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 정해진 대로 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매일
김멋지.위선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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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동갑내기 친구가 직장을 관두고 세계여행을 다니며 써 내려간 여행기이다. 여행 소개서가 아니기에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바랐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진이 좀 더 풍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사실 개인적인 감상을 담은 일기에 가까워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동기유발효과는 없는 것 같다.

  책을 보면서 인상이 깊었던 것은 두 친구가 매일을 함께 살아나가는 것. 붙어있기도 하고 떨어져 있기도 하면서 항상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놀라웠다. 멋지가 여권을 잃어버렸을 때 선임은 여행을 계속하는 쿨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선임이 주룩주룩 내리는 비로 우울해하자 마치 남자친구 같은 마사지 이벤트를 준비하는 멋지.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는 멋지 때문에 밖에서 밤을 같이 새다시피하는 선임과 귀국 3일 전 충수염에 걸린 선임을 위해 수술 일정과 간호 등 모든 것을 도맡아서 하는 멋지. 겁쟁이인 멋지와 길치인 선임이 마치 장님과 앉은뱅이 우화처럼 서로를 돕는 모습이 책 내내 미소 짓게 만든다.

  책이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계속 ‘그래서 이 사람들은 돌아와서는 뭐가 바뀌었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가 궁금했다. 우선 직업적으로는 둘 다 강연을 하면서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삶의 태도에서 바뀐 것은 '할까 말까 할 때 하고, 말할까 말까 할 때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 중 하나는 아이들이 선택을 하기도 전에 부모들이 미리 결정해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어디로 갈지, 어디에서 묵을지, 무엇을 먹을지 매일매일이 선택의 연속인 여행을 2년간 지속하다 보면 과연 스스로를 돌아보고 선택하는 일이 습관화되겠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앞으로 몇 년 뒤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도 궁금하게 만든다.

  비 오는 날 튀밥을 부스럭부스럭 집어먹으면서 읽기 좋은 오락영화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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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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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가의 독서 일대기에 관한 유쾌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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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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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주의자 선언' 재밌게 읽었기에 이번 책도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전작보다는 가볍게 저자의 수다를 듣는 느낌이다. 이런 류의 수필을 읽을 때는 정보 수집보다 읽는 자체에서 오는 재미가 커서 오락에 가깝다. 과학서적 같은 것을 때는 시간이 지나면 피로가 오는데 책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저자는 처음 부분을 읽다가 재미없는 책은 읽는 편식 독서가라고 하는데(이동진 작가가 생각나던 차에 마침 저자도 뒷부분에 이동진 작가를 언급했다.) 유년기부터 읽었다는 책의 리스트를 보니 웬만한 책에는 재미를 붙이는 같다. 독서가 쉬는 거라서 공부와 휴식을 병행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는 말이나 되는가? 하지만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그도 최근에는 생각없이 집어드는 스마트폰과 TV 리모컨이라고 했다. 특히 영화도 2시간 정도를 보게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언제든지 돌릴 있는 예능을 선택한다는 것이 너무 같았다. 그렇게 스마트폰과 TV 시간을 순삭하고 나면 자괴감에 빠지는 것도…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책이 영상 매체에 비해 갖고 있는 장점들이 있다. 특히 스스로의 시간을 갖고 능동적으로 생각해 보는 독서만의 장점인 같다. 다른 책에서 봤는데 공부를 때도 영상을 보고 학습하는 것보다 활자를 보고 스스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실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같은 것이 재밌어서 보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복잡한 사고를 하도록 진화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뇌는 자꾸만 편한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보다 편하게 자극을 많이 느낄 있는 영상매체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그래서 의도적으로 책을 많이 사서 책장에 꽂아두지 않고 눈에 띄는 곳에 널브러뜨려 놓는다고 하는데, 성격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참고해 봐야겠다.

 

  독서와불어 블로그 시대조차 끝나고 유튜브가 대세가 , 언제나 사랑했고 언제나 쉽게렸던 친구인 책을 마지 장까지 읽고 싶다는백으로 끝나는 책을 읽으면서 '인생 홀로 아니구나.' 하 왠지 모 안도감을 얻게었다.

  뜨끔했던 말을 되새기며 짧은 후기를 마친다.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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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밥 버먼 지음, 김종명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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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톱이 자라는 속도부터 양자역학까지, 그야말로 속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주변의 흥미로운 소재부터 어려운 개념까지 굉장히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아, 이거 별거 아니었네.'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면 '뭐라는 거야?' 하게 되는, 쉬운 내용은 아니다. 결론적으로는 나에게 난이도가 적절히 어려운 편에 속해서 최근에 본 과학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신기한 내용들을 정리해 봤다.

1. 사물은 어느 정도까지 느려질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원자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을 발견했다. 원자는 섭씨 -273도가 되면 움직임을 완전히 멈춘다. 이것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 이때의 온도를 캘빈 온도 0도라고 한다. 참고로 섭씨는 물, 화씨는 소금물을 기준으로 용융점을 0도로 설정했다.

2. 화산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나는 사실 용암이 느리게 흘러 내려오는 것을 보고 사람이 빠르게 달아나면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화산이 폭발하면 두 가지 단계로 인해 죽는다. 우선 화산이 폭발하면 고도 20 km 정도까지 분출물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는데, 이 몇 cm에 불과한 현무암 조각들을 직접 맞는다고 죽지는 않지만 2 m 정도 가량 쌓이기 때문에 건물 안에 있는 경우 깔려 죽게 된다. 건물 밖으로 대피했을 때는 두 번째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화산 쇄설암이라는 것과 함께 화산재와 750도의 뜨거운 가스가 시속 100 km의 속도로 사람을 덮친다. 당연히 피할 수 없고 단 한 번의 호흡으로 폐가 망가지기 때문에 죽음에 이른다. 이렇게 죽은 사람들은 두개골 속의 뇌가 끓다가 터져버려 머리 없는 시체로 발견된다고 한다.

3. 코리올리 효과는 위도에 따라 지구의 자전 속도가 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기술한다. 일단 상식: 지구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리고 전제 조건: 사건을 시작한 곳에서 관찰한다. 간편하게 북반구만 예로 들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일직선으로 포탄을 쐈을 경우 포탄은 남쪽의 빠른 속도에 맞춰 발사되었기 때문에 북쪽은 아직 오른쪽으로 회전이 덜 이뤄졌고, 그래서 포탄이 오른쪽으로 휜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쐈을 경우에도 남쪽은 이미 왼쪽으로 회전을 많이 한 상태이기 때문에 발사한 입장에서는 포탄이 오른쪽으로 휜 것으로 보인다. 자연 현상에서도 코리올리 효과가 적용된다. 북반구에서 태풍이 항상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과 코리올리 효과가 없는 적도 부근에서 태풍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그 예다.

4. 푸코의 진자: 책 제목으로도 사용되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텐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뭘까? 푸코가 진자를 설치하여 장시간 관찰해 본 결과 회전 방향이 바뀌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진자가 일정한 방향으로 운동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회전 방향이 변하는 이유는 지구가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그는 대형 진자를 만들고 그 아래 뾰족한 침이 모래를 스치는 모양이 바뀌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지구가 자전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5. 물이 얼음으로 변하려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온도가 필요할까? 순수한 물 분자가 얼음으로 변하려면 영하 40도나 되어야 한다고 한다. 실생활에서는 물 안의 보이지 않는 먼지 혹은 특히 세균을 중심으로 하여 얼음 결정이 생기기 때문에 영하 2도 정도만 되면 얼음을 얻을 수 있다.

6. 알래스카의 영구동토층도 여름이 되면 표층이 조금 녹는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데, 이 영구동토층 위에 세워진 도로나 집들이 이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또 신기한 것은 표층이 녹으면 곳곳에 물구덩이가 생기는데 이 구덩이들은 모기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그래서 여름철의 알래스카는 모기와의 전쟁이라고 한다.

7. 사람은 초당 0.5회~10회 기준으로 소리의 반복 유무를 결정한다. 소리가 1초에 0.5회, 즉 소리의 반복 간격이 2초를 넘어갈 경우 반복이 아닌 독립적인 사건으로 인식한다. 반면에 초당 10회 이상이 반복될 경우 하나의 소리로 감지하게 된다.

8. 토리첼리는 공기의 무게, 혹은 압력을 최초로 증명한 사람이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의 이탈리아에서는 엄청난 높이의 유리 기둥에 물을 채운 뒤 연못에 넣고 아랫부분을 뚫으면 물이 어느 정도 빠지다가 더 이상 안 내려가는 현상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갈릴레이는 물이 빠져나간 진공 부분이 물을 잡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토리첼리는 마치 저울처럼 공기의 압력이 연못의 물을 눌러 유리관의 물이 더 이상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이 유리관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물보다 14배 무거운 수은을 사용하게 됐고, 이것이 최초의 압력계다. 멀리 프랑스에서 이 실험을 전해 들은 파스칼은 만약 공기에 무게가 있다면 높이 올라갈수록 수은의 높이가 낮아질 것이라 생각했고, 산으로 올라가면서 수은의 높이를 측정했다. 그의 생각과 일치했고, 그는 더 나아가 수은의 높이를 바탕으로 한 고도계를 만들었다. 현재는 수은 대신 격막을 이용한 고도계가 모든 비행기에 장착되어 있다고 한다.

9. 태풍의 발생 원리: 태양에 의해 지표면의 공기가 데워지면 가벼워진 공기는 상승하다가 점차 온도가 낮아지고 주변 공기와 평형을 이루면 그 자리에서 멈춘다. 습도가 높은 날의 경우 상승하는 공기가 주변의 공기보다 훨씬 가볍기 때문에 보다 높이 올라가서 성층권에 이르게 된다. 이 지점에서는 온도가 꽤나 낮아지기 때문에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이슬점에 이르러 물방울이 되는데, 이것이 구름이다. 구름 내부에서는 이렇게 생성되는 물방울의 마찰로 정전기가 형성된다. 빗방울이 만들어져 아래로 내리게 되면 구름 내부를 식혀주는 역할도 하는데, 이렇게 차가워진 공기는 급격히 하강한다. 그 주변에서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상승하는 기류들이 있다. 이렇게 상승기류와 하강 기류가 반복되어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하는 것이 태풍이다.

10. 중력은 너무나 친숙하고 많이 다뤄진 주제다. 핵심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티코 브라헤는 천체 관측의 달인으로 천체들의 움직임을 20년 동안이나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첫 번째는 타원 운동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 두 번째는 지구를 중심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천체들이 가상의 점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그 점이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복잡한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반면 그의 제자 케플러는 보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이었고, 천체가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 운동한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바로 뒤에 등장하는 갈릴레이 역시 태양 중심설을 신봉했고, 공이 무게와 상관없이 비탈길을 따라 내려보내면 같은 높이까지 올라간다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우주가 무중력 상태라면 천체가 태양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회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뉴턴부터 아인슈타인은 다시 읽고 정리)

11. 어떤 방송에서 들었던 자유의지에 관한 실험이 이 책에 나온다. 2006년 벤저민 리벳 연구팀은 참가자가 어느 쪽 팔을 들지 결정하기 10초 전에 뇌파를 관찰하여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사고 작용이 일어나기 전에 무의식이라고 해야 할지 몸의 반응이라고 해야 할지 하는 것이 먼저 일어났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이 어떤 반응까지 적용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만약 대부분의 반응이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면 평소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예시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12. 갈릴레오의 진자 효과는 실에 매달린 추가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추의 무게에 상관없이 일정하다는 발견이었다. 왕복 시간은 오직 줄의 길이에 따라서만 변화한다. 이 현상에 대한 과학적 원리는 설명해주지 않아서 아쉽다.

13. 조수 간만의 차: 조수는 지구와 달의 인력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실제 인력은 질량이 훨씬 큰 태양이 당연히 더 세지만 거리가 달에 비해 말도 안 되게 멀기 때문에 달의 인력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직선이 될 때 조수가 더 강하다고 하는데 이건 무슨 효과인지 모르겠다. 태양의 인력도 작용하긴 한다는 것인가? 하여튼 달의 인력이 작용하는 방식은 직접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것은 아니다. 지구상에서 달과 가까운 부분과 먼 부분에 작용하는 달의 인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회전력이 발생하고 바닷물이 1미터 정도 부풀어 오르게 된다.

14. 양자역학: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빠른 속도는 빛의 속도이다. 빛은 굉장히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빛의 속도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거나에 관계없이 나에게 다가오는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다. 그런데 빛보다 빠른 게 있다. 쌍둥이 입자라는 것인데 이 중 하나의 성질이 바뀌면 나머지 하나는 이를 보완하는 성질로 바뀐다. 이 현상은 11km 떨어진 거리에서 빛보다 1000배 빠른 속도로 관찰되었다. 당시 이 속도가 최고 검출 속도의 한계였기 때문에 사실은 더 먼 거리에서도 무한에 가까운 속도로 나타나는 현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때 양자역학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모든 것은 확률로 존재하고 실제로 그것이 실체로서 존재하는 건 관찰을 당하게 되는 순간이라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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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밥 버먼 지음, 김종명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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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이 자라는 속도부터 양자역학까지, 재밌는 내용을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내용이 결코 쉽지는 않아 지적 유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읽을 만한 과학도서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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