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김중석 그림 / 돌베개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펼치니, 우선 각양각색의 파스타 면과 재료,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파스타를 만드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낯선 파스타들도 알게 되면서 이탈리아에서 파스타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5, 6장이 재미있었다. 5장에서는 파스타와 여성, 특히 어머니의 이미지를 결부시켜 온 이탈리아 역사를 들여다본다. 옛날부터 이탈리아에서는 가정에서 어머니가 파스타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다른 일에서는 여성이 기술자로서 설 자리가 없어도 파스타를 만드는 일에는 여성 장인들이 꽤 있었다는 사실, 일등 신붓감의 조건이 파스타 솜씨였고 필수 혼수용품이 파스타 만드는 도구였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이처럼 파스타는 이탈리아에서 어머니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간주되었는데, 저자는 이 이미지 뒤에 숨은 지배층의 전략까지 읽어 내고 있다. 중세 이후 가톨릭에서부터 부르주아 계급, 이후 파시즘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가정 안에 가두고 순종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 이미지를 고착화했다는 것이다.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6장에서는 이탈리아인의 소울푸드라고 할 만한 파스타가 의외로 이탈리아 안에서 멸시받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역사를 그리고 있다. 전후 아메리칸드림과 미국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이 미국 식생활에 대한 동경과 동화로 이어져 이탈리아 전통 음식인 파스타가 천대받았으며, 새롭게 나타난 미래파가 도시 생활과 기계 문명을 예찬하면서 파스타를 적대시하고 배척했던 것이다. 최근 육류와 가공 식품 소비가 늘고 파스타가 획일화되는 분위기도 다시금 파스타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로세토 마을 연구 등을 통해 이탈리아 전통 식사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파스타가 ‘슬로푸드’로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기도 한다며 밝은 전망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렇듯 파스타라는 음식을 통해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