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제
서린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그 여자가 우는 것에 울화가 치밀었던 남자, 그녀를 놓을 수 없었던 남자, 관형
마음을 감추는 것에 일인자인 여자, 어느덧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 시영

스폰서라는 관계로 맺게 된 둘의 관계.

남자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고, 그녀의 눈물이 아닌 그녀가 원하는 것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녀를 곁에 두고 싶었고, 그녀가 원하는 걸 주고 싶었고, 그녀를 소유하고 싶었다. 사랑이라는걸, 그녀를 원한다는 걸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하며,

여자는 반칙을 하고 싶었다. 가진 건 몸뚱어리뿐이었지만, 정직하고, 노력하고, 가진 것이라도 소중히 하면서 그렇게 자신의 일터에서 성공하고 싶었지만, 세상이 그렇게 녹록하지 못했고, 그렇게 기다리다 간 세월이 모두 흘러버릴 것 같았고, 성공하고 싶었기에, 자신이 잘하는 것에 배경 하나 없는 것으로 빛도 못 보는 자신의 처지가 싫었기에, 단 한번 스스로를 던져 반칙을 하고 싶었고, 그렇게 남자를 만났다. 마음 따위를 이입시키진 않을 거라, 사랑 따위는 하지 않을 거라 자신하며,

그렇게 각자의 바람만을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고, 본모습은 숨긴 채 서로가 원하는 모습으로, 서로가 원하는 시간에, 서로가 함께하는 그 공간에서만 서로서로를 공유하며 지내온 5년이라는 시간, 점점 서로는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 자신들도 모르는 소유욕과 사랑이라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어쩌면 처음 순간 몸정으로, 스폰서로, 목적이 있는 관계로 시작했지만, 둘은 밑바닥엔 서로를 향한 호감과 특별함이 깔려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함께 한 그 시간 동안 서로만 허락한 건지도,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정작 본인들은 몰랐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몸을, 마음을,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흔하디흔한 연예인과 재벌남, 스폰서 관계,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 재벌가 부모님의 반대, 정략적인 결혼 상대자의 등장 같은 전형적인 신파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런 소재들이 다분한데, 그 시절의 소설이니 오죽하겠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된 신파는 구간인 것이다.
그 옛날의 양장본이 주는 추억이 몽글몽글 샘솟고, 전형적인 로설이 주는 오글거림도 좋았고, 좋아하는 멋지고 차가운 듯 보이지만 부모의 어긋난 사랑으로 인한 상처로 제대로 된 사랑을 못하는 남주와 가진 것 쥐뿔 없고, 세상에 타협한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지키고, 그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여주의 지고지순하지 않고 솔직한 매력 뿜뿜터지는 둘의 사랑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고, 사랑을 할 수 없는 둘의 처지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놓치지 않는 신파~~~

사랑에 중독되면 해독제가 필요하지만, 굳이 해독제를 써서 사랑을 녹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 무엇이건대, 사랑, 사랑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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