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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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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일은 때를 가리지 않았다.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죽었다. 꽃이 피는 밤에도 죽었고 꽃이 지는 밤에도 죽었다. 달이 뜬 밤에도 죽었고 달이 뜨지 않은 밤에도 죽었다.' P14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 재수를 하다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거쳐 장례식장 아르바이트까지 오게 된 재호와 마리. 이틀을 이어진 장례식장 도우미 일이 끝나면 그들은 밤거리를 헤맨다. 밤 12시경 일은 끝나지만, 알바비로 택시를 타고 집에 갈수 없는 그들은 첫 차가 운행되기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밤거리를 돌아다닌다. 한낮엔 엄청난 이들이 오가는 서울시내 한복판의 거리지만, 그들을 맞는 밤거리는 모두 문들 닫았다. 불을 밝히고 있는 곳은 장례식장과 24시간 맥도날드뿐. 결국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콜라 값만 있어도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맥도날드뿐이다.?
노름판을 돌아다니며 딸의 아르바이트비까지 빼앗아가는 마리의 아버지, 어릴 적 누나와 목조르기 놀이를 하다 누나를 죽였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재호는 텅 빈 밤거리를 돌아다니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서로를 위로한다. 그렇게 그들의 밤은 텅 비고 쓸쓸하게 지나가는데....






진짜 재미없는 세상이야. 우리는 산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하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하니까. 이곳마저 잘리면 어디로 가야 할까. 설마 화장터나 무덤을 지키는 알바를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P103

이 책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힘겨운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오토바이를 타고 밤거리를 질주하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고 텅 빈 거리에서 소리를 지르는 그들의 행동은 기성세대인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밤거리를 배회하는지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들에게 많이 미안해졌다. 젊은 세대의 노숙 장소가 되어버린 맥도날드에서 그들은 44년간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한 마우러 할머니가 정규직일 거라며 부러워한다. 취업하기 힘든 세상. 그저 바라는 건 정규직뿐이거늘 그 길은 참으로 멀기만 하다.





텅빈 밤거리. 그곳에서 질주하는 두 남녀. 기성세대로서 그들의 아픔을 깊이 알지 못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다. 내 눈의 잣대로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위험한 일이지 말이다.

이 책은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만난 재호가 누나의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죽음에 대한 막연했던 두려움과 공포를 떨치고 성장하는 모습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젠 재호가 죽음을 단순한 공포가 아닌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죽음을 마주한 이들의 아픔까지 감싸 안는 따뜻한 정규직 장례지도사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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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렇게 말했더라면 - 관계의 벽을 허무는 하버드 심리학자의 대화 수업
몰리 하우스 지음, 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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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과를 제대로 잘 하는 법을 다루고 있다. 내가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나 또한 사과를 제대로 못 해 관계가 깨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그때 일은 내게도 앙금으로 남아있어, 가끔씩 떠올릴 때마다 나를 자책하게 하곤 한다. 이제라도 좋은 사과를 배워 더 이상 관계의 벽을 깨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난 내 사과가 어디서 잘못되었는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좋은 사과란 무엇일까?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지만, 우린 정작 좋은 사과는 할 줄 모른다. 사과를 회피하거나, 때론 역효과를 내는 사과 때문에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좋은 사과는 신뢰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개인적인 성장을 경험하게 하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게 한다.



●좋은 사과를 하는 방법

사과의 힘은 강력하지만, 우린 그 방법을 모른다. 저자는 좋은 사과를 하는 방법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 가만히 들어라

사과의 첫 단계에서 중요한 사람은 내가 아니다. 상처를 입은 대상자다. 하지만 우린 사과를 내 생각대로 판단해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보니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좋은 사과의 첫 단계는 듣는 것이다. 상처 입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공감해 주어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좋은 사과의 첫 단계이며 가장 중요한 단계이고 대다수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단계다.


2. 진심을 담아 말하라

2단계에서는 설령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상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그 책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후회와 반성을 표명하고 책임을 시인하며 '~해서 미안해'라는 말 보나는 '~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며, 시기적으로 늦더라도 변명하지 말고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3. 관계를 바로잡기

3단계는 어떻게 하면 상처를 치유하거나 잘못을 만회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단계다. 이 단계에서도 중요한 것은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올바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단계를 거치게 되면 신뢰를 강화하고 친밀감이 증진된다.



4.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4단계는 평소 우리가 사과의 단계에 넣지 않고 간과하는 단계다. 하지만 이 단계야말로 사과의 결실을 맺는 단계이다. 다시는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바람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제대로 된 사과를 마치고 나면 이제 상대에게 내 상처 또한 드러내며 입장을 바꾸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상대에게 사과를 당당히 요구하고 명확히 밝히라고 말한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선 사과가 아무리 중요하고 강력할지라도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때도 있음을 여러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이긴 하지만, 이 책은 비단 개인들 간의 사과뿐만 아니라, 의료 사고나 기타 분쟁들, 국가 간의 사과까지 폭넓게 이야기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사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고 있다.


내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했던 건 1단계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린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깊이 알지 못하기도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고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어서 내 위주로 내가 하고픈 대로 1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내 맘대로 사과를 하기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좋은 사과를 하지 못했던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여러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가볍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이 책은 앞으로 내 삶에서 관계가 삐거덕거릴 때마다 생각을 바로잡는 좋은 지침이 되어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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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인물편 - 벗겼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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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절대적인 진실이란게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은 어느 역사학자에 의해 그 시대에 맞게 각색된 것일뿐이었다. 어찌보면 역사는 진실이란 말을 붙이는게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읽는 이 책도 또 다른 시대에선 또 다르게 해석될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한마디로 역사는 분명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아주 다양한 관점에서 그 역사를 읽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낄수 있었다. 자, 이 시대에 해석된 벌거벗긴 세계사 인물들을 만나보자.


그 첫 주자는 역사상 인물들이 존경한 알렉산드로스다. '위대한 정복자'라는 수식어대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정복했을뿐 아니라 헬레니즘 문화를 만들어낸 위대한 알렉산드로스를 어린 시절부터 파헤친다.
다음은 진시황제다. 진나라의 첫 황제가 된 진시황제의 강력한 왕권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가 죽고 불과 3년뒤에 왜 진나라는 무너질수밖에 없는지 그 비밀을 벗긴다.
그 다음은 폭군으로 알려진 로마의 황제 네로다. 어머니의 엄청난 치맛바람으로 왕에 오르고 그 어머니를 죽이게 되기까지 과정, 그후 점점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은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다음은 잔인한 지배자로 알려진 칭기스 칸이다. 바닥 인생으로부터 최고 지배자에 이르기까지의 칭기스 칸의 삶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의 놀라운 정치센스와 몽골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은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다음, 학창시절 신대륙의 발견자로 달달 외운 콜럼버스의 뒷 이야기는 내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던 사실에 찬물을 끼얹고 나를 혼돈속에 빠져들게 한다.
다음은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든 엘리자베스1세로 여왕으로 즉위하기까지의 험란했던 과정과 해적을 이용했던 영국과 결혼한 멋진 여왕을 만나본다.
그리고 사치의 대명사로 남아버린 앙투아네트왕비에 얽힌 억울한 그녀의 삶을 하나하나 파헤친다.
그후 나폴레옹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가 과연 영웅인가, 아니면 독재자인가 함께 고민해본다.
마지막으로 남북전쟁하면 생각나는 링컨을 통해 남북전쟁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만나본다.


그저 잔인하다고만 알고 있는 칭기스칸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물불을 안 가렸지만, 막상 최고위치에 오르고나선 너무나 공정하고 열린사회를 만들기위해 노력했고, 누구나 정의롭다고 느끼고 있는 프랑스혁명은 남성위주의 한계를 가진 혁명이었다. 네로는 처음부터 폭군이 아니었고, 앙투아네트는 시대가 만들어낸 가엽은 희생자였다.
이 책은 내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세계사의 숨은 진실들을 알게 해주었다. 콜럼버스의 위대함은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유럽위주의 세계사였을 뿐, 반대편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세계사는 또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역사는 한가지의 사실을 두고도 역사가와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되고 평가될수 있다는걸 보여준다.


기존 역사가의 사료에만 의존한 역사는 편견에 갇힐수 밖에 없다. 그 역사가 씌여진 상황과 배경, 그리고 강자가 아닌, 그 반대편의 입장까지 두루 살피는 과정을 통해 역사는 재해석 되어야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배타적이지 않은 서로의 문명을 존중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래야 역사도 성장하고 우리의 미래 또한 성장할 것이다.

벌거벗은세계사는 재미와 교육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책이다. 그냥 무심히 읽다보면 머리속에 풍부한 세계사가 자연스레 암기되는 놀라운 책이다. 거기에 편협된 역사가 아닌, 다양한 각도에서 역사를 재해석하는 즐거움까지 맛 보게 해준다. 진짜 자신있게 권할수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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