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고독
권성우 지음 / 소명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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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 속 오래 기다렸던 반가운 빗소리처럼, 비평의 고독은 충만하고 깊은 사유와 현 시대 한국문학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품고 있어 수준 높은 비평 서적의 묵은 갈증을 단번에 해소한다. 소제목들을 따라 전개되는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몇 지점에서 마주하고 갈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이 교차로마다 읽을 수 있던 작가의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과 우려에 감탄과 더불어 깊은 공감을 느꼈던 것은 오로지 이 책 읽는 독자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또한 당연하게도 이처럼 작가와 공명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지점에 대하여 짚어보고자 하는 열망 또한 생겨나게 되었는데, 좋은 글이 창작에 대한 열망을 자극해 또 다른 글을 양산시킨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 책이 가지는 커다란 장점 중 하나로 감상문을 쓰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평의 고독에서 울림을 느꼈던 지점에 대하여 첫째로는, 결국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일관되고 뿌리 깊은 관념을 마주하게 되는 그 지점을 짚을 수 있을 것이다. 소제목 문학의 운명, 혹은 패배한 자의 아름다움’, ‘진보적 지식인의 자기 성찰과 타자의 상처에 대한 깊은 공감-허준론’, ‘상처받은 시인의 순정-이재무론’, ‘자기모멸의 시학-허연론을 비롯한 글들에서 오롯이 느껴졌던 문학과 상처, 고독, 자기모멸과 같은 키워드는 작가의 문학 세계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진정한 문학이 점차 소외되고 다수의 문학이 자본과 결탁하여 이데올로기의 앞잡이가 될 때, 과연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하는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저자의 단단한 문학 세계를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스스로 상처가 되는 문학은 마치 타들어가는 촛불처럼 이제 빼앗길 것이 없다. 그 자체가 그대로 존재의 근원이자 본질이므로. 그러나 문학이 세상과 맞서 스스로 곡진한 슬픔이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문학을 배태한 사회의 그늘과 주름, 역사적 굴곡과 윤리적 지평, 타인의 상처와 절망을 투시해야 한다. / 스스로 슬픔이 되어, 상처가 되어 세상과 대면하는 문학은 곧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문학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존재 그 자체의 상처와 자존을 연료로 삼기에 그들은 상대적인 문단시스템과 출판자본과 거리를 둘 수 있고, 대중성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57)” 이와 같은 작가의 통찰력과 사유는 이 시대 진정한 문학은 문학이 상처받는 자리에 있을 때, 인간과 사회가 지니는 결여에 주목하고 그것을 품을 때 진정한 빛을 낸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값싼 위로로 긍정하지 않고 정직하게 직시하는 문학, 한계를 포장하지 않고 인정하며 고통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문학,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불의를 고발하는 문학은 그 자체로 저항의 장이 되며 존재가치를 획득하게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작가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문학들의 비평 기준에 대한 것이다. 소제목 문학과 정치 사이의 팽팽한 지적 긴장’, ‘정치적 올바름은 미학적 품격과 만날 수 있는가’, ‘소설, 미학, 정치’, ‘세월호의 슬픔 속에서등을 보면 작가가 비평 기준으로 문학에 있어 엄정한 사회 비판적 기능의 역할과 미학적 구성을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깊이 공감하는 바인데, 정치적 목소리를 잃은 문학은 그 깊이를 획득할 수 없고 수준 높은 미학적 구성에 실패한 문학은 문학으로서의 매력을 가질 수 없다. 앞서 문학이 획득한 자리에서 문학이 기능을 하려면, 문학이 속한 사회를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하고 비판을 수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말이 미시적 개인적 관심의 부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작가도 짚어냈듯, 문학은 인간의 마음에 존재하는 그늘과 정념, 감성, 욕망, 비합리성, 심성을 어떤 예술보다도 섬세하게 포착하는 문학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374)”. 그러나 문학은 인간에 주목하면서도 사회를 배재할 수 없고, 비판적 임무를 망각해서는 안된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가 소개한 김석범의 화산도, 서경식의 시의 힘같은 책은 이러한 균형을 고루 갖춘 보물과도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개인적인 사견을 덧붙이자면 작가가 반복하여 언급하는 아름다운 문학에 대한 기준을 이 책이 비평으로써 도달했다고 느껴진다. 작가의 아름다운 문체와 날카로운 비판적 사유, 그리고 문학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사유의 깊이와 미학적 아름다움을 고루 지녔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반복하건대, 단비같은 책이다.


 -2016. 0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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