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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미래를 훔치는가 - 글로벌 보안 전문가가 최초로 밝힌 미래 범죄 보고서
마크 굿맨 지음, 박세연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아직도 내가 니 엄마로 보이니?"라는 한 마디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던 무서운 이야기가 있었죠. 바로 엘리베이터 괴담입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한 엄마가 사실은 귀신이었다니! 무서운 것도 무서운 것이지만, 귀신이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설정이 당시에는 굉장히 신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디오 테이프 속 사다코처럼 귀신도 기술을 받아들였다는 혁신적인 이야기니까 말이죠. 꽤 오래 전에 유행했던 이야기라서 지금은 기술이 더 발달했고 공포 역시 차원이 달라졌습니다. 이젠 십대 아이들조차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 조작만으로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를 속일 수 있게 됐습니다. 가짜 영상으로 방범 카메라를 속이는 영화 같은 일이 우리가 하루종일 들여다보는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의 화면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된 것이죠. 운전자가 자신의 두 눈보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더 믿고 따르는 것처럼 우리는 기술을 전적으로 믿고 있지만 누군가가 중간에 끼어들 수 있다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합니다.
p.261-우리는 하루하루 더 연결되고 의존적이며 위태로워지고 있다.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기술의 혜택은 악의적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돌아갑니다. 이 책은 범죄조직이야말로 진정한 얼리 어댑터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죠. 옛날엔 자동차 도둑이 옷걸이로 낑낑대며 잠긴 문을 땄지만 지금은 해킹을 통해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빈집털이는 SNS에 올린 사진의 위치 정보를 보고 쇼핑 카탈로그처럼 고가의 물건들을 골라 훔치게 됐습니다. 폭탄 제조법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은 '테러리스트 대학'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고, 범죄조직은 기술 혁신을 통해 버젓이 기업 행세를 하며 돈을 가로채고 있습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범죄야 어쩔 수 없다 치고,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믿고 있는 정부나 기업도 우리의 온라인 세상을 위협한다는 사실입니다. 국가는 범죄 수사의 일환으로 SNS를 수색하고 특정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 인물로 간주해 버립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광고주에게 우리의 사적인 정보를 팔아넘기고 있지만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죠. 그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약관에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개인 정보를 자신들의 권리라고 주장합니다.
p.95-"어떻게 그들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허락했기 때문이다.
p.132-불완전한 정보 시스템 속 데이터베이스는 누가 훔쳐가기만을 기다리는 보물이다.
뉴스를 통해 웬만한 사기 수법과 취약한 보안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넷 사용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백신을 설치하라는 팝업이 뜨면 당황해서 확인 버튼을 누르게 되고, 앱이 상관없는 권한을 요구하는데도 남들이 다 사용하니까 아무 의심 없이 설치하는 경우처럼 말이죠. 설마 내 개인정보를 가지고 뭘 할 수 있겠냐고 방심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영화 같은 일들을 접하고 나니 그동안 너무 순진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보를 훔치는 걸로 모자라 우리도 모르게 수정되어 무고한 사람이 체포되고 잔인한 범죄자가 석방되는 일이 흔하고, 잘못된 처방으로 목숨을 잃을 위험도 있습니다. 앞으로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인체에 기계가 이식되는 시대가 되면 문제는 훨씬 심각해질 겁니다. 그런데도 관련된 교육은커녕 문제 인식 자체가 부족한 현실이죠. 이 책을 통해 기술의 긍적적인 측면 만큼이나 부정적인 측면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인식한다면 다가올 위협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처음엔 다큐멘터리로 읽던 책이 범죄 스릴러이자 첩보물, 그리고 공상과학으로 읽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