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를 찾아서 - 전 세계가 감동한 사막의 마라토너와 유기견의 경이로운 우정
디온 레너드 지음, 이지혜 옮김 / 옐로브릭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 디온에 따르면 250km 울트라 마라톤을 달릴 때 마라토너는 마지막 10km를 전력으로 질주하며 레이스를 마친다고 한다. 마치 울트라 마라토너가 된 듯 홍수 같은 업무를 갈무리하며 2018년 마지막 일주일을 내달리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하게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갑작스레 고비가 디온의 사막 레이스에 뛰어든 것처럼...

처음엔 분주한 연말이 지나고서야 제대로 읽을 수 있겠다 생각하며 가벼운 맘으로 한 두 장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어느새 이 책은 가장 바쁜 일주일을 보내면서도 손에서 놓기 어려운 출퇴근길 동반자가 되어 있었다. 마치 고비가 디온의 사막 레이스의 러닝메이트가 되어버린 것처럼...

하찮을 수 있는 강아지 한 마리로 인해 디온의 삶은 변한다. 경주에서의 승리는 무의미해지고, 난관에 처한 경쟁자를 도울 수 있게 되고, 아픈 과거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정서 또한 교정되기 시작한다. 인생이란 혼자 살아가며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관계들로 인해 지탱되는 것임을 발견한다.

2018년 마지막 일주일을 전력질주하던 중 나는 무엇을 위해 이리 분주하게 살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잠시 돌아본다. 내가 스스로 해낸 것처럼 여겼던 많은 일들이 사실은 나와 관계 맺는 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 가능했음을 기억한다. 경쟁에서 이기고 나 혼자 빨리 달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는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속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2019년 새해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렇게 살고 싶다.

언젠가 포털 기사에서 스쳐 지나듯 읽었던 이야기였는데 책을 통해 보다 자세한 앞뒤 얘기들을 읽을 수 있어 반가웠다. 역시 기사보단 이야기가 마음에 더 와닿는다. 처음엔 마라톤 또는 애완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일거라 생각했다. 그건 말 그대로 선입견이었다. 정신 없이 인생의 경주를 달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잠시 숨을 고르며 읽어볼만한 책이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줄줄 읽히는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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