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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평점 :
"때로는 먹물 가득한 터널을 건너야 했으나 그 터널 끝에는 찬란한 빛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신문을 보고 조선일보 미술관에 갔다. 난생 처음보는 신비하고 살아있는 생동감을 주는 옻칠 그림에 푹빠져서 그분의 저서를 사들고와 읽으면서 깜짝깜작 놀랬다. 사람의 정신력이 이렇게 강하다는 것을, 이렇게 위대 하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 나라에 옻칠을 다시 새로운 방법으로 발전시킬 수있게 되었다는 것이 반가웠다.
부모가 살아 계셨지만 그는 가장이 되어야 했다. 초등학생의 신분으로 시장바닥에 나가 과일 노점상이며 풀빵을 구워 파는 등, 어린 몸에 생계라는 멍에를 지고 인생의 비탈길을 걸어야 했다.
그렇게 험난한 삶의 현장에서도 그림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오던 그에게 새로운 디자인으로 가구를 만들게 되고, 그 가구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러면서 우연히 박물관에서 봤던 고려시대의 금속이 전혀 녹슬지 않고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옻칠을 한 뒤에 고온 경하방식으로 건조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 작업하면서 그들의 작품을 모방하거나 흉내 내서는 결코 그들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오직 독창적이고 살아 숨 쉬는 작품이 되기 위해 작품 모티브는 고향, 기다림, 갈대, 바람소리 등 으로 했다. 우리 한옥 문창살에 달빛이 걸려있는 가을밤, 멀리서 다가오는 발자국소리, 한국인이 아니고서는 누가 표현할 수 있겟는가.
때로는 성취감으로 환희에 젖기도 하고 때로는 막막한 절망감으로 밤을 지새우면서 그는 일본 유서 깊은 연회장 메구로가조엔의 옻칠 작품을 3년에 걸쳐 5천여 점을 복원해 냄으로써 세계적인 칠예작가로 우뚝섰다. 오늘이 있기까지 돌 같은 의지로 갖은 역경을 딛고,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그 신비한 옻칠 화가로 성공한 작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전용복, 화가는 말하고 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옻칠의 신비한 기운을 듬뿍 쏘려주고 싶다고,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에 까지 옻칠을 입혀주고 싶다고 ... 옻필은 잘만 해두면 천년이간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의 영혼에도 늙지 않는 옻칠을 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