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스
어빈 웰시 지음, 김지선 옮김 / 단숨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맥어보이가 주연을 맡게 되면서 알게 된 작품이네요. 선하게 생긴 그가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저도 꽤 기대하던 작품이었어요.

 과연 필스는 어떤 작품 일까요? 우선 원작자인 어빈 웰시에 대해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트레인스포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작품으로 이름을 떨쳤죠. 그의 필력은 세상에 불필요한 낙오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할 지경이죠. 그런데 이 작품 필스의 경우 한 발작 더 나아가 낙오자에게 권력을 안겨 줍니다.

 권력은 참 좋아요. 누군가는 티끌 같은 권력을 태산 같은 것으로 바꿔 놓으니 말이에요.

 필스의 주인공인 브루스는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입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권력을 아주 제대로 이용하는 쓰레기 중에 쓰레기죠. 일반 사람들에겐 양심이란 게 존재하듯, 브루스도 자신이 나쁜 놈이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권력에 맛을 본 그는 타락하고 타락합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없어서 당했던 힘을 쥐자마자 악이 돼버립니다.

 

 저는 브루스를 보면서 올해 방영한 셜록 3 시즌의 마그누센이 떠올랐어요.

 

 마그누센은 영향력있는 사람들의 정보를 수집해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게끔 이용할 줄 아는 나쁜놈이죠. 브루스 또한 지인들의 정보를 손에 쥐고 악용하는 나쁜놈이죠. 허나 이 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마그누센은 권력의 정점에 앉아있다는 것이고, 브루스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똑같이 행동합니다.

 이게 브루스의 파멸로 모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막 나가고 싶습니다. 아, '누구나' 라는 단어에 오해가 가면 안 되겠지만, 평범한 사람이 순식간게 변하는 걸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브루스는 억압받던 어린시절을 벗어나 성인이 되서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됩니다. 공권력이라는 게 상당히 무서운 거죠.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을 묻어버리기도 하니까요.

 안타깝게도 브루스는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사춘기시절처럼 막나갑니다. 하지만 그에겐 막아주고 도움 줄 가족이나 담임선생님이 없죠.

 마그누센을 볼까요?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활용합니다. 그에겐 이미 축적된 부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지요. 그것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적들을 제압하지요.

 허나 브루스 주변에는 온통 적들 투성입니다. 돈도 없지요. 오직 욕설과 폭력 그리고 허울 뿐인 공권력이 있을 뿐이에요. 그러니 최상히 포식자가 돼서 모든 걸 빨아들일려고 해도 브루스의 그릇은 매우 작아 넘치고, 넘치고, 넘칩니다. 브루스는 점차 그렇게 적들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 거릴 따름이죠.

 

 하지만 그의 욕망은 끝이 없죠. 그의 뱃속에 사는 촌충처럼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게 됩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건 파멸 뿐이죠.

 

 우린 모두 촌충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 촌충이 허기를 느낄 수록 우린 불안해야 해요. 어빈 윌시는 그런 우리 시대 권력을 좇는 자화상을 처절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빈 웰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탁월하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자신의 능력치를 알고 극단까지 몰아붙이는 작가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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