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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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소설가 최민석

: 이 세상의 모든 프로 고미니우스들에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짜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계획 마니아이기 때문에 (그에 비해 실행 마니아는 되지 못한 편이다) 여러 인생계획들을 세워 놓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내가 하고 싶고, 해야할 일들을 목록화하여 적어두는 것을 좋아한다. 책 속 비유를 빌려와 이야기하자면, ‘라는 소설책에서 나는 이미 소설의 플롯을 구성해온 셈이다. 이제 졸업을 앞둔 나에게는 앞으로 채워 나가야 할 남은 계획들도 많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대학생활동안 세워온 큼지막한 계획들은 대부분 이루어 온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내가 늘 만족하면서 살았을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이 잘 실행되어 왔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주변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일을 엄청난 고민들과 (쓸데없는) 걱정들로 채우며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의 계획 실행 현황표에는 돌이켜 보면이라는 전제가 붙었다. 실은 나의 계획들 중 대부분은 제 때에 실행된 것이 거의 없다. 사실 휴학은 2학년을 마치고 하고 싶었는데 학생회라는 좋은 인연이 닿아서 일 년을 미루고 되었고, 휴학을 하고 나서는 그 해 1~3월에 방송아카데미에 다니려고 했으나... 1월 초에 학교에서 해외현지조사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아카데미는 다음 기수인 4~6월에 다니는 것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그밖에도 나는 이렇게 수정된 계획들 속에서 내가 값진 경험을 했고,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다고 확신한다. 다만 그동안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건, 계획을 실행함에 있어 혹여 를 놓치지는 않을까 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큰 틀의 계획만 세워두고 작은 계획들은 나의 속도에 맞춰서 실행하면 되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니' 그랬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재경은 삶에 대한 불안함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으로 이겨냈다고 한다. ‘오늘이 모이면 멋진 미래가 돼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맞는 말이다.

열심히 살다보면 내가 그토록 걱정하고 고민했던 적당한 때가 오지 않을까. 그 시기를 무심코 스쳐 보내기 않기 위해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다. 나에게 현재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다보면 그 하루 하루가 모여 멋진 미래의 내가 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때가 있었다. 당장 내게 쥐어진 내일을 어떻게 보낼지조차 모르겠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아무도 내게 기대하고 있지 않는데 보이지 않는 중압감이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아서 숨이 막혔다. 아무도 내게 그러라 하지 않았는데도 혼자만의 감정에 휩싸여 걱정과 고민의 시간을 보내던, 그런 날들이 있었다. 걱정과 고민의 시간으로 새벽을 보내고 나면 언제나 창문 틈 사이로 동이 터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고민의 시간들이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간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것이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지 간에 말이다.

 

써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오직 써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고민과 소설가>, 최민석, p243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이 나는 요즘이다. 익숙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르는 시점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하고 싶지만 늘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들을 늘어놓고 있지만, 그래도 한 걸음을 내딛어 보려 한다. 써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법이니까.

 

 

플롯을 완벽하게 짜진 않았지만, 살아가며 매번 플롯을 수정하며 삶을 써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뒷걸음질 치지 마시길. 매번 수정할지라도 삶을 마주해 꾸준히 써나가길.

<고민과 소설가>, 최민석,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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