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하게 해줄 연인도 없었고,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친구도 없었다.
하루하루 뭘해야좋을지도 알지 못했고, 마음속에 그리는장래의 비전도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내 안에 깊이 틀어박혀있었다.
일주일 동안 거의 아무와도 말을 나누지 않은 때도 있었다.
그런 시기가혹독한 겨울이 되어 나라는 인간의 내면에 귀중한 나이테를 남겼을지, 그것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 시절 나도 매일 밤 둥근 선창으로 얼음 달을 보고 있었던것 같다.
두께 이십 센티미터에, 단단히 얼어붙은 투명한 달을.
그 달의 아름다움이나 차가움을 누군가와 공유하지 못한 채 나는 혼자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는 내일의 그저께고그저께의 내일이라네덴버에서 (혹은 어딘가 또다른 먼 도시에서) 기타루가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나는 기도한다.
행복하다고까지는 못 하더라도적어도 오늘 하루를 부족함 없이, 건강하게 보내기를 내일 우리가 어떤 꿈을 꿀지, 그건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이니까.
내적인 굴곡이나 고뇌가 너무도 부족한 탓에, 그 몫만큼 놀랍도록 기교적인 인생을 걷게 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 수는그리 많지는 않지만 우연한 기회에 눈에 띄곤 한다.
그 같은 사람들은 굴곡진 주위 세계에 (말하자면) 올곧은 자신을 끼워맞춰 살아가기 위해 많든 적든 저마다 조정작업을 요구받게 되는데, 대부분 본인은 자신이 얼마나 번거로운 기교를 부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자신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숨기는 것도 없고 꾸미는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살아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그곳에 도카이 의사라는하나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다 적어도필자는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마디로,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오해를 부를 만한 스페이스가 그리 넉넉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가 이해하기 쉽고 단순한 인물이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는 적어도 어떤 부분에서는 매우 복잡하고 복합적인 쉽게파악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잠재의식에 어떤 어둠을 껴안고있었고 등에는 어떤 원죄를 짊어지고 있었는지.
하지만 그 행동양식의 일관성이라는 맥락에서보면 그는 전체적인 인물상을 묘사하기가 비교적 용이한 경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글쓰기가 직업인 사람으로서, 조금 주제넘은 말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시에 그런 인상을 받았다.
도카이는 쉰두 살이지만 그때까지 결혼한 적이 없었다.
아자부의 세련된 맨션 6층의 투베드룸 아파트먼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심지 굳은 독신주의자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식사 준비와 빨래, 다림질, 청소 등의 집안일은 별문제 없이 소화했고, 한 달에 두 번은 전문 하우스클리닝을 부른다.
본래 깔끔한 성격이라 집안일이 크게 힘들진 않다.
그래서 결혼을 전제로 만나기를 원하는 여자는 아무리 매력적인 상대라도 처음부터 딱 잘라 거절했다.
그결과 그가 여자친구로 선택하는 상대는 대개 유부녀거나, 따로 ‘진짜‘ 연인이 있는 여자들로 한정되었다.
그런 설정을 유지하는한 상대가 도카이와 결혼하기를 갈망하는 사태는 거의 일어나지않는다.
좀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도카이는 그녀들에게 늘 부담없는 ‘세컨드 연인‘이자 편리한 ‘우천용 보이프렌드‘였고, 또한적당한 ‘불륜 상대‘였다.
그리고 사실을 말하자면, 그런 관계야말로 도카이가 가장 자신 있고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었다.
그 외, 이를테면 어떤 형태로든 파트너로서의 책임분담이 요구되는 남녀관계는 항상 어딘가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녀들이 자기뿐 아니라 다른 남자의 품에도 안긴다는 사실은딱히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았다.
도카이는 (주로 의사라는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했고, 그녀들도 대개 (주로 여자라는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함께 있는 시간에 그녀들이 자신만 생각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외의 시간에 그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그건 전적으로 그녀들의 개인적인 문제이지 도카이가 신경쓸 일이아니다.
하물며 참견을 한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짓이다.
이야기할 상대도 없다. 전화를 걸 상대도 없다. 컴퓨터가 없어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도 없다.
신문도 구독하지 않고텔레비전도 보지 않는다(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만일 어떤 사정이 생겨 셰에라자드가 더이상 이곳에 오지 못한다면, 그는 바깥세상과의 접점이 완전히 끊긴 채 말 그대로 육지의 외딴섬에 홀로 남겨질 것이다.
그녀가 작업을 마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에 실려가듯 두 사람은 자연스레 침실로 이동했다.
셰에라자드는 아무 말 없이 빠르게 옷을 벗고 하바라와 함께 침대에 올랐다.
두 사람은 거의 말하는 법 없이 서로를 안고,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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