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 귀농하고픈 아들과 말리는 농부 엄마의 사계절 서간 에세이
조금숙.선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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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는 10년 차 농부인 엄마 조금숙 씨와 귀농을 꿈꾸는 아들 선무영 씨가 주고받은 서간을 한 데 모아 만든 에세이다.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던 아들은 변호사 시험을 두 번 치르며 한계를 느꼈고 귀농을 하기로 결심한다. '단순히 귀농이 하고 싶어서 '귀농을 할까, 말까'를 고민한 게 아니었어요. 귀농한 삶, 도시에서의 대안적 삶, 권장되는 트랙을 밟아가는 삶을 두고 셋 중 어떤 것이 가장 큰 행복을 줄지 가늠해 보았습니다. 저의 결론은 귀농입니다.(7쪽)'라며 대쪽같은 진심을 말한다. 하고 싶은 건 기어이 해야 하는, 하기 싫은 건 절대로 하지 않는(25쪽) 아들이기에 엄마는 아들을 향한 걱정을 조심스럽게 내보인다. 무조건 오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닌, 귀농의 현실적 어려움을 짚어주며 '이 모든 걸 감수할 수 있겠니'라고 묻는다.


조금숙 씨의 편지를 읽다 보니 부모님 생각이 자꾸 났다. 부모님은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는다. 밭에는 옥수수, 감자, 배추, 파를, 산에는 두릅(개두릅도 같이)과 밤나무를 심었다. 몇 년 전, 일을 쉬고 있을 때 밭일을 도운 적이 있다. 감자를 심기 전에 밭을 다지는 일이었다. 돌을 고르고 잡초를 뽑았다. 아빠가 고랑을 만들면 나와 엄마는 비닐을 잡고 양쪽으로 쭉 늘려서 씌웠다. 일할 때는 너무 신이 났다. 내가 흘린 땀만큼 잘 자라길 바라면서 뿌듯했다. 허리 아프니까 그만하라는 말에 하나도 안 아프다고 대답했다. 엄마는 다음날 아파서 못 일어날 거라는, 미래를 예언했다. 그 예언은 적중했고 나는 고작 하루 일하고 앓아누웠다. 몸을 일으켜 세우기가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니. 나는 하루살이 농부였다.


아들의 귀농을 뜯어말리는 엄마가 이해된다. 몸 구석구석 안 아픈 데 없이 고생하지만, 노동에 따른 정당한 보수를 받기 어려운 게 농사일이다. '언제까지 농민들은 원가도 건지지 못하면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묻고 싶은데,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78쪽)'. 이게 현실이다. 이래서는 누가 농사를 지으려 할까. 시골에서 가장 어려운 판로개척. 아들은 엄마의 걱정을 든든하게 덜어낸다. '와이파이 신호 세 칸이면 어떤 일이든 벌일 수 있어요. 어머니가 애써 기르신 감자, 옥수수, 제가 팔아드리겠습니다.(86쪽)'.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짓고자 하는 아들의 마음가짐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시골이 시골로 남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무엇을 할 수밖에 없으니, 몸부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까요. 저와 아내는 그 몸부림을 함께하려 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힘들고 어렵겠죠. 그래도 꼭 하고 싶으니, 치열하게 해내려 합니다. 마음처럼 쉽게 풀리리란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조금씩 편안해지고 행복해지고 아름다워지는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214쪽)'. 농사일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더 나답게, 행복하게 살기 위한 도전에 응원을.


다정하고 힘이 센 응원이 담긴 편지를 통해 덩달아 힘을 얻을 수 있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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