절대 빠진 적 없고 앞으로도 빠질 리 없는 <양반전>, 시점 공부할 때 항상 등장하는 <사랑손님과 어머니> 등 익숙한 작품들이 먼저 보인다. 알퐁스 도데의 <코르니유 영감님의 비밀>과 성석제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도 기존 교과서에 실린 적 있는 작품이다.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은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성석제 작가의 작품이니만큼 이야기 전개방식도 흥미진진했다. 주인공 캐릭터도 단순히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아이’라 나오는 게 아니라, 아빠와 아빠 친구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입체성과 설득력을 부여받고 있다. 주제가 교훈적인 문장으로 간결하게 뽑히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을 읽은 뒤에는 자기 생각을 말하고 발전시키는 시간을 꼭 가져보면 좋겠다. 인생에서 결정적 순간에 대해 말해보기도 하고, 삶을 살아가는 기본적 태도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단계별로 질문을 직접 뽑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웬만해선 죽지 않아>는 축구공 만한 슈퍼달팽이를 둘러싸고, 그걸 먹어 오래 살려는 사람들 모습을 아이의 눈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또 체홉의 <카멜레온>은 개가 사람을 문 사건을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경찰서장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한 단편이다. 서장은 처음에 개를 죽이고 주인놈에게 벌금을 부과한다는 결정을 내리려 하지만, 그 개가 지갈로프 장군 댁의 개 같아는 소리를 듣자 갑자기 피해자를 나무란다. 사람들이 그 개가 장군님 개인지 떠돌이 개인지 장군님 형님 개인지 이런저런 추리를 하는 동안, 외투를 입었다 땀을 흘렸다 하면서 계속 말바꾸기를 하는 주인공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나온다. 두 작품 다 쉽게 읽힌다.

<창가 앞에서 두 번째 자리>는 학교에서 가해지는 체벌과 차별, 따돌림에 관한 이야기인데, 읽고 나서 이 소설은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작품이 아님을 알았다. 작품들을 엮은 출판사에서 유일하게 교과서 밖 작품을 하나 끼워넣은 것이다. 학교 교사의 폭력와 따돌림, 다소 기이하고 모호한 열린 결말도 그렇고 교과서 수록작은 뻔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준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뭔가 섭섭하다. 궁금증이 폭발하는 반전에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건만.

이 작품을 끼워넣은 건 출판사 측의 의미 있는 시도라 해야 하겠지만, 왜 갑자기 이 작품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작품 수를 보건대 수록되지 않은 다른 작품도 있었을 듯한데. 그리고 창비교육에서 나온 <국어 한권: 중2 문학>이란 책과 이 책의 차별성은 뭔지도 궁금하다.

예전부터 교과서라는 건 그 어떤 재밌는 작품도 지겹고 따분하게 고정시켜버리는 놀라운 존재였기에, 어떤 작가들은 본인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걸 거부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새로 개정된 교과서들은 감탄 나올만큼 예쁜 표지와 삽화들, 작품 선정부터 서술방식까지,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시도를 하는 듯하다. 새로운 작품들을 다루려면 교육방식과 시험방식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오지선다형 시험 대비보다는 토의와 토론, 글쓰기를 많이 하는 국어시간이 되면 좋겠다.

이 작품집에 대한 이야기로 마치려고 한다. 중학생 아이들 독서논술 수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여기저기 작품들을 찾으러 헤매다닐 필요 없이 한 권이면 끝난다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발빠른 출간, 잘 읽히는 서체, 부담 없는 두께, 작품 들어가기 전에 운을 띄우는 짧은 질문들, 작품 뒤편에 붙어 있는 내용확인 질문과 심화질문들, 책 맨뒤에 이 작품이 어느어느 교과서에 실려 있는지 안내까지, 이보다 친절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출판사 교과서에는 뭐가 실렸는지 궁금한 예비중2들(과연 궁금해할까...), 교과서에서 만나기 전에 작품 전문을 1~2년 일찍 만나고픈 예비중학생들, 요즘 아이들은 뭘 배우는지 궁금한 부모님들에게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나서 쓴 글입니다. 어차피 사려고 했던 책이라서 다른 시리즈들은 다 구매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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