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윤석남 그림, 김이경 글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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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윤석남 그림, 김이경 / 한겨례 출판 



3.1절이었던 3 1일과 세계여성의 날인 3 8 사이에 읽은 책이다. 의미가 다소 다른 날은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겐 희미했던 약한 고리였다. 하지만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이라는 부제를 지닌 책을 꼭지씩 읽어가자 처음엔 존재하지 않았던 고리가 얕은 그림자를 드러내더니 이내 선명해졌다. 사실 그것은 바로 자리에 존재하던 고리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자신에게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역사에서 잊혀졌던 사실이었다. 


역사에서 지워진 위대한 여성들을 발견하는 많은 작업들이 논픽션과 픽션을 불문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미술사가 린다 노클랜은 <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는가>라는 글에서 위대함또한 젠더화되어 있으며 이제 많은 여성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마전 읽었던 소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옥스퍼드 사전 편찬에 참여했지만 결코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가상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리고 동류의 작업을 한국의 윤석남 화가와 김이경 작가가 협업하여 위대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세상에 드러낸다. 


그러나 독립운동에서 여성들에 대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 김이경 작가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참조하여 14인의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탄탄한 연구를 통해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독백, 일기, 운동가의 인터뷰, 혹은 운동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혹은 픽션이라는 다양한 형식으로 재구성해 현실감을 더한다. 현대의 언어로 다시 쓰여진 독립운동가의 삶은 윤석남 화가의 터치로 눈빛을 얻는다. 초상화를 많이 감상해본적이 없는 나지만 이들의 얼굴을 보며 감탄한다. 바로 싸우는 여성들의 투박하면서도 맑고 이글거리는 강인한 얼굴이다. 


여성들은 조국을 탄압하는 일제와 싸웠고 프롤레타리아를 억압하는 봉건제와 싸웠다. 그리고 동시에 남성독립운동가들이 지지 않았던 꺼풀의 짐을 짊어진다. 바로 가부장제다. 여자는 독립운동을 없다거나 독립운동을 하는 여성들은 너무 억세서 여자다운 매력이 없다는 남성들의 말은 모든 이를 위한 대의조차 남성들의 전유물이 되는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럼에도 남성들의 회유가 아니라 자신의 힘과 운명을 믿었던 여성운동가들의 삶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무언의 메세지를 전한다. 


페미니즘 운동의 흐름이 다양하게 분화되고 양상이 격화되고 있는 지금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투쟁과 연대는 우리 세대가 갈등과 균열에 빠질때마다 다시 돌아볼 있는 선례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방식대로, 자기 삶의 굴곡이 이끈대로 싸운다. 누군가는 펜으로, 다른 누군가는 칼과 폭탄으로, 다른 누군가는 지붕위에서 연설과 시위를 하며, 혹은 누군가는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자신이 도맡아 하는 방식으로 독립운동가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지하고 돌본다. 실은 우리 모두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자는 그들의 실천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만세운동이 일어난 독립운동 3 1일과 세계여성의 날인 3 8일의 간극은 윤석남 화가와 김이경 작가의 노고로 좁혀진다. 역사라는 현실에 바탕을 논픽션은 우리의 역사에 선택적인 집단 기억상실이 있다는 사실을 조명하고, 의도적인 생략과 무의미로 점철된 구멍을 페미니즘이라는 인식론을 통해 여성인물들의 삶으로 차곡차곡 채운다. 이런 작업이 의미있는 이유는 세상의 아름다움은 사람 사람의 다름으로 구축되기 때문이다. 여성을 내세운다고 남성이 지워져서는 안되지만, 반대의 역사는 그래왔다. 남성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여성을 지우는 일들이 흔했던 만큼 이젠 여성들을 발굴하고 알려야 하지 않을까. 


39 강주룡 /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투사가 되었느냐 물었지요. 나는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조선에서 어떻게 하면 투사가 안되고 있습니까?

54 정정화 / 싸웠노라고, 조국을 위해 싸웠노라고. 나는 아들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손끝으로 말해주었다. 조국이 무엇인지 모를 때에는 그것을 위해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그러면 조국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134 정칠성 / 내가 오늘날까지 걸어온 길이란 오로지 조선 여성을 위해서이지만 글로써 발표한 것이나 말로써 부르짖은 것이나 모두 조선의 여성에게 각성하라는, 현실을 파악하는 여성이 되라는 것뿐이었지요. 다시 말하면 가장 현실을 알고 현실을 똑바로 보는 사람이 되라는 것뿐이었지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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