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눕는다 - 김사과 장편소설
김사과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로 미쳐버릴 거면 완전히 미쳐야 한다.

술을 마실거면 부코스키정도로는 마셔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살아남아야 한다. 더럽게 살아 남아야 한다.
왜냐하면 굶어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고 먹을 것을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고 돈을 가지려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고 한 번 일을 하기 시작하면 더럽게 살아남는 게 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먹는 것 외에도 필요한 게 너무 많고 새 옷이 필요하고 예쁜 신발도 필요하고 새노트북
도 필요하고 옷에 어울리는 가방도 필요하고 미용실도 가야 하고 화장품도 필요하고 아이패드도 필요
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더 나이가 들면 아파트도 필요해야 하고 근사한 자동차도 필요해야 하고 보험도 필요해야 하고 다른 사
람들이 필요해야 한다고 하니까 필요하고 그런데 우리는 `씨발, 돈이 없기`때문에  더 많은 빚이 필요하다.
견고한 성처럼 도시의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쇼 윈도 안의 보석같은 주상복합 빌딩` 우리는 누구도
`그 빌딩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고 `그 빌딩들이 가리키는 미래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 그 천박하게 아름다운 빌딩을 거절하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들을 사랑하게 만들 것`이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그를 파괴시킬것`이고 `짓밟을 것`이다.
그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그렇기 때문에 그는 `절대로 지면 안되`지만 결국 그 결말은 언제나처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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