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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양장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던 책 <몽실 언니>. 이제부터는 절대 배 안고프게 해주마 약속하며 몽실의 손을 잡고 댓골 김주사에게 갔으나 몽실을 지켜주지 못했던 친어머니 밀양댁. 몽실이를 친자식처럼 귀여워해 주겠다던 약속을 저버리고 다리 병신이 되게한 새아버지 김주사. 몽실을 배불리 먹여주지 못하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친아버지 정씨. 몽실이를 살갑게 대해주었으나 병으로 오래살지 못하고 난남이만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난 새어머니 북촌댁. 몽실의 부모들 중에는 누구 하나 몽실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이 없다.
새아버지집에서 눈치밥을 먹고, 절름발이라는 놀림을 받으며, 몽실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렸다.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느냐는 북촌댁의 질문에 '다리 다친 건 내 팔자여요.'라며 그저 눈물만 흘렸으니 말이다. 처음엔, 그 험한 팔자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살아가는 몽실이를 가엽게만 여겼는데, 다시 책을 읽었을 때에는, 몽실이가 그저 팔자에 휘둘린 삶이 아니라 차츰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삶을 살아냈음을 알게 되었다. 남주네와 장골할머니가 같이 살자고 했을 때에도 '무서운 건 신세지는 것보다 나아요'라고 다부지게 말하는 모습이나 병든 아버지와 어린 난남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스스로 거지가 되기로 결심하는 모습 등이 그러하다. 야학 선생님의 '인생의 길'이라는 말을 들은 뒤부터, 몽실은 자신이 걸어갈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이야기 속에는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몽실의 삶을 기구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도 미워할 수 없다. 보통은 미운 사람, 악역이 되는 사람이 한둘 쯤 나오기 마련인데, 귄정생 선생님의 이야기에서는 그런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그 어떤 존재라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어 고개 끄덕이게 만들고, 같이 마음 아프게 하는 사람들. 모든 처지의 사람들을 다 끌어안는 몽실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를 버리고 딴데 시집을 간 어머니도 나쁘다 않고, 버려진 검둥이 아기를 욕하는 사람들을 되려 나무라고, 양공주 일을 하는 금년이 아줌마조차 욕하지 않는다. 이들을 이렇게 살게한 가난을 탓한다. 가난을 가져온 전쟁을 나쁘다 한다. 그리고 전쟁을 일으킨 높은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가 미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몽실 언니>를 통해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몇 가지. 괴롭더라도 참고 열심히 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인생의 길'을 알게 된다는 것. 사람이 신분이나 지위, 이득을 생각해서 만나면 나쁘게 되지만, 사람으로 만났을 땐 다 착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 이 세상 태어난 목숨은 모두 귀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