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가 대상을 탔던 해의 황순원문학상수상작품집에서 김사과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거기에 <정오의 산책>이 있었고 나는 그 이야기를 읽은 후 한동안 충격으로 멍했다.정말 훌륭한 단편이었다. 그 이후 김사과의 책을 언젠가 한 번은 읽어봐야 겠다 하다가 <02>를 샀는데.와! 정말 끝내준다. 진짜 최고다.박수를 백만번 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 책을 읽었던 삼일동안 너무 좋았다.그러니까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너무 짜증나고 화가 나고 그런 것들이, 그러니까 내 체념과 분노가 그래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아서 좋았다는 거다.어느 것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가 없었다.거대한 괴물 도시 위를 좀비들이 걸어간다. 손에 기계들을 들고 돈을 몸에 두르고 좀비들이 걷는다.기계위에 올라타고 빠르게 더 빠르게 달린다. 그 괴물도시 속에 우리의 자리는 없다.어쩌면 내 자리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우리의 자리가 없는 거다.많은 좀비들은 그 속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그런 건 환상이다.거대하고 어두운 도시에는 아무것도 없다.`이나`처럼 자신의 가격이 불리길 기다리며 미친짓거리를 반복한다. 매일매일.미래따위 희망따위 아무 것도 없는 인생이니까 이런 책이라도 있어야지 버텨 나갈 수 있는 거다.역시 예술가란 위대하다. 예술가란 나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 어차피 아무것도 없을 미래와 있지도 않은 희망에 압사당하고있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숨구멍을 뚫어주는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