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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로봇 - 우리가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신화 이야기
에이드리엔 메이어 지음, 안인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신과 로봇
이 책에 대해서 처음 접하게 된 것은 SNS에 줄곧 새 책에 대한 알림이 뜨면서부터였다. ‘신’, 그리고 ‘로봇’은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제인데 ‘신과 로봇’이라니..! 서평단을 모집한다길래 재빨리 신청했다. 인간은 오랫동안 신을 닮고자 갈망했다. 또한 인간은 자신 같은 모습을 만들어내기를 반복했고, 오늘날 ‘로봇’이라고 불리는 기계장치를 만들어내는 데 이르렀다. 책을 받기 전, 제목을 보고 유추해볼 땐 인간이 갈망하는 것과 인간이 표현해내는 것의 관계를 이야기할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제목을 ‘신화와 로봇’이라는 쪽이 더 가까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
“태고 이래로 생물학적 탄생과 만들어진 것 사이의 구분이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이룬다. 인공 생명 이야기에서는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명백한 범주가 중요한 차이다.”(p.9)
저자가 말하는 바와 같이 오토마톤, 로봇과 인간을 구분하는 정의를 찾자면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이라는 말을 쓸 수 있겠다. 책 속에서는 수 많은 ‘만들어진’ 존재들에 대해서 나온다. 그들은 스스로 움직이기도 하며, 장수(匠手)와 불사(不辭)를 표방하기도 하고, 자연과 인간에게 힘을 빌리며, 인간보다 더 인간 같으나, 역설적이게 그렇기 때문에 인간미 없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책을 읽어갈수록 우리는 고대의 수많은 신화는 사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현대보다 더 기술적이고 혁신적이었으며, 정교하고 발달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고대 신화의 스토리를 풀어가면서 이와 관련된 기술과 역사를 끌어다 설명하는 방식을 갖는다. 세계적인 고전학자로 알려진 저자, 에이드리엔 메이어는 그의 명성에 맞게 책속에 방대한 고대의 역사와 자료를 철저하게 인용한다. 그러나 그의 서술은 현대의 과학 기술로 새롭게 표현된다.
책은 고대 신화 이야기, 그리고 현대의 발달된 과학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읽어갈 수록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한 대로 여기 모아 놓은 이야기들은 “함께 생각하기” 좋을 만한 것들이다.
신과 로봇, 그 사이에 놓인 인간
인류 최초의 오토마톤이라고 알려져 있는 ‘탈로스’는 크레타섬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 탈로스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수행한다. 이방인들을 찾아내고, 낯선 배가 오면 바위를 던져 침몰시키고, 또 그는 희생자를 가슴에 끌어 안아 산채로 죽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어있다. 탈로스는 신들의 혈액이라 불리는 이코르를 통해 내부 동력을 얻는다.
어느 날, 메데이아라는 마법사가 나타나 크레타 섬을 지키는 탈로스를 마주하게 되는데 무시무시한 청동 로봇을 대면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메데이아는 “그가 불사의 존재인지 아닌지는 모르죠”라고 외치면서 그의 발목에 있는 볼트를 열었다. 이윽고 탈로스의 모든 생명력은 빠져나가 그는 큰 청동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만다.
로봇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를 제공하는 동력원을 가지며, 주변을 지각하도록 프로그램 돼며, ‘지성’ 또는 데이터 처리 과정을 갖춘 스스로 움직이는 안드로이드다. 탈로스는 로봇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탈로스 이야기에서 고대에 유통되던 의학적·과학적 개념이 이미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탈로스 신화는 우리에게 ‘인간이라는 것’과 ‘자유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이 인간되는 조건을 나열해보자면 꽤 많은 것들을 나열할 수 있다. 살아있으며, 언젠간 죽어야 되고, 영혼을 갖고 있으며, 지각능력이 있고, 상상력을 가지며, 감정을 느낀다. 연료 따위가 아닌 영양을 통해 힘을 공급받아 움직이며,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존재 등.... 많은 조건을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이 중에서 몇 가지 공통분모를 빼앗겨 버릴 때. ‘인간 됨’에 대해서 계속 물어보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로봇은 지각 능력이 없고 주관적 느낌이라 할 만한 것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행동을 흉내 내는 대상들에게 감정과 고통 받을 능력을 투사하고, 이들이 손상되거나 파괴되면 그에 대해 공감과 아픔을 느낀다.”(p.27)
‘인간화’는 매체 스스로 얻어내기보다도 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에서 부여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흥미롭게도, 고대 신화와 만들어진 오토마톤의 원리를 볼수록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더 가깝게 알아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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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 이래로 생물학적 탄생과 만들어진 것 사이의 구분이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이룬다. 인공 생명 이야기에서는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명백한 범주가 중요한 차이다."(p.9) - P9
"로봇은 지각 능력이 없고 주관적 느낌이라 할 만한 것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행동을 흉내 내는 대상들에게 감정과 고통 받을 능력을 투사하고, 이들이 손상되거나 파괴되면 그에 대해 공감과 아픔을 느낀다."(p.27)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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