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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한 농담 - 죽음을 껴안은 사랑과 돌봄과 애도의 시간
송강원 지음 / 유유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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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아, 우리가 가야하는 사랑이라는 곳이 있기는 한 걸까? 닿을 수 없는 곳은 아닐까? 니가 행복하길 기도할게. 너도 나를 위해 기도해줘." (<퀴어 마이 프렌즈> 속 편지 내용 중에서.)

이 편지가 내가 기억하는 송강원 작가님의 첫인상이다. 여느 날처럼 팟캐스트를 틀어 놓고 딴짓을 하다가 동작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팟캐스트 <비혼세>에 출연한 다큐멘터리 <퀴어 마이 프렌즈>에서 7년간 감독이자 친구의 카메라에 담겼던, 매력적이면서도 아주 사려깊고 여린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밑미' 레터에서 무심코 찾아본 고민글에 따뜻한 답장을 해주던 메이트로서 작가님을 마주하며 그 첫인상이 더 짙게 남았다.

<수월한 농담>은 그토록 다정한 사람이 자신을 낳고, 기르고, 그래서 닮아버린 엄마 '옥'과 이별하며 애도한 시간이 담겨져 있다. 워낙 내밀한 이야기라 에세이 속 내용을 함부로 옮기는 것조차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엄마를 부모가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일, 죽음을 품은 삶 속에서 슬픔에 잠식되지 않고, 덤덤히 나아가는 작가의 시선이 읽는 내내 반성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많았다.
누구나 언젠가는 겪을 수밖에 없는 부모의 죽음, 그리고 그 마지막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자식의 마음과 같은 보편성과 '옥'과 그의 아들만이 가진 유일한 이야기가 자연히 독자인 나를 견주어 보고,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노력하게 만든다.

"슬픔에도 무게가 있는 줄 몰랐다. 존재가 사라진 엄마는 이제 슬픔이 되어 무게감을 가진다. 이 무게감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229p)

특히 책의 마지막 즈음, 이 구절을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지금껏 내게서 사라진 존재들을 대부분 그들과 나눈 대화와 추억으로 떠올렸기 때문이다. 작가님처럼 내게도 슬픔을 복기하는 방식이 조금 더 늘어나기를, 더 사랑하고 닿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P.S. 송강원 작가님의 매력을 더 알고 싶다면 팟캐스트 <비혼세>와 <영혼의 노숙자>를 꼭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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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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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 황정은, <작은 일기>.

제가 자영업하고 있는데/계엄 났을 때/너무 무기력하더라고/그래서 ()하다가 쉬고 나왔어요.” 이 말과 얼굴이 생각나 걷다가 울었다. 내게도 그 얼굴이 있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서 물을 나눠주며 말하다가 울음이 터진 그처럼 내게도, 불시에 그 밤이 떠오르면 생생하게 그렇게 갈라지는 얼굴이.

그와 내가 같은 날에 베였다. 우리뿐일까.

사는 곳도 이름도 얼굴도 다른 이 많은 사람이, 그 밤에 다 같이 베였다. (황정은, 작은 일기. 44-45. *가제본)

 

2016년 겨울을 기억한다.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침대 아래 앉아 몰래 해적방송을 듣듯 팟캐스트를 들으며 시류를 파악했다. 광화문 거리를 가득 채운 촛불, 통제된 도로 위를 거니는 무리들, 그 속에 있다가 어느 순간 뒤를 돌아봤다. 이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무정부 상태 같은 비현실적인 풍경이 하룻밤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다행히 129, 박근혜가 탄핵됐다.

2024년의 겨울은 비슷한 듯 달랐다. 지난 대선 결과의 좌절과 그로 인한 혐오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감정들로 한동안 뉴스를 멀리하며 살았다. 123일 난데없이 저녁에 본 기사를 보고는 욕지거리가 나왔다. 불과 몇 시간만에 제압된 그 멍청한 일이 실은 얼마나 무서운 거였는지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7개월, 그간 정치에 무심했던 벌을 받는 기분으로 온갖 진보 방송을 동아줄 삼아 섭렵했다. 사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조금 다른 언어로 사견을 나누는 건데도 불안을 모면하려 닥치는 대로 들었다. 202544, 해를 넘기고 꼬박 4개월을 채우고서야 윤석열이 탄핵됐다.

나를 안심시키는 말들을 찾아 매달리느라 정작 내가 잃어버린 말들, 결국 나의 언어로 채운 것이 아니어서 조바심을 떨칠 수 없었던 날들에 대한 기록. 할 말은 많지만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던 반년을 돌아볼 시기에 가장 비슷하게 나를 포갤 언어들이 필요했다. 그게 황정은 작가의 <작은 일기> 가제본 서평을 신청했던 이유였다. 한 사람이 쓴 것이지만 우리의 기록이기도 한 사건. 읽는 동안 몇 번이고 눈물이 차올랐고, 마음을 담아 밑줄을 그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과거 팽목항에 안 가냐는 질문에 작가는 나는 내가 본 것을 글로 쓰는 사람이다. 내가 들은 것, 만진 것, 맡은 것을 글로 쓰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시선에 욕심을 담을까봐 거기 갈 수 없었다. 관찰의 눈으로 목격하고자 하는 눈으로 그곳을 볼까봐.”(174)라고 말한다. 작가의 눈으로 보는 것을 두려워하던 사람이 여의도와 광화문, 그리고 집에서조차 목격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 목격에는 우리가 외쳤던 대상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담겨져 있다. 전광훈의 연셜을 틀어놓고 밤 산책을 하는 할아버지, 마이크를 잡은 페미니즘 활동가에게 냉담한 여성, 지하철, 길거리, 길바닥 온갖 곳에서 한 목소리가 되었다가 흩어지고 분열하는 모든 걸 시선에 담고 기록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2016년의 겨울과 2024년의 겨울이 결코 같지 않았던 것처럼, 더 많은 이들이 조금씩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진통을 겪는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 진통에 작은 일기가 주는 위로와 힘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으면 좋겠다.

#광고 #협찬 #작은일기 #황정은 #창비 #서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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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의 사랑 - 소란한 세상에서 조용히 귀 기울이기
최다은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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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필름클럽>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비오는 날, 홍대입구역 어느 패스트푸드점 2층 창가에 앉아 필름클럽을 들으며 버거를 먹던 대학생의 내 모습이다. 그 시절의 나는 자주 그렇게 지냈다. 시선은 창가 밖에 두고, 이어폰을 낀 두 귀로 무수히 많은 팟캐스트를 들으며 시공간을 맘대로 누볐다. 

이동진 평론가님이 진행하신 라디오 '이그럼', 그리고 조정식 아나운서의 'FMzine'의 애청자였고, 김혜리 기자님이 출연하는 코너는 당연 내 최애 코너였기에 그때부터 최다은 피디님의 존재도 얼핏 알고 있었다. (에프엠진의 영화 코너는 유독 빨래를 갤 때 자주 들어서, '에프엠진'이라는 말만 떠올려도 마른 옷감의 냄새가 느껴진다.) 그러니 그런 두 분과 임수정 배우님까지 합세해 세 분이 라디오가 아닌 팟캐스트를 하신다는 걸 알고는, 더이상 개편 때마다 덩달아 마음 졸일 일이 없다는 게 다른 무엇보다 기뻤다.


<김혜리의 필름클럽>이 시작된 지 9년. 그동안 매번 챙겨 듣지는 못했어도 문득 생각 나 클릭하면 몇 번이고 여전한 존재로 곁을 함께하는 방송이다. 그렇게 쌓인 시간 속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처음의 목적은 매 회차마다 일종의 코너 속의 코너였던 세 분 각자의 '최근 나를 즐겁게 한 것들', 그리고 아주 느슨한 연대감을 가진 청취자들의 사연에도 귀기울이게 했다. (책의 챕터 중 '(필름클럽의) 장수의 비결'이 곧 필름클럽을 지금까지도 듣는 나의 이유이기도 해서 놀랐다. 그 방송에 그 청취자..!)


최다은 피디님의 첫 책 <비효율의 사랑>의 탄생도 그렇게 제목도 모르는 채로 오래 기다려왔던 책이다. 이 책에는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그리고 알고 싶었던 최다은 피디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듣는 걸 좋아해서 "오랜 시간 듣는 것을 훈련해온 사람", 라디오 청취자들은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꺼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는 '착한 사람'"임을 아는 연출자,

라디오에 이어 팟캐스트를, 그 속에서 피디인 동시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진행자, '이명'이라는 아이러니하고도 몹쓸 증세를 겪고도 노력으로 되지 않는 일 앞에 초연함을 배운 대단한 직장인-으로서의 저자로서 말이다.


이 책에는 외롭고, 일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프고, 아프지만 초연하게 버티려 하는 보통의 우리, 그리고 닮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렇게 듣는 행위처럼 눈을 기울여 이 책을 천천히 읽었다. 누구나 마음의 높낮이를 신경쓰지 않고 담담히 읽을 수 있고, 그러다보면 이런 이야기를 태연하게 털어놓는 저자와 그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는 자신도 사랑하게 만드는, 온기를 품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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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성공시키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비밀 - 기본 개념부터 협업의 기술까지, 선배 PM이 알려주는 실무 노하우
곽나래 지음 / 길벗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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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또는 서비스 기획) 직무를 꿈꿔오던 중에 해당 직무에 오랜 실무 경험을 가진 작가의 신간이라 구입해 읽어보았다. 해당 직무에 관한 이론적인 이야기들이 쿠팡과 SSG닷컴이라는 큰 이커머스 업계에서 오랫동안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한 저자의 경험에 기반한 사례들과 잘 결합하여 아직 실무 경험이 없는 사람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쿠팡은 국내에서는 웬만한 사람들이 고객으로서 한 번쯤 사용해본 적 있는 플랫폼이라 잘 모르겠는 개념들도 저자가 실제 진행한 사례를 통해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니 인과관계가 자연스럽게 읽혀 신기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직 초반부를 천천히 읽고 있는 중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PM 직무에 대한 좋은 자극과 기대, 책임감을 주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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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성공시키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비밀 - 기본 개념부터 협업의 기술까지, 선배 PM이 알려주는 실무 노하우
곽나래 지음 / 길벗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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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직무를 희망하고 있던 터라 구매했습니다. 기존에 서비스 기획 관련 여러 책이 있지만, 신간이라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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