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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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딱딱하게 느껴졌다. 수리 보고서라니.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이 제목이 정확하다는 걸 알게 된다. 영두가 쓰는 것은 창경궁 대온실의 수리 기록이지만, 그 행위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다. 건물을 고치는 과정과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이 같은 절차를 밟는다는 것, 이 소설은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정밀하게 증명한다. 대온실이라는 공간이 흥미롭다. 1909년 일제에 의해 세워진 이 건물은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대중 야앵의 배경으로, 역사 청산의 대상으로 의미가 여러 번 갈아 입혀진 채 살아 남았다. 작가는 이것을 '생존자'라고 부른다. 단죄도 옹호도 아닌 그 명명이 이 작품의 윤리적 위치를 보여준다. 판정하는 대신, 겹겹이 쌓인 욕망과 상처 그 자체를 응시하는 것.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는 소설은 많다. 이 작품이 다른 것은 "어떻게 쓰는가"의 층위에 있다. 안문자 할머니가 말한다. "더 억울해지는 건 그 억울한 일에 내가 갇혀버리는 일 같아." 가해자를 향한 분노가 아니라, 상처 안에 갇힌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이 더 무섭다는 것. 상처의 수리는 외부를 향하지 않는다.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과의 따뜻한 공감 쪽으로 방향을 튼다. 기억은 한 번 저장되면 고정되지 않는다. 떠올릴 때마다 조금씩 다시 쓰여진다. 영두의 보고서도 그렇다. 완결된 복원이 아니라, 계속 갱신되는 기록. 이 소설이 '보고서'라는 형식을 택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쓰는 행위 자체가 치유인 이야기. 소설이 역사보다 경쟁력을 갖는 지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돌아보면 항상 어떤 장소를 지워버림으로써 삶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다."p.17 "산아야, 더 억울해지는 건 그 억울한 일에 내가 갇혀버리는 일 같아. 갇혀서 내가 나 자신을 해치는 것." p.31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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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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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고치는 일과 상처를 수리하는 일은 같은 절차를 밟는다. 이 소설은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정밀하게 증명한다. 소설이 역사보다 경쟁력을 갖는 지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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