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쓰는 날들 - 어느 에세이스트의 기록: 애정, 글, 시간, 힘을 쓰다
유수진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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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개인의 상념을 자유롭게 표현하거나 한두 가지 주제를 공식적/비공식적으로 논하는 비허구적 산문 양식


나는 가장 유연하고 융통성 있다고 평가되는 이 문학 양식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무겁지 않은 상념이 담긴 에세이를 좋아한다. 거기에 솔직하기까지 하면 더 좋다. 안 그래도 머리, 감정 쓸 일이 많은 현실에서 글도 무거운 걸 읽어버리면 푹- 가라앉는 기분이라 에세이만큼은 가벼운 걸 찾아보려 한다. 간혹 관심이 가는 주제가 따로 있지 않는 이상은.

 

<나답게 쓰는 날들>은 상상력이 아닌 내 시간을 팔아 만든 솔직한 나의 에세이를 담은, 가볍지만 밀도 있는 책이었다. 흔히 말하는 연인 간의 애정을 넘어 일상 곳곳에 녹아든 애정에 대해 기록한 애정을 쓰는 일랩터, 팝콘처럼 톡톡 튀어 오르다가도 턱 막혀버리는 애증의 대상 이란 것에 대해 기록한 글을 쓰는 일챕터, 흘러가는 시간 속 나와 나, 나와 누군가의 관계에 대해 기록한 시간을 쓰는 일챕터, 얼마간의 지침을 지나 나를 보호하는 힘을 알아가는 과정에 대해 기록한 힘을 쓰다 챕터까지. 4개의 챕터로 이뤄진 책 안엔 정말 부지런히,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써온 유수진 작가님의 시간이 그득히 차있다.

 

책 한 권을 들고 읽다 보면 책의 감상과는 별개로 그냥 이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낸 저자와 책을 위해 힘을 썼을 여러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일기 하나 쓰지 못하는 나는 언제나 창작자란, 범접할 수 없는, 나랑 다른 사람일 것 같다는 먼 느낌을 자주 받는데 이런 솔직함이 담긴 에세이를 읽으면 그나마 그도 사람이구나하며 그의 일상에 공감하고, 그가 겪었던 막막함의 기록에 위로를 받는다. 특히 나이를 적지 않게 먹고 방구석에서 질질대고 있을 때, 나와 비슷한 나이에 잠깐의 방황을 거쳐 다시 길을 찾았다는 이야기들을 보면 그렇게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

 



유수진 작가가 자연스럽고 더 좋은 나의 글을 쓰기 위해,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거쳤던 일련의 과정과 갓 사회에 나와 겪었던 일들은 나에게 공감을 주었고, 조금 이른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그의 부지런함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최근 들어 여러 핑계를 대며 일을 미루고만 있었기 때문에..)

 

여러 부분들이 소소하게 기억에 남지만 특히 첫 번째 챕터에 적힌 여러 형태의 애정을 그린 글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그중에서도 말을 걸지 않는 택시’, ‘별의별 공포증부분은 바로 한 발자국 앞에 타인 접근 금지선을 그어놓은 나의 마음을 살살 녹여버렸다. 말 한마디로 탁- 트여버리는 마음과 마음 사이, 말 한마디로 만들어내는 안정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상처를 치유해 주기도 하는 누군가와의 교류가 퍽 그리워지는 글이었다.



 

구독자가 글을 읽으며 공감했다.’는 댓글을 남길 때 가장 기쁘다는 작가님께, 딱 한마디를 남긴다면 나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어요라고 전하고 싶다. 내가 겪은 일들을 풀어내는 에세이는 딱 봤을 땐 가볍고 편하게 쓰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에세이 안에는 글을 쓰기 위해 수십 번 고민하고 그 시간을 몇 번이고 되새겼을 저자의 정성과 나와 그 시간을 사랑하는 애정이 듬뿍 들어있다.

 

나와 나의 시간, 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엮어낸 기록. <나답게 쓰는 날들>. 나에게 이 책을 읽는 시간은 글을 쓸 용기와 일상에 대한 애정을 한 번 더 떠올려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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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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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리커버 도서로 만났던 얀 마텔 작가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이후, 근 4달 만에 그의 전설적인 작품 <파이 이야기>를 만났다. 어릴 때 학교 도서관에 꼭 꽂혀있었던, 방학 독후감 과제 유인물에 필독 도서로 꼭 적혀있던 바로 그 책! 외압(?)으로 인해 후루룩 앞부분만 훑어본지라 제대로 기억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이름과 이야기 흐름만 익숙할 뿐, 사실상 초면이다.


처음 이 도서를 집어들었을 때 든 걱정이 하나 있었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여정이라기보단 아쉬운 감정이 더 많이 드는 여정으로 다가왔는데, <파이 이야기>도 내 마음을 지치게 하는 구석이 있진 아닐까? 하는 걱정. 그래서인지 이야기의 도입부를 넘기기가 어려웠다. 온전히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단 이야기의 중심인 ‘바다 위 여정’ 부분이 언제쯤 나올까 기대하고 기다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파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소년 파이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가족의 둘째 아들로 다양한 동물들과 종교를 접하며 자란다. 그는 여러 동물들의 삶과 특징, 각 종교의 신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접하며 넓은 시선을 갖게 된다. 파이가 어느 정도 자라 소년이 됐을 때 가족들은 사회적 분위기를 타 동물원을 정리하고 캐나다로의 이민을 결정한다. 하지만 파이 가족은 예기치 못한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파이는 홀로 살아남게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에 탄 ‘사람들 중’ 홀로 말이다.


서른 명 정도가 탈 수 있는 20여 미터의 구명정. 그리고 오랑우탄, 하이에나, 커다란 뱅골 호랑이. 파이를 제외한 동물들은 서로 싸움을 하다 당연하게도 최강자인 뱅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만 배에 남게 된다. 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구명정과 뱅골 호랑이 그리고 나. 파이의 주변에 남겨진 것들을 보면 희망보다는 절망이 강하게 떠오른다. 


파이는 도저히 ‘이 호랑이와는 같이 살 수 없다.’며 구명정 끝자락에 뗏목을 만들어 자리를 피한다. 하지만 거리를 두는 것으론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없음을 깨닫고 리처드 파커와의 공존을 택하고 절망에 맞선다. 또 다른 생명체가 주는 팽팽한 긴장감은 시간이 지나며 안정감으로 바뀌고 파이는 이제 ‘리처드 파카와 같이 있어서 살았다’고 말한다. 한 생명체가 주는 위안과 희망은 내 예상보다 강력했다. 구명정을 벗어나는 순간 나에게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존재란 걸 알면서도 이 맹수에게서 희망을 보게 되다니, 신기했다.


이 이야기는 파이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다. 총 7개월에 걸친 아주 긴 바다에서의 표류와 잠깐 머물렀던 섬, 리처드 파커와의 마지막. 그리고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달게 믿지 못하는 이들(보험사 직원들)과의 인터뷰까지. 절망을 보기보단 믿음과 희망을 보던 소년의 거짓말처럼 환상적이고, 믿기 어려울 만큼 기적적인 표류기가 오래 굳어있던 상상 근육을 자극한다. 개인적으론 초반부(약 150페이지 정도)를 넘기는 게 어려웠는데, 그 부분을 넘기고 나니 뒷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상상의 즐거움이 밀려와 단박에 책을 완독 하는 데 성공했다. 책을 읽는 내내 따가운 태평양의 햇살과 끈적한 바다, 방수포 근처에 삐죽 튀어나온 커다란 호랑이의 앞발을 상상했다.


파이가 전하는 끈질긴 믿음과 희망의 표류기는 흥미롭고 신비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오늘 날짜가 며칠인진 몰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예배를 올리던 그의 신과 삶에 대한 믿음, 생존에 대한 신념이 뭉쳐 만들어낸 기적적인 표류기. 몇 년 뒤 나이를 더 먹고 이 표류기를 읽는다면 또 다른 메시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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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잘 있습니다 - 엄지사진관이 기록한 일상의 순간들
엄지사진관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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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개하고 햇살이 눈에 띄게 보송해졌다. 봄이 왔고, 봄은 열심히 지나가고 있다.


봄,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그건 바로 ‘제주’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든 좋지만 특히 봄에 많이 떠오르는 여행지 ‘제주’. 한 달 살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만들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낭만의 섬이라 불리는 곳. <제주는 잘 있습니다>는 그 섬에 정착하게 된 저자 ‘엄지 사진관’의 이야기다. 책 안엔 힘든 시기에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났던 여행지 제주가 낯선 타지가 되고, 시간이 흘러 행복한 일상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있다.




나에게 제주란 낭만적인 여행지다. 시내가 아닌 외곽을 주로 여행해서 일진 모르겠지만, 도시에선 볼 수 없는 탁 트인 땅을 볼 수 있는 제주가 좋았고, 그 위에 심긴 꽃들이 좋았고, 타이밍을 잘 맞추면 텅 비어있는 도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엄마도 제주를 좋아했다. 서울 태생으로 평생을 서울 안에서만 살아온 우리 엄마는 TV와 책 등 여러 매체에 비치는 제주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한때는 ‘은퇴를 하면 제주도에 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에 자유여행을 다녀온 후, 엄마는 입도의 꿈을 접었다. 여행지로선 좋지만, 막상 살라고 하면 못살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제주가 살기 좋지 않다는 건 아니고, 우리 엄마와는 맞지 않았단다.


같은 장소지만 그것을 여행지로 보느냐, 삶의 터전으로 보느냐에 따라 장소에 대한 이미지가 확 달라지게 된다. 책의 저자 엄지 사진관 작가 또한 제주도를 힘들 때마다 훌쩍 떠나는 여행지로 생각했었지만 처음 입도했을 땐 눈물을 펑펑 쏟았고, 자의로 왔지만 어찌 됐든 새롭게 시작된 타지 생활에 맘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낭만적인 도피 여행지를 하나 잃었지만 이제는 ‘제주도 살아서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제주도민이 되었다.





고속도로가 아닌 배와 비행기로 가야 하는, ‘입도’라는 말을 쓸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 ‘제주도’. 내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 특별함을 더해준 것인지 언제부턴가 제주도는 각광받는 여행지가 되었다. 또 특별하지만 맘만 먹으면 비행기를 타고 훌쩍 다녀올 수 있으니, 차를 타고 몇 시간 운전해서 다녀오느니 짧게 비행기를 타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제주도를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하면 “혹시 수학여행으로도 안 가봤어? 한 번도?”라는 질문이 돌아올 만큼 제주도는 사랑받는 여행지다. 이 수요를 증명하듯 서점에 가면 제주에 대한 책들이 정말 많다. 누군가의 제주 여행 기록, 제주 사진집, 제주 에세이, 맛집과 여행지 소개까지. 나도 그런 책들을 많이 봤고 실제로 읽어보기도 많이 읽어봤다. 근데 여행지로서의 제주도 이야기나 이미 제주에 정착한 이들의 부러운 제주 살이 이야기는 읽어봤어도 입도 전과 입도 과정 중에 느꼈던 감정들도 함께 담은 책은 처음이었다.




<제주는 잘 있습니다>에 담긴 많은 2-30대가 공감할만한 고민들과 그것들을 넘어 도착한 섬 제주의 모습. 그리고 천천히 쌓아간 온기 어린 새로운 추억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내가 느낀 점을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제주도를 소개하거나, ‘제주도가 이만큼 좋아요.'라고 말하는 책이라기보단 감성적인 일상의 기록이자 누군가에게 전하는 편지에 가까운 느낌이다. 모두가 걱정했던 제주도행을 결정했지만, 나는 그래도 잘 살고 있다고. 여전히 작은 걱정과 고민들을 갖고 있지만 제주를 내 일상에 잘 녹여내고 있다고 안부를 전하는 소박한 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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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돈 공부
조성준 지음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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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올해 20대 후반이 되었다. 1년 휴학을 끼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훌쩍 나이를 먹었고, 학생 시절 해본 일이라곤 단순 아르바이트나 전공과 관련된 짧은 경험들이 전부였던지라 난 여전히 사회 초년생, 삐약이다. 생활을 영위할 만큼의 돈을 벌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나의 경제관념은 제로에 가깝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 취업 전선에 뛰어든 친구들과 대학을 나보다 어린 나이에 졸업한 친구들을 보면 주식이고 코인이고 별별 이야기를 다 하는데 내가 아는 거라곤 세금과 소득에 대한 몇 가지 기본 지식 같은 것뿐이었다.


투자와 N잡으로 여러 소득을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왠지 뒤처진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 덤비면 안 될 것같다는 두려움에 선뜻 투자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직 ‘주린이’ 타이틀 조차도 달지 못한, 투자계의 매미 유충 같은 내 손에 가뿐한 무게를 가진 책 <우울할 땐 돈 공부>가 쥐어졌다. 우울할 땐 돈 공부…? 돈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제목부터 딱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내가 아주 어렸을 때와 비교해 ‘돈’에 대한 세상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그때는 노동 소득과 은행 적금, 이자가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당시 고소득층의 투자 성향까진 모르지만, 우리 집안처럼 ‘평범한’ 수준, 그 근처를 웃도는 사람들이 투자로 소득을 관리한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주식했다 망했다더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나는 주식을 영화로 접했다. 그것도 실화 대규모 사기극을 바탕으로 제작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통해서… 피터 린치 같은 인물을 먼저 봤어야 했는데 시작이 아주 단단히 잘못됐다. 영화 속 월가는 아주 깊고 치열한 사기꾼들의 세계 같았고 주식 투자는 패망의 지름길처럼 보였다. 누군가가 말아먹었다는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들어 본적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영화를 보고나니 나에게 ‘주식은 위험한 것’이란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투자는 도박과 같다는 오해를 푸는 것으로 시작해 투자에 대한 나의 전체적인 시선을 바꿔주었다. <우울할 땐 돈 공부>를 읽으며 투자란 조커 카드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투자를 잘못 과용하면 도둑잡기의 조커처럼 나를 무너트리는 거고, 충분한 공부와 함께 침착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원카드의 조커처럼 나의 인생 승리에 큰 이득이 될 수 있으니까.


책의 챕터는 크게 주식 투자와 부동산, 사회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 형태의 재테크로 구성되어있다. 책 자체가 어렵고 딥한 내용이 아니기도 하고, 언젠가 뉴스를 통해 한번쯤 흘려봤을 법한 실제 사례들이 나열되어있어 이해하기도 수월하다. 무지렁이인 나도 샥샥 가볍게 책장을 넘기며 읽었을 만큼 말이다.


‘돈’ 아주 짧은 음절의 이 단어가 가진 무게감은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될 순 없다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건 결국 돈이다. 예전 같았으면 속물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말이지만 요즘엔 다르다.


이젠 평범한 수준의 소득으론 정말 쉼 없이 일해도 집 한 채도 사기 힘든 시대가 되기도 했고 60대 정년이 아닌 빠른 은퇴와 함께 인생을 즐기고자 하는 의식의 변화가 생기며, 내가 받은 이 노동 소득을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를 하기 위해 공부하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 연일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가상 화폐가 큰 화제가 되고. 간편하게 어플을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할 수 있는 통로까지 생기니 너도나도 당연하게 투자에 도전하고 있다. 모두가 돈 이야기를 한다. 사회 초년생이든, 오래된 경제인구든. 그리고 이젠 경제 교육을 명목으로 아이들까지 주식 투자를 경험한다.


<우울할 땐 돈 공부>는 현시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는 ‘돈 굴리기’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한 안내서 같은 책이다. ‘투자와 돈 문제’ 왠지 어렵고 위험해 보이는 새로운 도전 과제 앞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말아야 할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인식을 바꿔보는 걸 추천한다. ‘무조건 투자하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꼭 책을 읽고 주식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책을 통해 모르고 있던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볼 수도 있고, 시장과 트렌드를 읽는 방법을 얻어갈 수도 있으니 돈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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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이얼스 - 원하는 인생에 도착하기 위해 오늘 나만의 목표를 쏴라
엘리자베스 세그런 지음, 윤여림 옮김 / 토네이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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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일단 현재를 열심히 살라는 그 말이 나쁘단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계속 들어오니 대체 언제가 인생의 중요한 시기란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지금 뭘 준비해야 할진 모르겠고, 되는대로 즐기자-하고 대책 없이 살아가는 류의 사람이 되었다. (핑계 같지만, 어릴 때부터 필요 이상으로 들은 ‘중요한 시기’라는 압박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다. 아무튼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올해 2월. 퇴사를 했다. 퇴사를 했다는 건 즉 하루의 절반(근무+점심+출퇴근 등…) 가량을 차지했던 경제 활동 시간이 사라졌다는 거고, 24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됐다는 뜻이다. 엄-청- 무-지- 신났다. 그래서인지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안 그래도 빠른 시간이 두 배 속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던 시간이 로켓에 매달려 슈웅- 발사된 느낌이랄까.


근데 이렇게 속 편하게 지내다 보니 갑자기 불편한 감정이 밀려왔다. 나 지금 20대인데, 코로나 핑계로 어디도 안 나가고 사람도 안 만나는데… 20대 후반인데 이렇게 지내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 이번 해는 꼭 ‘갓생’을 살자며 말로만 다짐했다.


갓생 :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

근데 뭘 해야 갓생이지? 나는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지? 어디 물어볼 곳도 없었다. 주변엔 나이가 얼마 차이 안 나는 동년배뿐이고, 부모님에게 여쭤보자니 세대 차이도 그렇고, 어릴 때부터 나를 전적으로 믿어준 분들이라 따끔한 충고는 기대할 수 없었다. 


학생 때는 진학을 위한 공부를 해야 했고, 대학생일 땐 앞에 놓인 과제와 취업을 생각해야 했고, 취업을 하니 그저 일을 해야 했다. 짧은 취미 시간을 제외하면 나에 대해, 내가 가진 기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적도 없었다. 사실 취업도 현실과 여건에 맞춰 결정했으며 일을 할 때도 매일 나에게 되물었다. “난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소위 말하는 ‘현타’를 맞으며 몇번이고 이 질문을 반복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나는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길을 선택하고 싶은가?”… 대략 남들처럼 살면 만족한다는 대답 외에 자신감 있게 인생의 목표를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답을 찾는 것도 어색한 나와 우리들에게 <로켓 이얼스>는 새로운 형태의 질문들을 제시한다.


인생의 어느 시기고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있겠냐마는, 처음 ‘성인’이란 타이틀을 마주한 20대. 막 합법적인 자유를 얻은, 책임의 무게가 아주 조금 늘어난 20대. 어떤 세대든 갈망하고 부러워한다는, 가장 반짝이는 20대! <로켓 이얼스>의 저자 엘리자베스 세그런은 이 20대를 책의 제목 그대로 ‘로켓 이얼스’라고 칭한다. 로켓 몸체와 발사대의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들어맞더라도 아주 작은 발사 각도의 차이만으로도 로켓의 궤도와 발사 성공 여부가 갈리듯, 20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궤도가 정해진다는 이야기다.


<로켓 이얼스>는 저자 엘리자베스 세그런이 20대를 겪으며 고민했던 문제이자 청년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레 묻혀있는 8가지 문제들이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20대를 이렇게 살아야해!”라고 말하기보단, “삶의 궤적을 그리는 방법을 알아가는 20대를 보내라”라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로켓 이얼스>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직은 꼭 나쁘기만 한 걸까?,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운동은 꼭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 외에도 연애, 결혼, 가족, 친구, 주장을 표현하는 방법, 믿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볍다면 가볍고 어렵다면 또 어려운 주제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물론 저자와 우리는 같은 문화권이 아니기에 일부 한 번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의외로 크게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운동 파트를 보며 정말 많이! 공감했다.)


책의 저자도 그랬듯이 모든 목표가 한 번에 이뤄지지 않거나, 원래 그렸던 꿈이 순식간에 좌절되는 순간을 겪었던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앞에서 ‘포기’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건 내 소중한 20대를, 나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다. 나에 대해 질문하고, 삶의 주도권과 나의 행복을 위한 노력과 질문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행복하고 안정적인 인생에 도착할 수 있는 성공적인 발사 궤도를 구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4월이 왔고, 놀랍게도 2022년의 3분의 1이 지나갔다. 갓생을 다짐한 20대라면, 갓생을 살고 싶은 20대라면 은근 유용하게 쓰일 책일 거라 생각한다. 20대에 봐도 좋고, 30대에 봐도 좋고… 은퇴를 하고 갑자기 자신의 시간이 훅 늘어난 중장년층이 봐도 좋겠다.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인생의 궤적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 현실적으로 다가올 이야기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해가 지날수록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힘껏 붙잡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의 저자가 하는 이야기를, 그가 던지는 질문들을 들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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