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 어떤 환각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르난도페소아의 <불안의서>와 안토니오타부키의 <레퀴엠>을 어쩌다 보니 번갈아가며 읽었다. 읽으면서 리스본을 타부키와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작년에 다녀왔던 리스본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이 소설은 친절하지 않다. 작가의 정말 개인적인 애도의 글을 보는 것처럼 중간중간 애틋하지만, 소설의 흐름은 페소아를 알지 않고는 따라가기 쉽지 않은 책이다. 페소아를 위한 그의 수많은 이명들을 위한 글이기 때문에..

 

"나는 침대 위에 누우며 말했다. 실례지만, 이 침대에 잠깐 누워봐야 해요, 이별을 하는 거죠, 이 침대에 마지막으로 노워 보는 게 될 겁니다. 등대지기 아내는 침대에 누운 나를 보더니 가만히 방에서 나갔다. 나느 하늘을 바라보았다. 정말 이상했다. 어렸을 때는 그 푸름이 내 것이라고, 나에게 속한 것이라고, 언제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그 푸름은, 마치 환각처럼, 과장되고 멀리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에 느껴지는 페소아를 향한 마음들이,

실제로 타부키가 리스본을 여행하면서 페소아를 향해 바친 글이라는 것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다. 타부키가 페소아에게 절절하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그래서 마치 책에서 그가 페소아를 만난 것처럼

 

"저는 당신이 실제로 모든 것을 느낌으로 대했다고 확신했어요, 당신은 평범한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낀다고 늘 생각했고요, 당신의 신비로운 힘을 믿었어요, 당신은 마술사에요, 바로 그 때문에 제가 당신을 찾아온 거고 오늘과 같은 하루를 보낸 겁니다. 오늘 하루 보내신 것에 대해 만족하세요?, 그가물었다. 설명을 잘 못하겠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더 평온하고 가벼워진 것 같아요. 당신이 필요했던 건 바로 그겁니다, 그가 말했다. 당신께 정말 감사드려요, 내가 말했다"

 

이 말이 나는 타부키가 페소아에게 왜 얼마나 좋아했는지 느낄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페소아의 불안의 서랑 같이 읽으면 페소아가 살면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싶어서, 그의 문장문장에서 공감하면서도 그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가 살던 당시에는 위대한 작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 늘 마음에 얹히듯 남았는데, 타부키가 페소아와 같은 동시대를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쉽지 않은책. 하지만 이 글을 읽고나면 페소아를 알고 싶고, 리스본에 가고 싶어진다. 나의 리스본. 작년에는 리스본행야간열차를 타고 다녀왔는데, 페소아의 박물관과 그의 길들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 올해도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