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정치의 시대 - 기본소득과 현금지급이라는 혁명적 실험
제임스 퍼거슨 지음, 조문영 옮김 / 여문책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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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와 불평등이 일상이 된 시대, 저성장의 패러다임에 마침표가 찍어지지 않을 것 같은 시기,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과 자연환경과 노동력으로서의 인간이 급속하게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는 지금까지 규범적으로, 관습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노동과 임금, 소득, 분배, 복지에 대해 다시 사유할 필요가 있다.  


제임스 퍼거슨은 이 책에서 제 1세계의 케인즈식 복지가 복지에 있어 어떤 전형적인 것, 가장 reasonable 체제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책의 주요 지리적 연구범위인 남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지리적 위치마다 다른 사회적인 것, 분배에 있어 다른 사유와 구체적인 방식이 존재함을 드러낸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로부터 물려받은 뒤 인종주의를 걷어낸 오래된 사회부조 프로그램은 새로운 국가가 고도로 가시적이고 효과적인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 광범위한 제도적 장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했다. 이 보호란 심지어 직업이 없는 경우에도 직접적인 현금지급의 형태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나의 관심은 단순히 사회적 지원의 새로운 프로그램들에 있지 않다. 그보다 내가 더 주목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들과 나란히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사유의 방식들... 빈곤과 사회부조의 새로운 '합리성들'이다. 이는 내가 '분배정치'라 명명한 것으로 노동, 실업, 가족, '사회적' 지불의 의미를 포함하는 것들에 관한 새로운 사유의 방식들을 함축한다. 이러한 방식들을 간단히 매도하거나 칭송하는 식으로 나아가지 말 것을 제안한다." (책의 52-53쪽)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사유하게 된 지점을 몇 가지 짚어보자면, 기존에 생산-재생산의 언어로 분배의 정당성이 요구되었던 방식이 변화되고 있다는 점, 신자유주의에 대한 다른 사유의 방식,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노동-임금-서구사회의 복지' 체제의 밖에 있는 다른 방식의 분배가 역사적으로 이어져왔다는 점이다. 


잡을 물고기가 없는데,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무슨 소용인지에 대한 저자의 질문처럼, 이 책은 추상적이고 도덕적이기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상상과 사유를 시작하기에 적절하다.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코 앞에 닥친 문제인 동시에, 하루살이 삶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관한 장기적인 안목 또한 필요한 이 시기에 적절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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