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일기를 쓰게 하고 싶어서 여러번 시도를 해 봤는데 매번 그때 뿐이었다. 그림일기부터 그리도록 하긴 했는데 특별한 주제가 없이 막연히 그리게해서 그런지, 아니면 연속적으로 매일 강요하다 보니 아이가 질린 것인지 모르겠지만(물론 둘 다지만) 일기쓰기가 진척이 안되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일기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는 요즘, 아이에게 일기에 대해 쉽게 어필 할 수 있는 책이다. 보통 일기라고 하면 우리 부모들 세대의 강박관념인지.. 매일매일 날짜와 날씨를 꼭 적고 약간의 긴장감으로 적었던.. 말하자면 일기란 기억은 우리들 세대엔 별로 달갑지 않다. 그런데 그런 일기를 아이들에게 강요해야 하는 우리는 우리와 똑같은 기억으로 아이들을 몰아가지 않나.. 생각이 든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쓴 이 책은 또박이 삼촌과 박물관에 다녀오면서 나들이 일기를 쓰는 내용이다. 나들이를 다녀오면서 가져온 스탬프 찍은 것, 나뭇잎, 입장권 등으로 꾸미는 일기는 우리 아이도 읽으면서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지 우리도 다녀와서 이렇게 해 보자고 먼저 말한다. 정말로 이 책을 읽으면 일기란 즐거운 나들이 기억을 정리하는 재미난 작업에서 출발한다. 요즘 일기와 함께 대두되는 것이 관찰일기, 기행문과 같은 나들이 보고서이다. 처음부터 매일 강조하는 일기 대신에 이 책처럼 나들이를 다녀오면서 일기 + 쓰기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준다면 아마도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일기를 쓰고 싶어서 쓰는 그런 날이 올 것 같다. 더불어 학년이 올라가서 체험보고서 같은 것을 쓸 때도 아이의 실력이 빛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본문 중에 그런 얘기가 나온다. 별이가 비가 와서 밖에 못 나가니까 나들이 일기를 못 쓰겠네.. 하고 걱정하니 또박이 삼촌이 "쓰고 싶을 때 쓰면 돼.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까 재미있는 거야." 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도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여유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눈부신 이 봄, 아이 손을 잡고 가까운 곳이라도 나들이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