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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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논어를 처음 접한 건 5년 전 쯤이었다.

우연히 세일하는 도서목록에 있어 구입했고, 내용이 어렵고 막막했던 나는 오랜시간에 걸쳐 완독을 했던 경험이 있다.

논어는 처음엔 어려웠지만 읽을 수록 빠져드는 책이었다.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하고 고뇌하게 만들었다.

이후 한동안 잊고 살고 있던 나에게 논어를 다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워낙 긴 시간을 할애해 읽었기 때문에 두려우면서도 기대감이 컸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받아들이고 느끼는데는 분명 차이가 있을테니까.

이렇게 한문이 적혀있고 그 아래 해석이 나온다.

한문은 머리 아프지만, 해석은 간결하고 쉽게 잘 풀이되어 있다.

사실 이번 책을 보며 놀랐던 게 있다. 해석이 너무 읽기 편하다는 것이다. 분명 전에 읽었던 논어는 해석이 이해가 안되는 맥락이 종종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면서도 명확한 해설이라 읽기 편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시간을 쪼개어 일주일만에 완독했다.

그 중 내가 가장 감명깊고 오래도록 생각났던 구절을 몇 가지 소개해보려 한다.

 

                            

子曰: 見賢思濟焉, 見不賢而內自省也

공자가 말했다.

"현인을 만나면 그를 본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자를 만나면 스스로 그와 같은 잘못이 있는지 반성해야한다" p.75

최근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고민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내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 계속 되뇌이고 고민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도 아니고 그냥 갑자기 툭! 하고 생각이 시작되어 버렸다.

아니다. 남들에게 성품 좋기로 유명한 언니를 바라보며 생각했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나보다. 나는 그 언니가 늘 부러웠다. 사람은 누구나 호불호가 있기 마련인데 그 언니는 '호'만 존재했다.늘 침착하고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며, 유쾌하면서도 진실되고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언니를 본 받고 싶어 말과 행동을 곱씹어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게 바로 “말” 이었다. 언니는 항상 신중하면서도 꼭 필요한 말만 하는 타입이었다. 왜 사람들이 늘 상담이나 조언을 요구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한편 그렇지 못한 자를 만난 적도 있다. 불성실하면서도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을 볼때면 “나는 절대 저렇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실행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실수를 할 때도, 타인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겠지.

평생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반성하고, 고치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어려운 숙제로 느껴진다.

 

 

子曰: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화합하지만 동일하지 않으며, 소인은 동일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 p254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구절이다.

내가 좋아하는 [로마인 이야기] 책이 떠올랐다. 로마는 전쟁을 통해 넓은 땅을 차지하고 통지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 바로 "개방성과 관용정신" 이다. 이 두 가지 규칙이 로마가 오랜 시간 동안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로마는 땅을 정복하고 나면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을 죽이거나, 노예를 삼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종교 등 대부분을 인정해주었으며 심지어 자치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로마 시민권"을 주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화가 자연스럽게 화합하며 공존하는 시대를 이룬 것이다.

21세기인 지금까지도 타민족, 타문화에 대한 화합이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당시에 이런 개방적인 정책을 펼쳤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진정한 군자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은 집단생활을 하며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동물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가장 먼저 지켜야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논어는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나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가보려고 한다. 한계를 정하지 않고 물처럼 흐르듯 나아갈 것이다. 힘든 시간을 지나며 포기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끝을 생각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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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은 공평할까 - 오늘을 위해 내일을 당겨쓰는 사람들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9
양승광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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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을지 몰라도 누리는 시간은 공평하지 않다....
목표없이 게으른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나는 한대 맞은 기분이 든다.
너무 궁금해지면서 어릴때 읽었던 모모가 생각이 났다 모모도 다시읽고 이 책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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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로 달라지는 것들 - 사랑한다면 함께 육아하세요 부모되는 철학 시리즈 13
이상범 지음 / 씽크스마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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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가가 사관학교 출신이라 해서 좀 기대했었다.

힘든 훈련을 모두 겪은 사람이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밀리지 않을거라는 믿음이라고나 할까?

 

작가는 라떼파파를 꿈꿨다. 집에서 쉬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딱 일주일동안 행복했다고.

 

책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라떼가 아닌 책을 들고 슈퍼맨 망토와 함께 뛰고 있는 모습이 꼭 우리의 현실과 닮았다.




[아내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육아가 이렇게 말도 안 되게 힘든 일이라는 걸

"왜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지고 싶었습니다. ]

 


작가는 점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건강한 체력임에도 아이를 안고 다니는 일이 힘들었고, 반복되는 집안일과 육아로 무릎보호대 없이는 다닐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여자들만 앓는 줄 알았던 육아우울증까지 겪게 된다.

 

그는 말한다


우울증 대신 우울병이라고 부르면 나아질까요?


우울증은 증상을 말하는 것 같고, 우울병이라고 하면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지친 몸을 이끌고 아기를 업고 장바구니를 들고 낑낑거리며 집에 도착한 작가는

먼저 도착해 자신을 맞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식탁위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김치찌개가 올라와 있었다.

 


자기가 아이를 돌볼 테니 먼저 먹으란 말에 식탁 앞에 앉았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찌개 때문이었을까요, 숟가락을 잡아야 하는데 눈앞이 흐려져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식탁에 앉아 이유도 모른 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한번 터진 울음은 멈출 줄을 몰랐고, 아내는 저를 말없이 안아주었습니다. ....

그렇게 저는 '여름날의 감기' 같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는 남자임에도 육아우울증을 겪었고, 아내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육아는 남자든, 여자든 똑같이 힘들다.

주부가 되면 남자든, 여자든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생각하고, 행동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작가가 육아를 겪으며 서술한 내용을 보며, 나는 계속해서 의심했다. 여자가 쓴게 아닌가 하고.

그만큼 작가가 우리의 흔한 주부와 참 닮아졌다.



우리가 누구든, 어떤 일을 하든 집에서는 한 가정의 엄마 혹은 아빠입니다. 집 밖에선 부장님일 수도, 대학교수님일 수도 있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은 그저 '나를 사랑해 줄 아빠,엄마'를 필요로 할 뿐입니다.

그러니 왕관은 더 이상 집에 들고 오지 않았으면 해요. 부모의 자리 그리고 배우자의 역할은 우리가 아니고선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녁부터는 모든 직함을 내려두고 사랑스런 자녀와 배우자의 눈을 바라보면서 사랑한다고 말해보세요. 그 순간부터 진정한 행복이 시작되리라 확신합니다.



주부로서 육아가 너무 힘들고 괴로워 우울하다면,

아빠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거,

나만 성격이 나쁘고 짜증 나는게 아니라는걸 알게되고

공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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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삶이 될 때 -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스물다섯 젊은 의사의 생존 실화
데이비드 파젠바움 지음, 박종성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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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소개를 읽었을 때는 닥터스트레인지가 먼저 떠올랐다. 똑똑한 의사가 병을 이기는 내용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뿐..)

그래서 책 내용도 병을 극복하는 이야기거나, 아님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는 에세이일거라 생각했다.

전혀 아니었다.

내 고정관념을 완전히 깬 에세이였고, 약간 신선했다.

 

작가 데이비드 파젠바움은

닥터스트레인지 보다 더 멋진 남자였다.

현재는 펜실베니아대학 의과대학 최연소 교수지만,

과거에는 조지타운대학 풋볼팀 쿼터백에서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난 후 의사의 길을 택했다.

멋진 외모, 학력, 체력 모두 갖춘 이남자는, 한마디로 금수저에 엄친아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불치병이 찾아온다.

풀리지 않는 피로감, 사타구니의 림프절, 구역질, 알 수 없는 통증이 계속 되었다. 결국 근무하던 병원에서 진료를 봤으나, 11주 동안 진단명이 뭔지 찾을 수 없었다.

11주동안 그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병명을 알 수 없으니 제대로 된 치료도 할 수 없었다.

그 후 3년 반 동안 5차례 죽다 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재발과 호전이 반복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 하고 내려놓던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포기 대신 희망을 선택하기로.

스스로 본인의 치료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투병중임에도, 그의 활동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는 희귀병이 얼마나 연구가 진척되기 힘들고, 제대로 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에 그는 캐슬만병에 괸한 전문적인 커뮤니티부터 만들고, 학회에 참석하고, 제약회사에 연구자금을 따내고 자신의 치료법을 찾는다.

마침내 새로운 치료법을 찾았을 때, 그는 본인 스스로에게 첫 실험 대상을 시행한다.

그리고 현재 그는 재발 없이 5년동안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지내고 있다.

그는 말한다

" 내가 완쾌된 상태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있다. 내 병은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중략..

설령 재발한다 해도 내게는 어떤 회한도 없을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서 싸울 것이다. 어떤 경우가 됐든 희망과 삶을 추구하는 이 여정의 모든 순간을 즐길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고 많이 반성했다.

보건계열을 공부하던 중이었던 나는, 정작 가족이 아플 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후 병원에 잠시 근무한 이력도 있으나, 가족을 정성껏 돌보지 못했고 작가처럼 해당 병명에 대해 열심히 공부 하지도 않았다. 어리석은 내 모습에,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에 감정을 실으며 이 책을 읽었다.

내가 공감이 많이 되었던 부분은 질병에 대해 정부 차원의 커뮤니티가 별로 없고, 있어도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

그리고 해당 질병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발표도 나지만, 환자에게 연구 결과가 영향을 미치기까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나의 가족은 희귀병이 아니었음에도 커뮤니티를 찾고, 공감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찾는게 참으로 어려웠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자료를 찾는 나에게 큰 한계로 다가왔다.

그리고 5년 후 재발했을 때, 의사가 원발인지 전이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했을 때 분통이 터졌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차피 다시 수술과 항암을 해야하니까. 그 방법 말고는 없으니까. 의사를 믿을 수 밖에 없으니까.

그때 내가 좀 더 공부했더라면...이 책을 , 이 작가를 좀 더 일찍 알고 내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길이 넓다라는걸 알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자책했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힘든시간이 와도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길은 반드시 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라고 말이다.

혹시나 휘귀병을 앓고 있거나, 난치병, 암으로 싸우고 계신 환우분들이 있다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감정으로 호소하는 에세이가 아닌, 방법론을 제시하는 에세이기 때문이다.

( 그의 커뮤니티 CDCN은 현재 캐슬만병 뿐만 아니라 수많은 희귀병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물론 일반인들이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다만, 이렇게 스스로 방법을 찾아 이겨내는 의사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모여 또 다른 세상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힘이될 수 있는 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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