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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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천인 공로한 놈들"

"하늘도 무심하시지, 저런 놈들 안 잡아가고."


  일반적인 사람들이 인륜을 벗어난 사람들의 범죄 소식을 들을 때면 으레 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뉴스를 보더라도 세상사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악인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체념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일지도 모른다.

  

  <죽여 다망한 사람들>의 주인공 릴리는 이러한 현실을 거부하고 살인을 정당화라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것이 이린시절에서 온 결함일수도 혹은 살아가면서 체득한 사상일수도 있으나, 그녀는 고양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살인을 저질러왔고 이제는 복수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자 한다.

  

  그녀는 살인을 한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세상에 살아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는 '악한'들에 대해 죽음이라는 형벌을 내리는 사신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영웅심리에 근거해서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사이코패스의 한 성질을 지닌 그녀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일 뿐이다.

  

  분명 그녀의 살인은 정당화 할 수 없는 범죄이며, 악한이라 할지라도 그녀 또한 타인을 파멸로 이르게 하는 다른 종류의 악한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기이하게도 심정적으로 그녀에게 동조하게 되고, 멀리서 응원을 하게 된다. 

  

  근 10여년간 우리가 열광하고 있는 마블과 DC코믹스의 히어로들에게서 느끼는 권선징악의 욕구를 보다 음험하게 풀어낸, 즉 안티히어로의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우월하게 여기지도 특별하게 여기지도 않으며 세상을 향한 어떠한 사명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멋대로 침탈하는 죽여 마땅한 이들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글쎄, 유사한 경우로는 영미 소설인 <덱스터 시리즈>가 있겠으나, 아름다운 여성인 릴리가 품은 팜므파탈의 매력은 덱스터의 캐릭터보다 한층 더 은밀하고 매력적이게 다가오는 것 같다면 조금 편파적일까. 

  

  어쨋거나 이야기는 종장에 이르러 악인을 살인으로 징벌하던 주인공 릴리조차 법이라는 테두리에 갖혀 심판을 기다리게 된다. 과연 그녀는 그간의 살인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까? 아니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 다시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게 칼을 들이밀게 될까. 


  그녀의 처우가 결정되지 않은 체, 그녀에게 다가올 약간의 위기를 담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장은 한 편의 소설을 잘 읽고 난 후 으레 만나게 되는 공허감과 함께,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즐거운 여운 또한 함께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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