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도 구두를 신을까요?
에밀리 파운드 글, 산자 레첵 그림 / 가치창조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어릴적 난 참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친구들과 메뚜기도 잡고 싶었고, 집 앞에 흐르던 개울가에 뛰어들어가 멱도 감고 싶었고, 길거리에 내버려졌던 아기 고양이를 집에 데려와 키워보고도 싶었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내가 허용된 것은 겨우 학교, 집, 학원이라고 하는 세 장소를 스쳐지나가는 공간속에서 느낄 수 있는 시원한 바람과 따가운 햇살과 같은 것 뿐이었다. 지금와서 왜 그리 하지 말라고 한 게 많았냐며 부모님께 따져보려해도 그 당시 어려운 경제속에서 자식 하나만은 잘 키워보겠다고 했던 부모님의 심정을 아는 상황이 되었기에 소리내어 물어보지도 못한다.이 책의 주인공 엔젤 역시 그렇다. 이름이 천사이기 때문에 천사처럼 키우고 싶어했던 엄마와 천사와 같은 이미지를 기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공원에서 놀고 싶은 것도, 갖고 싶던 빨간 구두까지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어린나이에도 말이다. 그러던 중 엔젤은 어린이의 절제할 수 없는 욕구로 흙탕물에 뛰어 들어가 옷과 새로 산 구두까지 모두 버려가면서 놀아버리고 만다. 한참 놀던 엔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무서운 엄마의 얼굴...나무그늘이 진 곳까지 도망가버렸던 엔젤은 길을 잃고 있던 꼬마아이에게 엄마를 찾아줌으로써 자신의 절제하지 못했던 욕구까지 용서받는다. 엄마 역시 엔젤을 야단치지 않고 결국 자신이 갖고 싶어하던 빨간부츠까지 받게 된다. 비가 오더라고 신발이 더러워지지 않을 빨간 부츠를 말이다.교사인 나는 항상 엔젤의 엄마처럼 내가 원하는 이미지로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빨간부츠와 같은 기회를 제공하기에 앞서 내가 원하는 분홍색 구두를 주면서 아무것도 못하게 손과 발을 묶어놓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 아이에게 손과 발을 묶는 동앗줄이 아닌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고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를 잊지 않기를 항상 바라는 나에게 이 책 "천사도 구두를 신을까요?"는 엄마로서, 교사로서 반성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하지만... 이 책.. 과연 아이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엄마가 하라고 한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 중 두 가지가 맞부딪히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장하라고?아니면 엄마의 말을 거스른채 잘못을 하게 되면 주위에서 길을 잃은 아이는 없는지 찾아보라고?자신의 죄를 무마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피라고?아니면 갖고 싶은 물건을 선물로 받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선행하라고?6살과 4살이 된 조카의 집을 가보면 참 많은 책들이 쌓여 있다. 한 때 태교를 위해 그리고 지금은 우리 아들을 위해 그 책을 읽어보게 되면 정말 눈살이 찌푸려지는 내용의 책들이 많다. 동화란 무엇일까? 동화가 무엇인지부터 생각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나의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게 되면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한 책인지를 어떻게 알려줘야할지 난해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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