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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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을 살고 있는 넬리 머독과 2018년을 살고 있는 앨리스 헤일의 이야기로, 둘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되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63년의 시간을 건너뛴 그녀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얽힐지 궁금하고 기대됐다.


앨리스 헤일(29세, 전 홍보업계 직원/현 백수)은 남편의 의견에 따라 1940년대에 지어진 빈티지한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상업·금융·문화의 중심지인 맨해튼에서 오래된 집들이 즐비한 그린빌로 이사를 오게 된 앨리스. 도시에서 살던 그녀는 시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아주 작은 실수 하나로 잘못된 판단을 내려 삶을 완전히 말아먹는 바람에, 변화 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p. 39)'라며 좌절한다.


그녀가 살던 머리힐에서 그린빌까지 얼마나 먼지 궁금해서 구글 지도로 찾아봤다. 대체 얼마나 멀길래 그러나 싶었는데 정말 멀었다. 자동차로 11시간, 기차로 15시간. "친구 좀 만나고 올게." 하고 나갔다 올 수 없는 아주 먼 거리였다. 기존 생활을 벗어나 전혀 다른 곳에서의 시작이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단절된 느낌이지 않았을까? 그녀의 좌절이 이해된다. 


앨리스는 '인생에 병가를 내고 싶은 날(p. 128)'이라고 할 정도로 좌절스러운 현생을 살고 있다. 커리어도,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친구나 남편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그 와중에 아이를 갖는 문제까지. 어느 것 하나 맘 편히 넘어가는 게 없다. 그러던 그녀는 <모던 주부를 위한 요리책>을 발견하게 된다. 부치지 못한 편지도 얻게 된다. 이 뜻밖의 편지는 앨리스와 넬리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그리고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는 나와 그녀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앨리스와 넬리, 두 여자를 통해 현재 나는 직업이나 대인관계, 결혼과 아이 문제 등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 봤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이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 그래도 하루에 커피 한 잔씩은 충분히 가능해."라는 말을 들었다. 프리랜서라 매달 급여가 달랐다. 특히 코로나가 극심했던 작년에는 정말 심각했다. 돈 때문에 예민해진다는 게 어떤 건지 절절히 느꼈다. 자격지심 때문에 아무 말 못 하는 앨리스의 처지가 공감되었다. 적어도 먹고 자는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는 벌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했을 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어차피 내가 번 건데 뭐,라는 느낌이랄까. 


가장 공감되었던 직업 이야기로 풀어봤지만 결혼과 아이 문제 역시 쉽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었다. 중요한 건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속상해하겠지?'라고 넘겨짚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중에 풀어야 할 실타래가 훨씬 많아질 뿐이다. 


7월에 출간된 <마른 여자들(다이애나 클라크/창비)>도 그랬지만 창비는 참 여성 소설을 잘 뽑아내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소설이라 생각한다.



본 서평은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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