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 아빠와 딸, 두 사람의 인생을 바꾼 베이킹 이야기
키티 테이트.앨 테이트 지음, 이리나 옮김 / 윌북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키우며 만나는 세상은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상상하곤 했다. 온정이 넘치는 마을.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함께 공유하여도 안전한 마을. 어린 시절, 우리 동네가 그러하였듯 골목 골목 정이 넘치고 보살핌이 있었던 마을을...

그러나, 내가 사는 곳이 신도시라는 지역이어서인지 지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시기가 21세기여서인지, 아니면 나의 기대가 과해서였는지, 팬데믹이라는 특정한 시기를 관통해서인지,무엇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인과의 접촉과 시선이 사뭇 다른 현대사회에서 적잖은 환멸을 느낄 즈음, 이 책을 만났다.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는 딸과 아버지가 함께 쓴 에세이다. 에세이라함은 실화에 기반하는 법. 그렇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울린다. 어느날 갑자기 딸 키티에게 닥친 우울증과 공황장애, 그리고 마음이 아픈 딸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온 가족의 안간힘과 사랑이 담겨있다.

아버지 앨은 아내를 대신하여 직장을 그만두고 딸 과 함께 빵을 굽는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안에는 또 하나의 사랑의 주체인 공동체, 연대가 존재하였다. 어쩌면 이는 내가 그토록이나 원하던 유토피아, 온정이 있는 지역사회를 만나 여행할 수 있었다.


일상을 잃고도 품위와 우아함을 잃지 않으며 사랑과 진심을 다해 하루를 대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또한 정규 학습에서 멀어지는 딸을 이해하고 기다려 줄 수 있는 부모의 모습에서 딸을 향한 신뢰와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은 오직 자신의 것. 두번 찾아오지 않는 인생을 살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진다.

"이제는 키티가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게 잘 풀리기를 바라기로 했다." <p.123>

심한 아픔을 겪은 딸, 평범한 길을 고집하며 다시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뭉클하다.


부녀가 굽는 빵 이야기를 따라가며 고마운 사람들을 보게 된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도움을 아낌 없이 주는 사람들, 냉장고와 오븐을 이들을 위해 열어주고, 제빵기술을 알려주고, 정규교육을 받지 않는 키티를 위해 집으로까지 와서 궁금한 것을 이야기해주는 사람들, 가족이 아닌 타인들이 이토록이나 따뜻할 수 있는 것인가?

실로 친절로 무장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의 정의를 다시금 쓰게 된다. 누군가에게 품을 내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는지 책 속의 이야기들이 잔잔히 알려준다. 마치, 오븐 속에서 조금씩 부풀어오르며 변신을 꿈꾸는 반죽된 빵처럼, 타인의 온정이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일으킬 힘이 된다는 것은 실로 큰 위로다.


아버지 앨이 키티가 쉬지 못해 지쳐 낙담하는 과정에서 아내가 해준 조언은 인상적이다.

"키티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에 참가한 레이싱 선수고 우리는 키티의 정비 담당자다. 만약 키티가 너무 빨리 달리다 트랙에서 탈선하면 그건 키티의 책임이다. 우리는 차가 잘 달릴 수 있게 도움을 줄 뿐, 핸들을 잡은 건 키티다 ."<p.166>

죄책감에 빠지지 않게 앞으로의 문제를 실용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내, 딸 아이를 위하여 자신의 삶을 내어주고 새로운 길을 나아가는 아빠, 이 두 부부의 노력에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하다.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딸이 가진 아빠에 대한 신뢰가 느껴진다.

"아빠는 거꾸로 된 백조다. 다리는 수면에서 첨벙거리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모든 일이 조용히 착착 진행된다." <p, 90>

아픈 딸을 보살피며 "다시금" 삶을 살아내는 이들의 모습에서 갓 나온 빵의 온기처럼 따스함을 느낀다.


"태어나 처음으로 온전히 일부가 되고 싶은 세상을 만났다. 그곳에서는 내 불안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p.54>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는 것, 그리고 그 재능을 집중하여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주는 힘은 위대했다. 자신 안의 잠재된 창의력을 꺼내 쓰며 펼쳐보일 수 있는 환경이 다시 살 수 있는 힘을 줌은 분명하다.

"오렌지베이커리는 내 머리를 진정시키고 마음을 안심시키는 장소다. 나는 이곳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 정말 행복한 곳이었다." <오렌지 메이커리, p.111>

부모로서 나는 생각한다. 우리 집이 우리 아이들에게 오렌지베이커리 같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사는 것이 두려워질 때, 마음 먹은대로 만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잠시나마 불안하지 않고 행복한 공간이 존재한다면, 희망의 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아이들에게는 과연, 그런 공간이 존재하는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오븐에서 갓 나온 적갈색 마호가니 같은 껍질이 아침 햇살을 받아 일렁인다. 속은 쫄깃쫄깃하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촉촉하다." <p.37>

책 속에는 기발하게 묘사된 빵들이 나온다. 책을 읽으며 나는 글자로 쓰여진 빵의 모양과 맛을 상상하느라 바빴다. 책 뒤에는 레시피가 가득 담겨있는데 생소한 빵 이름, 실제 사진과 더불어 맛있게 먹는 법과 빵의 탄생배경 및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다. 누군가를 다시 살아가게 해 준 빵들을 바라보며 희망을 품는다. 이런 빵을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미자모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위로를주는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윌북

#키티테이트

#앨테이트

#베이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