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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매화
미치오 슈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지금부터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원치 않으시면
직접 읽어주셔요!
자신의 홈페이지에 단편을 직접 소개하는 방식을 쓴
아마도 블로거 작가 1대? 쯤의 미치오 슈스케님.
본격 미스터리대상 후보로 오르며 베스트작가 반열에
올랐다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과
오야부 하루히코 상을 받은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분명히,
나는 이 분의 책을 읽었다.
허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아~ 이유가 뭘까?
당시...
내게는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낮설기만 했던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런 유명한 분의 기대작을
스쳐지나갈 운명일 수 밖에!
표지부터 연애물이 아닐까...
지레짐작 했을정도로,
광매화는 보는 이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향기도 없는 책이 사람을 유혹하는게 과연 가능할까?

일단 유혹에 넘어 갈 마음이 생겼다면...
자, 나비를 따라 여행을 떠날 시간!
지금부터 만날 여섯가지 이야기는
모두 서로를 닮았다.
닮았기 때문에 걱정도 하고, 미워도 하고, 도와도 주고,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애정을 품기도 한다.
p181
나비는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태양 아래 놓인 흐물흐물한 눈깔사탕처럼 녹아내린
지적능력을 가진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도장가게 아저씨.
30년 전의 과거 속에서
나를 찾아 줄 술래는 없다. p46
그렇게 단념해버렸다.
이윽고 나비는
한밤중의 곤충채집을 떠난 남매의 벌레쫓기에 동참했다.
단지, 왕귀뚜라미를 잡고 싶었을 뿐인데...
남매는 원치 않은 만남을 만나야 했다.
너희는 아직 어려. 앞날이 창창하지.
나는 경찰도 이리고 정의로운 사람도 아니여서 번듯한 말은 못해.
그렇지만......
잠자코 있지는 못하겠다.
p85
나비가 지나온 그 밤은
어느덧 겨울이 되고
나비는 겨울 나비가 되었다.
남매와 만난 남자는
자신의 추운 겨울의 기억을 남겨둔
한 소녀를 곱씹는다.
자신이 행복했던 때와 무자비한 세상을 분리시켜서
뒤집은 봉투 밖으로 세상을 가두었다.
p136
끝나지 않을 겨울은 봄을 맞이하며
제 세상을 만난 봄 나비로 태어났다.
도둑을 맞은
옆집 사는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귀가 들리지 않는 소녀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
여자는 그 속에서 자신을 만났다.
들리지 않아서 얻어지는 안도감을 알아버린 것이다.
세상을 향한 문을 닫고서 맛볼 수 있는
해방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p175
봄이 되었으니 이제 나비는 꽃을 찾기로 했다.
풍매화라는 화려하지도 않은 꽃을.
금방동사니 라는 풀의 꽃이지만
트럭운전이나 하는 동생이
암일지도 모르는 교사 누나에게 아는 척 들이댄다.
누나의 병문안을 오는 엄마는 늘상 미워하면서.
하지만 알고 있을까?
누난 풍매화가 아닌, 충매화라는 걸.
주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모든것을 맡기고
자신은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면 되는 그런 사람.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변해야만 한다.
p241
이제 되돌아 갈 시간이다.
나비는 곤충이니까 자신이 따라갈
아득한 빛을 향할 뿐이다.
그 너머에는 아버지 없이 자란 초등학교 교사가
부모의 재혼으로 성이 바뀌는 제자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거짓말도 서툴고 말도 잘 못하지만,
누구보다도 진정한 가족이 되고픈 제자의 모습에서
교사도, 함께 갖던 도장가게의 주인 아저씨도,
무언가를 얻었다.
"선생님, 풍경이 반짝거리는 걸 본 적 있어요? "
...
내가 천장을 올려다보면 천장도 벽도 창도 모두 빛난다.
귀 뒤쪽에서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옆에서는 무언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지고......
p299
여행을 끝낸 나비가 말했다.
우는 사람. 웃는 사람.입술을 깨무는 사람.
큰 소리로 외치는 사람.
누군가의 손을 꼭 잡는다.
무언가를 소중히 안는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땅을 내려다본다.
p303
광매화
- 작가
- 미치오 슈스케
- 출판
- 씨엘북스
- 발매
- 2012.11.15
개인적으로는 어두운 느낌이 어울리는 작가가 있고,
밝은 느낌이 어울리는 작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두운 느낌이라고 해서
폭력적이거나 지저분한 이야기를 뜻하는게 아니듯,
밝은 느낌이라고 가볍거나 해밝기만한 이상을 이야기 하는 건 아니다.
광매화는 이 두 가지 느낌을 어둠에서 밝음으로 걸러낸다.
그러면서 돌아보면 주변에 흔히 있는 이야기를 건낸다.
이야기의 화자가 돌아가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내 주변의 누군가도 나와 같아서
자신만의 어둠을 끌어안고 있으니까
이야기는 돌고 돌테지만,
분명 그 끝은 있을테고.
그 끝에는 사람이 희망으로 자리 잡을거라고.
그래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