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 내 삶과 세상을 바꾸는 페미니즘
김현미 지음, 줌마네 기획 / 반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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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김현미 / 반비 / 2021 April

내 삶과 세상을 바꾸는 페미니즘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촉발된 페미니즘 리부트는 2020년을 지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 같다. 2015년 이후 함께하던 독서모임에서 레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로 페미니즘 대중서를 읽기 시작했으며 대학원 여성학 협동과정에서 다양한 여성정책과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페미니즘을 사유로서 그리고 삶의 실천으로서 깊이 공부하고 싶은 이 마음은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들이 겪는 미세한 차별과 편견, 임금격차, 성폭력과 같은 현실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바로 젠더에 기반해 생겨난 것이라는 문제인식을 가능하게 했다. 이후로 페미니즘 운동은 1960년대 서양에서 그랬듯이 의식고양, 임파워먼트, 여성정치의 세력화 등 다양한 분화와 진화를 거치며 한국의 페미니즘은 여성들을 주축으로 점차 대중화된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대중화는 내겐 마치 페미니즘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듯한 느낌을 주었다.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의 김현미 교수님의 말씀대로 “페미니즘이 여성의 피해나 고통에만 주목하는 것도, 반대로 능력이나 탁월함을 강조하는 것(p.10)”은 페미니즘을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또한 “페미니즘 대중화와 급성장한 한국형 래디컬 페미니즘 - 운동의 주체를 생물학적 여성으로 설명한 페미니즘 - 은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범주 때문에 겪은 온갖 불평등과 대상화를 깨뜨리는 것을 목표로 대안적 사유와 실천을 확장해온 것인데, 여기에 대립적 성차에 기반을 둔 여성만이 독점적 행위자로 지정(p.24)”하여 페미니즘의 지평과 대화의 영토를 좁혔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성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강력한 성과주의와 능력주의를 신봉하게 된 현상도 오히려 여성이 일자리에서 더욱 과로하고 탈진하게 만들었다.(p.61) 더욱이 점차 거세어 가는 신자유주의는 페미니즘과 결탁하여 소비하는 방식으로만 페미니즘을 실천하도록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환경은 또 어떤가. 페미니즘, 즉 여성학이 하나의 학문임을 생각해볼때 “속도보다 깊이 있게 생각하면서 운동을 조망하는 것이 필요함”에도 “디지털로 유통되는 말은 너무 빨리 증폭되어 의도와 현실이 달라진 채로 판단과 판결을 내리게 했다.(p.116)” 


대중서든 학술서든 페미니즘에 관해서라면 몇 년간 닥치는대로 읽으며 공부했지만 늘 그렇듯 새롭게 들이닥치는 현상들 앞에서 늘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소비로만 이루어지는 나의 페미니즘적 삶의 지향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이성애자인 내가 남성 파트너와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페미니스트인 나는 남성 파트너에게 어디까지의 돌봄노동을 제공해야 하는지 (더 구체적으로는, 내가 그를 위해 요리를 하거나 소소하게 챙겨주는 일은 페미니스트적 삶에 반하는 것인가?), 일은 어떤 방식으로 일구어 나가야 하는지(나를 과대평가 하는것이 임파워먼트인지, 아니면 내 능력에 대한 자기객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온갖 의문들이 나를 떠나지 않은채로 몇 년이 흘러버렸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안밖을 가로지르며 서성거렸던 나에게 어느정도의 솔루션을 제공했다. 


“자기피해와 자기불안이 너무 강해서 다른 형태의 차별에 대한 감각을 끊어버리겠다고 결심하는 행위는 페미니즘적이지 않으며, 다른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조롱이나 비하가 남성의 폭력을 닮아 있어서 동의하기 어렵다(p.165)”는 교수님의 글을 읽으며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였던 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가해자이지 않은지 돌아본다. “가족 내 민주화와 성평등을 이루지 못하면 여성들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자신의 자원을 남용하면서, 변화하지 못하는 남성들을 양산하는 것을 방관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셈”이 된다. “어떤 어머니들은 잘못 해석된 페미니즘을 들먹이며 딸에게 물 한 방울 안묻히게 하는 것이 성평등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결과 자신이 먹을 밥도 지을 줄 모르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하향 평준화된 성인 남녀가 양산(p.150)”된다. 여성과 남성, 아니 모든 인간은 자기 돌봄을 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협동적 자아를 발휘할 수 있다. 결국 “내가 스스로 참여를 결정하고 참여과정에서 낯선 여성들,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관점을 확장하는 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의 자율성과 개방성(p.243)”이다. 


“성평등의 가치가 여성만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인지하는 비여성이나 비국민도 존재한다는 점, 불평등은 섹스라는 성차에 의해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급이나 인종 등 다른 사회적 범주와도 결합으로 증폭된다는 점(p.276)”을 알아야 한다. 성차별 문제를 젠더갈등이라는 이분법으로 몰아넣는 사람들의 언행을 지켜보자면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던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차별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책의 핵심 문제인 ‘페미니스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생각하면 이 책의 의미가 더 커진다.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가기 위한 지속 가능한 세계관과 삶의 선택지를 ‘소비’가 아닌 관점에서 재의미화 하는 것, 즉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양화하고 삶의 자율성의 관점에서 재배열하는 작업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혐오와 가짜뉴스와 막말까지도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로 포장되고 소비만이 삶의 방식으로 대표되는, 고삐풀린 마냥 온갖 저급의 자유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페미니스트뿐만 아니라 모두의 문제다. 페미니스트든 비페미니스트든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흔들려본 사람이 있다면 김현미 교수님의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도서협찬 #도서무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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