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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 엄마를 보내고, 기억하며 ㅣ 삶과 이야기 1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결국 다 살아진다.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제목만 봐도 벌써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 책.
갈매나무가 펴낸, 이상원 교수님이 당신의 어머님께 바치는 에세이이다. 80세 어머니와 남미를 여행하고 곧 바로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그녀가 남긴 일기를 읽기까지 장면과 대화를 세 챕터에 꼼꼼하게 담아냈다. 첫번째 장(남미 여행기)에서 저자의 어머니가 어떤 어른이었나 알게 된다. 두번째 장에서 글로 읽는 사람마저 속이 쓰릴만큼 솔직하고 현실적인 저자의 간병기를 지나면 세번째 장에서 저자는 ‘엄마’가 남긴 일기를 읽어보며 엄마이기 이전의 그녀의 삶 또한 살펴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죽음에 의한 이별은 찾아오기에 읽는 내내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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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엄마 없이 어떻게 살지 모르겠어.“
”다 살 수 있어.“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준비가 됐다 싶은 때는 없어.“
-p.102
‘엄마‘의 말이 대게는 맞는 말이다. 감당하기엔 너무 큰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도, 다 살 수 있거나 다 살아지게 돼있다. 내 몸뚱이는 반쪼가리인데 잘만 굴러가는 세계가 싫어도 애초에 감당할 수 있어서 쿨하게 덩어리를 떼어내는 사람도, 온전한 몸뚱아리를 가진 사람도 없다. 짖궂을만큼 이 세계가 잘도 굴러감은, 군데군데가 떨어져나간 몸들이 질기게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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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분담이 어려운 종류의 일이었던 데 더해 분담을 할 의지가 희박하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p.132
‘그렇구나. 엄마가 원하는 대로 마지막 투병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건, 그 과정에서 기존의 삶은 다 포기해야 한다는 건 내 방식이었다.’
-p.152
2장에는, ‘엄마’를 집에서 간병하는 동안 가족, 주변인들의 반응에 느낀 ’나‘의 생각과 감정이 솔직하게 나와있다.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가족 구성원의 갑작스러운 병의 진단이 내려지기가 무섭게 길게는 몇 년간의 투병을 지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타 구성원끼리는 끊임없이 좁혀지지도 않을 의견을 내며 침을 튀기고 서로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상처도 준다. 집단 내에서 병이 들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판단 된 구성원이 생겨버리면, 이미 병이 든 자의 모든 판단은 오롯이 아직은 건강한 자들의 것이 된다. 각자의 판단이 곧 병자를 위한 가장 좋은 길이라, 그를 위해 우리는 좋은 선택을 한 것이라 생각하며 판단은 산 자를 위하는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중의적 표현으로, 어찌됐건 곧 세상을 뜰 사람에게는 말 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그러니 내가 그를 더 위했다고 속상해 할 필요도, 덜 위했다고 속상해 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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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장 큰 약점, 가장 큰 덩어리는 우리 엄마다. 굳이 ‘엄마’가 아니여도 좋으니 각자의 ‘큰 덩어리’에 대해 떠올려보자. 아울러 ‘죽음’은 물론 죽음을 마주한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