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봄에서 여름이 넘어갈 무렵 김희준 시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시가 있다며 읽어보라고 저에게 쥐여주었어요.
사실 저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처음 구절부터 끝까지 쭉 읽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도 안 읽는 제가 시를 이해하려고 하니 말이죠.
한 장뿐인 시였는데, 읽는데 꽤나 오래 걸렸습니다.
제가 어렵다며 멋쩍게 웃고 희준이에게 시를 넘겨주자
희준이는 이해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며 웃으면서 시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 부분은 이런 식으로 해석이 되니 이런 뜻으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옆에서 시 낭송과 함께 시를 설명해 주는 희준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느낀 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시를 감상했던 그날의 기억이
그날 희준이 방 안의 분위기가, 그리고 그녀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맴돕니다.
희준이의 시 역시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어요.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응, 고마 네가 보고 느낀 거 그게 맞다' 열린 해석으로 시집을 녹여주세요.
우리 희준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을, 부디 오래 기억해 주시고 사랑해 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