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 - 피라미드부터 마인크래프트까지 인류가 만든 사회
허먼 나룰라 지음, 정수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시대를 지나오며, 우리의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였고 그로인하여 세계가 좁아졌고,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직접적인 만남 없이도 가능할 수 있는지를 처음 체험하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비대면 세계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세계안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가치들이 움직일 수 있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던 와중에 낯선 용어였던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만나게 되고, 여전히 대략적인 이미지는 알겠으나 정확한 정의를 모르겠던 메타버스와 관련한 가상세계가 하나의 수수께끼처럼 나를 감쌌다.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미래 사회,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단어, 가상 세계. 아는 것이 없어 뜬구름만 잡는 것 같은 나는 허먼 나룰라의 <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책을 만났다.

세계적인 메타버스 기업 임프라버블의 설립자인 허먼 나룰라는 가상 세계가 우리의 사고방식과 여가,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의 표지에 그려져 있는 피라미드, 파라오가 VR안경을 쓰고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가상세계가 인간을 인간이게끔 만들던 요소들, 즉 자기 결정성,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의 욕구를 어떠한 형식으로 채워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책은 가상세계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될지에 대해 차근차근 안내해 준다. 수천년 동안 인류는 끊임없이 다른 세계를 만들어왔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한 기발한 방법으로 가상세계는 존재해 왔다. 그 세계를 만든 이유는 더 행복한 삶을 위해서였다. 이런 행위, 즉 다른 세계를 만들고 믿는 과정은 사회가 원활히 돌아가는데 필요하기도 하다. (1장)

그러나,산업 시대에는 인간의 존재 이유가 생산성이라 여겨질 만큼, 개인을 버려둔 사회의 번영이 핵심이 되었다. 생산성의 최우선인 사회에서 존재 의미를 잃어버린 인간의 심리적 위기는 커지고, 인간의 내적 생활의 중요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내적 만족을 향한 개인의 욕구는 사람들을 디지털 게임과 가상 세계로 향하게 했다.(2장)

결국, 더 좋은 경험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가상세계는 자기 결정성과 심적 만족의 통로가 된다. 또한, 가상세계에서는 물건아 아닌 경험이 통용될 것인데, 더 좋은 경험을 위한 자율성과 유능감, 유대감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삶이 결국 보람 있는 삶이 될 것이다. 유용한 경험은 내적 만족감을 생성한다. 유익한 가상 경험은 우리의 내면에 실제 경험만큼, 또는 그 이상의 큰 영향을 줄 수 있다.(3장)

바람직한 메타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상 세계가 얼마나 복잡한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책에서는 유효한 복잡성(useful complexity)과 1초당 상호 작용 횟수(COPS)를 통해 가상 현실의 번지르르한 말과 달리 궁극적으로 현재 구현할 수 있는 복잡성의 수준과 향후 미래의 가상 세계에서 필요한 복잡성의 수준을 구별할 수 있게 돕고 있다. (4장)

인간의 상상력과 독창물의 산물이었던 메타버스는 현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재탄생 하였고, 사회적인 성격을 띠며 실재하고 있다. 그렇듯, 메타버스는 '우리의 현실 세계와 교차점이 많은 다른 세계'<p.163>이다. (5장)

바람직한 메타버스 건설을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작업은 실제 가상 세계를 구현, 유지,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인프라 구축 후, 메타버스의 내용을 채우고, 창작물에 관한 다양한 고민과 경험의 발전이 이슈로 뒤따를 것이다. 콘텐츠만큼 서비스도 중요해 진다. "메타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구조물을 세우는 엔지니어가 아닌 생태계를 가꾸고 보살피는 정원사"<p.182>가 되어야 한다. 책에서는대기업형메타버스, 탈중앙형 메타버스, 교환형 메타버스를 다루고 비교한다. (6장)

메타버스는 우리 사회를 생산 경제에서 보람경제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흥미롭다. 개인의 보람을 극대화하는 건실한 가상 경제, 바람직한 메타버스에서는 인간적이고 창의적인 직업이 늘어날 것이다. 인간이 지닌 잠재력을 발휘하고, 창의력을 활용하는 점이 현재를 살아가는 나를 현혹하는데...실제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가상 세계의 규모, 복잡성이 커져 수요가 늘수록 가상 직업지 정식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기도 하고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 (7장)

디지털 공공재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장악한 전체 사용자 데이터'<p,249>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원이다. 이는 미래 가상 사회를 지을 재료이기도 하다. 이 데이터에 누가 접근하고 어떻게 관리하고 민간기업이 수익을 내는데 이용할 수 있는지, 공익에 활용할지 정부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8장)

포스트 휴먼의 시대, 컴퓨터와의 공생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책은 말한다. 기술이 충분히 무르익어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를 넘어서게 되면, 우리 사회는 언어,맬락,시간,현실에 세분화 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시대는 인간을 하나로 만들던 맥락이 갈리고, 분화된 종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9장)

플라톤의 동굴 이야기에 비유한 메타버스 이야기, 우리의 현재 경험이 얼마나 협소한지 미처 몰랐다고 회고할 미래의 어느날, 우리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경험으로 우리는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에 대해 어떠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될까? 어렴풋하게만 다가오던 메타버스를 향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탄탄한 역사적, 현실적 맥락을 통해 미래를 향해 열리는 기분이다. 결국, 메타버스를 향한 본질은 인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미래의 시대를 향해 열린 마음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플라톤의 동굴안에 머물며, 이 세계가 나의 전부다 외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에 말이다.

*미자모 서평단으로 책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하고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