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걷는사람 시인선 14
길상호 지음 / 걷는사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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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의 책이었다. 해독되지 않는 문장을 많이 지니고 있는 무척이나 어려운 책이었다.','그는 사라졌다.' (시인의 말에서 발췌) 길상호 시인의 시집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2019, 걷는 사람) 에서는 작가가 시인의 말에서 언급한 '그' 에 대한 부재와 그리움에 대해 덤덤하게,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에 대한 그리움을 책과 글자, 문장, 그리고 물의 이미지를 활용해 그리움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여러 문장으로 형상화한 것 같이 느껴졌다. 마치 그리움이라는 이름을 가진 누군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축축히 젖어 이제는 만질 수 없고 만지면 젖은 종이 위에 적힌 글자처럼 금방이라도 번질 것 같다.  시집 속에서는 '그'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감정도 볼 수 있었다. 「따순 밥」에서  '고봉으로 잔디가 덮여 있던 그녀의 집'과 '명치 한가운데 묻어놓았던 공깃밥'을 보고 왠지 모르게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떠올랐다. 어떤 작품을 읽고 누군가를 떠올렸던 적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이런 것이 문학의 순기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3부에서 전반적으로 나오는 길고양이 로드킬에 대한 작품들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혀로 염하다」,「야옹야옹 쌓이는」「당신을 환영합니다」등) 반려묘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 지 계속해서 같은 시를 읽게 됐다. 시집을 모두 읽고 드는 감정들이 모두 감성적인 것이 아닌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와 좋았던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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