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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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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02년부터 매해 인권영화를 제작해왔다. 마찬가지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획으로 제작된 이 책,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에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제작된 10편의 인권영화에 대한 평론이 수록되어 있다.


인권이란 무엇일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인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즉, 인권이란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삶이 평등하지 않은 것처럼 죽음도 평등하지 않다.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에서 리뷰한 영화 중에는 올해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메기> 및 <4등> 등 익숙한 제목도 보인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필두로 학생 인권 조례, 아이돌 산업, 노인 일자리, 스포츠의 경쟁 과도화, 안락사와 고독사, 양심적 병역거부, 장애인 인권, AI알고리즘과 개인정보 등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권 문제를 각기 다룬 10편의 영화에 대한 두 작가의 감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10여명의 감독들 모두 자신의 영화를 본 당사자가 상처 받지 않도록 묘사를 구체적으로 하지 않고 애둘러 설명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다는 인터뷰였다. 그런 사려깊음 때문일까, 평생토록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인권 문제도 다시금 차분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총 10편의 영화에서 다루는 각기의 사회 문제는 너무나도 광범위해서 사뭇 다른 안건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찬찬히 책을 읽고 있으면 이 모든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청소년 인권 조례는 지나온 내 학생 시절을 돌이키게 하고, 청년 실업 문제는 당장 나의 일이다. 노인 일자리와 안락사 등의 문제는 앞으로 다라온 내 노후를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포기하지 않으면 변화의 불씨가 타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1939년 이래 80년동안 1만 9,700여명을 감옥에 보낸 병역법이 2018년에 드디어 합헌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대체 복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헌법재판소에 안건을 소환하고 사회적 이슈로 만든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회는 복잡하고 촘촘하게 짜여있다. 얼핏 자신과 무관한 일처럼 보이는 안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수 있다. 타자화하고 있었던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책이었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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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연금책 - 놀랍도록 허술한 연금 제도 고쳐쓰기
김태일 지음,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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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 건 지난 2018년 러시아 연금 시위에 대한 뉴스를 본 이후였다. 기존 60세부터 수령 가능한 연금을 65세부터 받는 것으로 기준 연령을 올린다는 정책이 발표되자 러시아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남성 평균 수명이 66세로 집계되는 러시아에서 연금을 65세부터 수령하라는 것은 사실상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과도 같다. 여담으로, 러시아의 평균 수명이 이토록 낮은 데에는 알코올 중독이 대표적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 알코올 중독 원인 역시 추위와 높은 노동 강도 등으로 러시아의 사회복지 실패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러시아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프랑스에서도 연금 개혁으로 대대적인 시위가 있었다.

이렇듯 세계 각국 국민들은 모두 연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대체 연금이 무엇이기에 러시아와 프랑스 국민들로 하여금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을까? 연금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연금이란 '국가나 사회에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일정 기간 동안 국가 기관에 복무한 사람에게 해마다 주는 돈'으로 정의된다. 즉 연금이란 국민의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관리 및 지급하는 돈이다.

이렇게나 중요한 연금이지만 종종 국민연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반대 의견을 잘 들어보면 '연금'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다. 조금만 검색해 봐도 연금에 대한 불안을 고조시키는 뉴스들이 수두룩하다.사실 많은 사람들이 연금이 무엇인지, 그리고 연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얼마나 알까? 책 <불편한 연금책>은 국민연금의 실태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진단한다.​​



<불편한 연금책>은 저자의 반성으로 시작된다. 행적 학자로써 재정과 복지를 연구하면서도 '이토록 망가진 연금 체계'를 관망한 것에 창피와 후회가 담겨있다. 따라서 책의 내용도 무겁다. 미래에 국민연금 수급에 기대어 살아야 하는 젊은이로써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불편한 연금책>을 읽고 나면 제목과 같이 마음이 불편해지고 만다. 내 미래가 불안하고 걱정되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 만큼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뉴스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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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뷰티 - 장애, 모성, 아름다움에 관한 또 한 번의 전복
클로이 쿠퍼 존스 지음, 안진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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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클로이 쿠퍼 존스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짧고 뒤틀린 다리는 가진 그녀는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곧잘 배제되고 타자화되곤 하는데 그녀는 이런 사회에 맞서 타인이 자신에게서 장애를 의식하지 않게 될 때까지 사람들과 자신을 분리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강의를 수강하는 한 학생으로부터 비욘세의 무대에서 겪은 놀라운 경험에 대해 듣게 된다. 클로이는 학생의 경험을 '값싼 아름다움'으로 취급하며 습관대로 방어기제를 형성하지만 남편의 권유로 직접 비욘세의 공연에 가게 된다.

그리고 비욘세의 공연을 보고 느끼며, 자신의 방어적인 태도로 인해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쳤는지 생각한다.


철학과 교수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철학과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자신이 어떻게 저널리스트가 되고 여행 에세이를 쓰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고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지 뷰티>는 철학 이론을 토대로 작가의 경험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을 다룬 글이다. 일반적으로 아름다움이란 완벽한 균형과 비례에 있다고 여겨진다. 균형 잡힌 아름다움이 곧 정의라고 논하는 플라톤의 철학에서 황금 마스크가 떠오른다.

이런 아름다움의 정의 속에서 작가 클로이 존스는 쉽게 배제된다. 그녀가 장애를 가졌고, 그로 인해 신체가 불균형해 보이기 때문이다. 비욘세를 만나러 가는 여정을 그린 1부에서 작가는 내면의 아름다움, 상상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그러나 균형과 비례만이 아름다움일까?


2부에서 현재와 현실을 추구하게 된 작가는 다시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에 오른다.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며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란, 그리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지 생각해게 된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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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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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평택항에서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 용돈벌이 겸, 세상 공부 겸. 아버지의 일터로 일을 배우러 나선 청년 이선호 씨는 그날 아버지와 함께 퇴근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근로자 중 1년에 약 800여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365일 중 800명, 하루에 2명 꼴이다.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의 제목은 여기서 기인한다. 1장에서 나오는 이 수치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뉴스에 나오는 산재 사고는 그다지 잦지 않다.


각각의 산재사건이 언론보도를 타기 위해선 두 가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재해자를 대신해 싸울 수 있는 동료와 현장의 안전 실태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노조다. 이는 단순히 신문과 TV에 사고가 보도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의 공분을 이끌어내고 원청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중요한 요건이다. 선호 씨 사고는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진, 매우 이례적인 경우였다.


기술도 있고 노하우도 있는 요즘 시대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었다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능한 숫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무하는 회사의 산업현장 안전 미팅에 참석한 적이 있다. 미팅의 목표는 산업재해 방지 대책이었으나, 막상 주요 내용은 노동자 개인의 노하우를 강조했다. 손에 동상이 생길 위험이 있으니 그 대책을 논의해야 하는데, 동상이 생기기 전에 업무를 마무리하라는 결론으로 미팅이 끝났다. 나는 이게 무릇 이 현장에서만 일어나는 안이함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업무 완수라는 목표는 코앞에 있지만 사고를 당할 위험은 멀리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그 이해관계를 조율해 마침내 안전한 작업방식을 택하도록 고안하는 것도 노동자를 써서 이윤을 얻는 사업주의 의무라고, 산업안전보건법은 말하고 있다.


위에서 '숫자'라는 표현을 썼는데, 사실 사람의 목숨이 숫자로 표현될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죽음은 비단 재해자 1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족, 친구, 지인. 사고를 당한 재해자 인생에 걸친 모든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겪는다.

사업주의 이윤이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이 겪는 죽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맞는가.


정말로 안전을 생산보다 우선수위에 놓고자 한다면 기업 조직 전체가 그 목표에 투자하고 도달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안전은 노동자나 안전관리자 한두 사람의 의식 변화로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전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여야 한다.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에서는 산재의 원인을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설명하여 독자로 하여금 산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점은 산재 현장이 놀라운 속도로 훼손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모든 기업에 목표 손익과 그에 따른 일일 목표 생산량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수사현장도 현장보존이 원칙인데, 산재현장은 왜 그토록 빠르게 훼손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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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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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려서 가족을 걱정시키고 싶었던 적이 있다. 슬퍼할 가족들의 마음은 고려하지 못하고 그저 나를 삐지게 만든 가족들에게 벌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동시에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통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재확인 하고 싶었다. 이 철없던 어린 날을 돌이켜 보니 무작정 산을 오르던 금화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금화는 소설 <단 한 사람>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다.
금화의 가족은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버지, 어린 금화의 눈에는 한 없이 매력적인 어머니, 세상에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공부하는 첫째언니 일화, 탁월한 재능을 꽃피우는 둘째언니 월화, 그리고 금화 본인 아래 서로가 세트로 이루어진 쌍둥이 남매 목화와 목수까지 총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화는 그 가운데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는 셋째이다. 자신의 방도 없고, 목화와 목수처럼 자신만의 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만의 방도 없고, 편도 없고, 문득 외로움을 느낀 금화는 무작정 산을 오른다. 그러다 불식간에 무너진 나무 아래 깔린다. 어른들이 금화를 구하러 산에 도착했을 때, 금화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단 한 사람>이라는 소설이 금화를 찾으려는 가족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어 가족의 비밀이 밝혀진다. 금화의 가족은 '단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무로부터 잎사귀를 받아 한 번 소환 될 때마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사람 중 단 한 사람만 살릴 수 있는 능력이다. 새로이 능력을 깨닫게 된 목화 이전에는 그의 어머니인 장미수가 그 능력을 가졌고, 장미수 이전에는 목화의 할머니인 천자가 그랬다.
천자는 그 능력을 신이 주신 것으로 여기며 사람들을 구했고, 미수는 저주 같은 능력을 견디며 사람들을 구했다. 그리고 목화는 그 능력이 나무로부터 왔음을 직감한다. <단 한 사람>은 목화의 능력이 나타나며 새로운 국면에 이른다.

과연 목화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금화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어질 이야기가 기대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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