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 지도 - 각국 반도체 핵심 거점에서 심층 분석한 패권 전쟁의 미래
일본경제신문사 지음, 정지영 옮김 / 부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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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공공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그럼에도 우리는 반도체에 대해서 잘 모른다.

매일 반도체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어떤 기업이 무엇을 만들고, 그 기업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반도체의 상당 부분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B2B시장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B2C 시장의 소비재 기업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워 투자 접근성이 높은 편이지만, 지금은 반도체를 모르면 주식 투자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 지, 기술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투자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닛케이 신문사가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들과 그 대표적인 기업들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책이다.

90년대 반도체 패권을 장악했던 인텔부터, 현재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 파운드리 1위 TSMC, 메모리 선두주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차기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부활을 꿈꾸는 일본 등 다양한 도전국들의 현주소를 폭넓게 다룬다.

나는 인텔을 제외한 대부분의 반도체 상위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확신이 더 깊어진 기업과 투자를 재고해 보아야 할 기업이 명확히 구분되었다.

반도체는 시간과 돈이 많이 소요되는 산업이며, 국가가 20년 전 어떻게 결정하였느냐에 따라 현재의 반도체 입지가 달라졌다는 데서 경각심이 생긴다.

일본도 그런 면에서 뒤처졌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이라도 '라피더스'를 통해 부활을 이루어 낼 지에 대해 지켜봐야 할 일이다.

또한,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기업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한 대목도 흥미롭다.

TSMC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70%라는 경이로운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 이유도, 영업현금흐름의 플러스와 투자현금흐름 마이너스가 깔끔하게 균형을 이루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인텔은 현재 이익이 되는 사업에 집중하고, 신사업 투자를 과감하게 정리한 탓에 현재 신기술에 다소 뒤처지는 기업이 되었고, 최고의 수익원인 CPU시장마저도 위협받는 지경이 되었다.

필립 피셔나 워런 버핏 같은 대가들이 늘 강조하듯, 장기 투자의 성패는 결국 경영진의 자질과 마인드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각 기업을 이끄는 CEO들의 철학과 의사결정 과정을 생생하게 짚어 주어 특히 유익했다.

필립 피셔의 책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에 언급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여러 번 언급된다.

TSMC 를 설립한 장중머우, SMIC(중국 국제 반도체)를 설립한 리처드 창도 TI출신이다.

미국의 기술들이 이런 식으로 아시아(대만·중국 등)로 전파되어 새로운 반도체 패권을 만들었구나 싶었다.

반도체는 개인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사업이 되어, 지정학적인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하이닉스,삼성전자의 메모리를 위협하고 있는 창신메모리(CXMT)도 우리나라 기술자들이 기술전수를 했다고 한다.

왜 우리가 반도체 생태계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면밀히 계산하며 투자해야 하는지 여실히 일깨워준다.

이 책은 반도체 세계지도를 시각적으로도 잘 담고 있다.

지도 뿐 아니라, 밸류체인까지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다.

'칩워'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주식 종목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도구가 되었다.재무제표의 숫자만 들여다봐서는 결코 읽어낼 수 없는 CEO의 혜안, 인재와 기술의 이동, 그리고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이 책을 통해 현실감 있게 마주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막연한 기대감으로 들고 있던 내 포트폴리오를 다시 냉정하게 돌아보게 된다. 왜 어떤 기업에는 확신을 가져야 하고, 왜 어떤 기업은 경계해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좀 더 확인하게 되었다. 반도체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지만 두꺼운 기술서는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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