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 2024 창비그림책상 수상작
포푸라기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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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하얀 눈이 떨어집니다. 눈은 빨간 신호등도 덮어버리고 초록 지붕의 색도 가려버립니다. 펑펑 쏟아진 눈은 세상을 티끌 없이 깨끗하게 바꿔놓습니다. 순백의 세상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찹니다. 눈밭으로 달려간 어린이들도 눈처럼 맑은 자유를 만끽하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림책 [새처럼]2회 창비그램책상대상에 선정된 작품입니다. 빨간 모자를 쓴 아이가 순백의 눈 위에 남겨진 새 발자국을 따라다니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발자국의 시작과 끝은 보이지 않아요. 새 발자국에는 오로지 호기심만 있습니다. 아이가 눈길을 따라 걷는 동안, 새 발자국은 점점 수도 없이 늘어나더니 마침내 하늘로 날아갑니다. 아이의 세상은 땅에서 하늘로 넓어지고, 더욱 자유로워지죠.

 


새 발자국이 새가 되어 날아오를 때, 마치 하얀 눈 세상을 뒹굴 때처럼 자유와 환희를 느껴집니다. 빨간 모자의 아이도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새들의 힘찬 날갯짓은 더 먼 곳으로 날아가죠.

 

어린 시절 저도 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학업, 입시의 압박감에 매일 문제집과 씨름하고 하루 반나절 내내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죠. 요즘 아이들이라도 다를까요?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는 부모의 욕망에 어린이들은 47세 고시를 치러 가며, 학습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죠. 새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그림을 보며, 어린이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웃으며 뛰노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언제쯤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새들을 쫓다 보면, 어느새 먹구름이 저벅저벅 몰려오고, 번쩍 번개가 치기도 해요. 새들이 두려워하지만 용감하게 날아가죠. 먹구름과 번개는 여러 가지를 상징하겠지만, 저는 먹구름에서 군인들의 군홧발을, 번개에서 도시 한 가운데 떨어지는 미사일을 떠올렸습니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작고 큰 위기를 맞닥뜨립니다. 폭력과 억압, 학대 등 그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들에서 온전히 피하지 못할 때도 있죠. 그림책 [새처럼]은 어린이들이 억압하는 세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곳곳에 숨어 있어요.

 

[새처럼]은 단순히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그림책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른들에게 지금 이 세상이 어린이들에게 어떤 곳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지 되묻게 만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들은 새들의 자유로운 몸짓에 함께 해방감을 느낄 테고, 어른은 어린이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의 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책에 담긴 메시지를 읽고 나면, 오랜 여운이 남게 돼 책을 덮어도 자꾸만 다시 펼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하얀 눈 위의 아이들이 반갑다고 날갯짓을 하면, 우리도 다 같이 새처럼 날개를 펼쳐 날아 보아요.”

포푸라기 작가의 말처럼,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일상의 폭력과 억압을 벗어나 자유롭게 날갯짓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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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도감 - 학교생활 잘하는 법
김원아 지음, 주쓰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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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첫째가 책을 보자마자, 소파에 들고 가 한참을 읽은 책입니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주인공 조아라를 비롯해 13명 친구들의 개성 넘치는 학교 생활을 보여줘요. 


'발표해요', '모둠 활동을 해요', '독서해요', '쉬는 시간이에요', '화장실에 가요' 등 책 '차례'를 보면, 학교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상황이 나와 있습니다. 책은 주인공 조아라가 친구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한 형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김원아 작가님이 쓴 책이다보니,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친구 한 명쯤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넘칩니다.


이 책은 단순히 교실 속 친구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모둠활동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올바른지, 서로 다른 친구들끼리 다투지 않고 모둠 활동을 잘하는 방법, 색칠 잘 하는 방법 등 학교가 처음이거나, 생활이 서툰 아이들에게 친절한 도우미가 되어줘요. 제가 꼼꼼히 읽게 된 부분은 '쉬는 시간' 내용이었어요. 요즘 초등학생을 관찰해 보면 심심할 때 10명 중 5명 이상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하거나, 리스나 쇼츠를 본다고 정신이 없더라고요. 나머지 5명은 멍 때리거나, 친구들과 수다 떨기도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이 스마트폰과 친숙하다 보니, 대부분 스마트폰에 매몰돼 있었어요.

학교에서 스마트폰 없이 쉬는 시간 10분을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이 다정하게 안내 돼 있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책을 읽다 보면, '뭐 이런 거까지 알려줘야 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코로나 후폭풍으로 요즘 어린이들을 만나다 보면,

또래 집단과 관계와 소통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친구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예비 초등학생,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에게 [내 친구 도감]은 정말 다정한 안내자가 되어 줍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이 슬기롭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꼭 함께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교양서로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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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할머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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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작가님의 신작 [당근 할머니]입니다.

'안녕달' 작가님은 [수박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눈아이], [당근 유치원] 등 작품으로

이미 아주~아주 유명하신 작가님입니다.

작가님의 책을 볼 때마다,

작가님만의 따뜻한 시선과 참신한 상상력이

더해져 마음이 따뜻해져요.

​[당근 할머니]는 아빠 엄마의 외출로

토끼 할머니에게 맡겨진,

돼지 손주와 토끼 할머니의 유쾌한 하루를

그린 작품이에요. 할머니 댁에 가면,

끊임없이 음식을 내어주시잖아요.

저도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감자, 옥수수뿐만 아니라

할머니가 직접 만든 쌀강정을 먹느라

배가 고플 틈이 없었는데요.

토끼 할머니도 돼지 손주가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해 주시느라 바쁘시더라고요.
배부르게 음식을 먹은 돼지 손주가

토끼 할머니와 찾은 곳은 시골 시장입니다.

"엄마, 이것 봐 케이크가

당근 케이크를 나눠줘!"

솜사탕을 파는 솜사탕,

케이크를 파는 케이크, 별사탕을 파는 별사탕

장터 풍경은 정말 재미있는데요.

아이와 함께 안녕달 작가님의

재미있는 상상력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토끼 할머니와 돼지 손주는 모습을 다르지만,

당근을 제일 좋아하는 식성을 가졌는데요.

겉모습을 달라도 식성이 닮은 캐릭터를 통해 우리 주변의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근데 왜 토끼 할머니 손주가 돼지지?"

"다른 엄마 아빠가 낳은 뒤에 가족이 된 거 아닐까?"

책을 다 읽은 뒤에 아이들이 의아해하더니,

서로 이야기하며 답을 찾더라고요.

저는 아이의 질문에 답을 주기보단,

이유를 직접 찾겠끔 이야기를 나눴어요.

마지막 장을 넘긴 뒤에도

또 읽어달라는 성화에 아이와 책을

서너 번 더 읽었어요.
[당근할머니]는 끼니를 챙기는 할머니의 마음,

안부를 묻는 이웃의 정이 듬뿍 담긴 책입니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가정의 달 5월이 끝나기 전,

즐거움과 풍요로움이 가득한 [당근 할머니]

한 번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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