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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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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최종후보 <저주토끼>의 저자 정보라 작가가 들고온 신간이다. 언제나 병렬 독서 중인 나에겐 이런 단편선이 너무 좋다. 게다가 호러/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면…매일 자기 전 한두꼭 씩 읽기 딱이다.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10개의 이야기 모두 현실과 비현실, 죽음과 삶을 넘나들며 죽은 자와 산 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p. 31

"죽음이 무엇인지, 죽음 다음에 무엇이 있는지, 이렇게 오래 죽은 채로 지냈지만 나도 그도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가 알도록 허용된 일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아는 것은, 죽음은 우리와 오래 함께하며 오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오래 곁을 지켜준다는 사실뿐이다.”

표제작인 1장-<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에 나오는 문장이다. 저 문장에 동의한다면 정보라 소설은 꼭 읽기…

2장-<감염>은 읽는 내내 불쾌하다. 인간이 폭력에 무뎌지는 과정의 흐름이 너무 자연스럽다…

읽다보면, 아 원래 인간이 그런 존재이구나 싶어 두렵기도하다.

p. 63

“폭력이란 이상한 것이다. 처음에는 망설이면서 마지못해 툭툭 건드리는 정도에서 시작했지만, 주먹을 한 번 뻗을 때마다 그 강도는 점점 세졌다. 처음에는 몸통, 중에서도 맞아서 크게 다치지 않을 법한 부위를 생각해서 골라가며 때렸다. 그러나 몇 번 그렇게 때리다가 주먹이 두 번째로 명치를 가격하고, 남자가 다시 몸을 반으로 꺾었을 때 미처 손을 조절하지 못해 주먹이 뺨에 가서 맞고, 당황하는 나에게 남자가 ‘얼굴 때리셔도 됩니다’라고 속삭인 시점에서 이미 나는 통제력을 잃었던 것 같다.”

인간의 가장 내면에 있는 공포와 욕망을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에 녹였음에도 이건 분명 “리얼리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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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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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엔 셋이 산다. 개들 포함 구성원은 다섯이지만 인간은 셋이다. 20년 넘게 한 지붕 아래 살아 온 두 남녀와 그들의 자식인 나는 모두 다른 별에서 온게 아닌가 싶게 성격, 입맛, 생활패턴을 포함한 모든 것이 서로 다르다. 인간이 겨우 셋인데도 매번 싸우고 매번 부딪힌다. <그리고 봄>은 같지만 분명히 다른 넷에 대한 이야기이고 서로의 ‘다름’을 마주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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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치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1번에 투표한 동민과 하민의 부모 영한과 정희, 2번에 투표하고 가출한 망한 인디밴드 멤버 동민, 외국인 여자친구를 둔 하민의 이야기가 따로 전개된다. 정치 성향부터 성격까지 넷은 분명히 다르고 그래서 늘 충돌한다.
겉으로는 알아주는 척 의심하고 불만스러운 기색이 드러나는 인물들을 보고있자니...아무리 소설이지만 내내 속이 찝찝하기도 하다. 하지만 알고 있어야할 점은, 절대 서로의 ‘다름’을 모른체하지 않는다는것. 내심 껄끄러워도 서로를 인정하려한다는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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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끌어가는 주 축이 ‘정치’일 뿐, 따분하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이 시대 모든 형태의 가족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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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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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꼭 써야할 기록,
신다은 -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아마도 우리 모두는 ’노동‘하고 있고 인생에 있어 수십년은 노동한다. 그러니 ”누군가가 노동하다 죽었다“라는 소식을 그냥 넘겨들을 수는 없다. 책을 통해 알게되었는데, 한 해 일어나는 산재사고는 약 800여건이고 그 중 우리가 아는 소식은 극소수다. 나는 어제의 내가 노동으로 번 돈으로 커피를 사 먹고 친구를 만나고 있지만, 이 좁은 대한민국 땅떵어리 어딘가에는 약 800명의 사람들이 어제의 노동으로 인해 오늘 이 자리에 없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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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화제였던 평택항 사고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연다. 목숨보단 노동이 먼저였고 거기에선 그게 그렇게 당연했고 이선호씨는 300키로 컨테이너 날개에 깔렸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터무니없는 이유에 의한 죽음이었고, 뒷 내용을 어서 읽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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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흔히들 말하는 ‘기자정신’이 돋보인다. 책의 부제처럼,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기 위한 저자의 방식인것이다. 평택항 사고를 시작으로 산재의 구조적 원인, 산재를 둘러싼 소통의 부재를 그간 기자로서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낱낱이 고발한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산재를 대비해야하는 독자, 내지는 노동자들을 위하는 듯한 산재를 더 깊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책이 끝난다. 찾아보기 파트에는 참고한 산재사례가 빼곡히 기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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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들은 위한 책이고,
일하다 죽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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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뇌과학자의 자기감 수업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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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거 먹고 낮잠 좀 자면서 그럭저럭 넘어갈 여력이 없을 때,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더불어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과학적인 이유를 알면 내가 컨트롤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님이 생생히 와닿음으로써 비로소 머리가 비워진다. 그렇게 머리가 비워지면 시간이 해결할 일이거니 곧 내가 할 수 있는것들을 덤덤히 할뿐이다. 이게 바로 자존감을 키우는 에세이보다는, 기타 과학 도서보다는 ‘뇌과학’책을 활용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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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감이 뭐야?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자존감 전에 자기감이 있다. 자존감이 사회적 환경속에서의 느낌이라면 자기감은 그 환경을 적절히 통제하는 느낌이다. 즉 ‘나’를 인식하고 나와 환경의 관계를 이해, 통제하는데 능해야 자존감이 높다는것이다. 여기서 나를 인식한다함은, ‘나’의 범위를 과연 어디까지 설정할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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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잔 좋았던 부분은
p.153 어쩌면 불행이 증가하는 주된 원인은 바로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노력 그 자체인 것은 아닐까?

행복은 끝도 없이 높아만지고 불행은 내 옆에 늘 붙어있다. 행복을 쫓을 바에는 불행한테 잘 해주는게 편하다...에 대한 아주 과학적인 근거가 2부 4장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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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뇌과학적 측면에서, 보다 타당한고 객관적인 근거로 이해하고 싶다면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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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 엄마를 보내고, 기억하며 삶과 이야기 1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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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살아진다.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제목만 봐도 벌써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 책.
갈매나무가 펴낸, 이상원 교수님이 당신의 어머님께 바치는 에세이이다. 80세 어머니와 남미를 여행하고 곧 바로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그녀가 남긴 일기를 읽기까지 장면과 대화를 세 챕터에 꼼꼼하게 담아냈다. 첫번째 장(남미 여행기)에서 저자의 어머니가 어떤 어른이었나 알게 된다. 두번째 장에서 글로 읽는 사람마저 속이 쓰릴만큼 솔직하고 현실적인 저자의 간병기를 지나면 세번째 장에서 저자는 ‘엄마’가 남긴 일기를 읽어보며 엄마이기 이전의 그녀의 삶 또한 살펴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죽음에 의한 이별은 찾아오기에 읽는 내내 눈물이 난다.

-

📖
"난 엄마 없이 어떻게 살지 모르겠어.“
”다 살 수 있어.“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준비가 됐다 싶은 때는 없어.“
-p.102

‘엄마‘의 말이 대게는 맞는 말이다. 감당하기엔 너무 큰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도, 다 살 수 있거나 다 살아지게 돼있다. 내 몸뚱이는 반쪼가리인데 잘만 굴러가는 세계가 싫어도 애초에 감당할 수 있어서 쿨하게 덩어리를 떼어내는 사람도, 온전한 몸뚱아리를 가진 사람도 없다. 짖궂을만큼 이 세계가 잘도 굴러감은, 군데군데가 떨어져나간 몸들이 질기게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

📖
‘애초부터 분담이 어려운 종류의 일이었던 데 더해 분담을 할 의지가 희박하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p.132

‘그렇구나. 엄마가 원하는 대로 마지막 투병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건, 그 과정에서 기존의 삶은 다 포기해야 한다는 건 내 방식이었다.’
-p.152

2장에는, ‘엄마’를 집에서 간병하는 동안 가족, 주변인들의 반응에 느낀 ’나‘의 생각과 감정이 솔직하게 나와있다.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가족 구성원의 갑작스러운 병의 진단이 내려지기가 무섭게 길게는 몇 년간의 투병을 지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타 구성원끼리는 끊임없이 좁혀지지도 않을 의견을 내며 침을 튀기고 서로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상처도 준다. 집단 내에서 병이 들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판단 된 구성원이 생겨버리면, 이미 병이 든 자의 모든 판단은 오롯이 아직은 건강한 자들의 것이 된다. 각자의 판단이 곧 병자를 위한 가장 좋은 길이라, 그를 위해 우리는 좋은 선택을 한 것이라 생각하며 판단은 산 자를 위하는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중의적 표현으로, 어찌됐건 곧 세상을 뜰 사람에게는 말 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그러니 내가 그를 더 위했다고 속상해 할 필요도, 덜 위했다고 속상해 할 필요도 없다.

-

내 가장 큰 약점, 가장 큰 덩어리는 우리 엄마다. 굳이 ‘엄마’가 아니여도 좋으니 각자의 ‘큰 덩어리’에 대해 떠올려보자. 아울러 ‘죽음’은 물론 죽음을 마주한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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