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책
Anonymous 지음, 조영학 옮김, 이관용 그림 / 서울문화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게 상당히 느리고 지문이 길 수록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 페이지 넘기지 못하는 병이 있습니다.

지문이 지리하게 늘어나는 책일 수록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져 갑갑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름 없는 책은 다행이 그런 범주를 벗어나 아주 신나게 읽었습니다. 근 3일 만에 독파는 실로 오랜만인 것 같네요^^

책의 광고 카피인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스가 글을 쓰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이라는 언급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읽어 보니 광고카피가 정확했다고 밖에 설명 못 하겠습니다.

내용도 흥미를 자극하는 언데드와 신비한 돌인 달의 눈을 둘러싼 아수라장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b급 냄새 물씬 풍기는 환상적인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입니다.

타란티노나 로드리게스가 만들어 내는 영화들처럼 재미는 확실히 보장합니다. 지루 할 틈을 안 줍니다!

 

이야기는 달의 눈을 찾는 자, 쫓는 자, 엉겹결 끼어 든 자, 재수없는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공포도, 의문도, 액션도 적절히 집어 넣은 짬뽕처럼 맛깔나게 빚어 냅니다.

 

그들 중심에 있는 달의 눈은 반지의 제왕의 절대 반지처럼 누구나에게나  권력을 주진 않지만

그것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자와 그에게 사주를 받은 자들 또 일이 꼬이면서 돌고 도는 검은 돈을 쫓게 되는

어리석은 자들에겐 절대 반지와 같습니다.

그로인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한 몫 크게 잡을 수도 있으며, 돌의 힘을 개방 할 수도 있습니다.

자, 그럼 어떤 인물들이 이 글에 어울리느냐?

도덕적으로 결여된 자들일수록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물들은 그냥 주구장창 하나만 보고 앞으로 달립니다.

자신의 욕망이란 초를 활활 불태우며 끝내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산화해 버립니다.

그런데 이질적이게도 도덕적 결여되지 않은 인물들인 수사들도 기름을 붓는데, 제가 봤을 땐

무지가 불러들인 죄악 때문인 듯 합니다. 욕망과 무지가 어울러져 나락으로 나락으로 추락하는 거죠-_-

 

그런고로 절대 반지와 다르지만 달의 눈이 더욱 현대에 어울리는 반지가 아닐까 합니다.

피고용인과 고용인 그리고 호시탐탐 고용인을 넘어 자신이 직접 거래를 하려는 욕망의 화신들...

 

달의 눈만큼 타피오카란 술집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타피오카에서 이야기는 시작하고  긴 여정 끝에 다시 타피오카로 돌아와 모든 등장인물을 모아 넣고

이젠 돈이 목적인지 삶이 목적인지 모호하 게 된 상황에서 덩그러니 달의 눈을 던져 놓습니다.

그리고 소름 돋는 결과를 돌출해 냅니다. 특히 마지막 액션 장면은 정말 머릿속에서 필름을 돌리는 것처럼 생생했습니다

타피오카는 이렇듯 등장인물들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이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이자 길잡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엔 복선이라면 복선인 누구나 기대할 만한 후속편의 복선도 뿌리니까요.

그 중심엔 술집 주인 산체스가 있는데, 달의 눈과 연관 된 것처럼 보이지만 또 가장 멀어 보이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지 모르고 자신이 원하는 걸 얻으려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기적인 현대인의 표본이라고 할까요?

 

몇몇 인물은 죽었으면 하는데 안죽고 몇몇 인물은 살았으면 하는데 안 살더군요.

많은 등장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개성을 뽐냅니다.

하지만 그 개성을 다 뽐내기에는 이 책의 내용이 오히려 짧게 느껴질 정도로 빠른 진행으로 두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다 시피 지루 할 틈 따윈 없습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길어져서 늘어질 염려의 싹을 잘라 버린다고 할까요? 개성 많은 등장인물들이요.

그들이 펼칠 다음 이야기가 매우 기대됩니다^^

 

현지에건 후속작이 발매 됐다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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