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 나쁜 신념과 정책은 왜 이토록 끈질기게 살아남는가
폴 크루그먼 지음, 김진원 옮김 / 부키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시 경제학은 커다란 2개의 학파로 구분 할 수 있다.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설명한 애덤 스미스에서 비롯된 '고전 학파'와 1930년 미국 대공황 시기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이라는 저서를 쓴 J.M. 케인스의 경제학을 계승하는 '케인스 학파'다.

이번에 읽은 책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의 저자 폴 크루그먼은 현대 케인스 학파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다. 케인스 학파의 특징 중 하나는 큰 정부를 지지한다는 점으로, 적극적인 재정금융정책의 채용을 주장한다. 따라서 이 책 역시도 국가의 역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걸 사전에 알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경제를 얘기하는 책에서 난데없이 웬 좀비란 말인가?


나는 "좀비 아이디어"란 단어를 캐나다 의료 보험을 다룬 글에서 처음 보았다. 그 글에서 "좀비 아이디어"는 엄청난 수의 캐나다ㅏ인이 의료를 목적으로 계속 미국으로 건너간다는 억설처럼 잘못된 주장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그 글에서 지적했다시피, 저런 주장은 수차례 반박되었고 캐다나 의료 제도 반대론으로서는 이미 명이 다했어야 했다. 그러나 계속 어기적어기적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뇌를 파먹고 있다.


살아 있는 시체인 좀비는 썩은 몸을 이끌고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을 물어 주변 사람들을 점염시킨다. 폴 크루그먼은 이미 수차례 반증으로 설명된 괴담 같은 주장을 자꾸만 늘어놓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파하고 자극해 선동하는 이들을 좀비라고 규정한다. 그들의 행태를 보면 실로 21세기의 좀비가 아닐 수 없다.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폴 크루그먼이 2000년부터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엮어 출판한 책으로 다양한 정치적 쟁점을 경제적 시각에서 분석한다. 미국 현지에서 2020년 1월에 출간되었기에 코로나 이후 급변한 경제 상황을 담지 못한 데다 전적으로 트럼프 집권 시기의 미국 상황만 설명하고 있지만 그가 다룬 안건들은 현재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특히나 부자 감세 및 환경 문제 등은 실시간으로 한국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경제 정의와 경제 성장은 양립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점을 잊었다. 1950년대 미국은 부유층에게 정당한 몫을 내게 했다. 노동자에게 적절한 임금과 인간다운 복지를 위해 협상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러나 그 시절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부자 감세를 외치는 우파의 선전과는 달리 번영을 누렸다. 우리는 다시 한번 그렇게 할 수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나의 소감은 '그럼 우리 한국은?'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중에게 보다 친밀하게 다가온 책이라기에 가볍게 생각한 것과 달리 책은 어려웠다. 좀비들의 주장을 전문적 지식과 수학적 통계로 무장해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머리를 써야 했다. 비록 경제 전공은 아니지만 나 역시 경제·경영을 공부한 사람이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책을 받은 후 열흘 가까이 지나서야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고 마는 것이다.


어렵다는 이유로 책을 덮고 공부를 그만두면, 그 후에는 좀비에게 물리고 만다. 좀비의 주장은 단순하고 자극적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게 바로 그들의 함정이다. 좀비들에게 선동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하자.


공부하고, 생각하고, 경계하자.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