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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5000년의 역사 - 신화에서 마녀, 신들림, 농담, 히스테리까지 우리가 몰랐던
프레드 E. H. 슈레더 외 지음, 노승영 옮김 / 시대의창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으로 대중문화라고 하면 인쇄술과 통신, 상업과 복제제품의 발달 이후에 생긴 근대적인 문화현상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대중문화의 시작이 근대가 아닌 더 먼 과거(임의적인 개념으로 5000년 전)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대중문화를 보는 관점을 우리가 가진 근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다각적인 관점으로 지평을 넓힌다면 대중문화는 인간의 오랜 역사속에서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공동 저작이다. 역사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미술사학자, 의학자, 고전문학자, 영문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각각의 시각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본 논문과 연구 결과물을 모은 것이다. 하지만 쉽게 쓰고 재미있는 내용이 너무 많이 담겨 있어서 대중문화의 흐름에 관심이 있는 분들 뿐아니라 지적 호기심에 갈증을 느끼는 분들에게 권한다.
다양한 시각을 담은 공동 저작이지만 이 책은 일관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역사속에서 대중문화는 밑에서 위로의 변화를 이끌어낸 주인공이라는 것이 이 책의 큰 줄기다. 문자는 흔히 "발명"이 되었다고 알고 있다. 발명이라는 말뜻은 소수의, 그리고 제도권에 의해 만들어져서 대중들에게 아래로 전파되었다는 의미를 포함하지만, 이 책의 "문자 이전의 고대 기록 체계"에서 문자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오던 대중들의 상거래 문화가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여 이루어졌고 그것이 제도권에 의해서 그저 규격화되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기원전 3100년의 수메르 인들과 그 일대 대중들의 상거래 관습 그리고 사진자료와 기록을 예를들어 문자가 발명된게 아니라 대중에 의해 발전으로 이루어진 과정을 읽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마녀는 고대 그리스의 문학작품 오디세이아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고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면서 괴팍한 이미지가 되어갔다. 여러 고대 문학속의 마녀의 모습에서 마녀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마녀의 기원은 고대 농경사회의 풍작기원설로 들면서 여성들의 약초재배와 풍년을 기원하는 문화가 발전하여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도 참 재미있다.
고대 그리스의 대중문화를 "신들림, 섹스, 히스테리, 귀신론"의 시각에서 설명하는 이야기, 초기 기독교 문화에서 수많은 버전의 신약 외경이 현대의 대중문화처럼 각광을 받았다는 이야기, 프랑수아 비용의 시를 들어서 도시 파리에서 일어난 귀족문화와 대중문화의 변화. 종교 개혁을 이끈 주인공은 루터가 아니라 당대의 대중이라는 이야기 등, 그외 역사속의 대중 문학과 미술 작품들을 통해 당대의 사회와 대중들의 삶을 보여주는 많은 이야기들, 하나같이 재미있고 풍부한 자료와 지식을 담고 있다. 역사와 문학과 그리고 아래에서부터 위로 영향을 준 대중문화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그리고 최근에 눈 버릴 만한 책을 읽고 눈높이를 다시 제자리에 두시고 싶은 분들이라면, 읽어보시면 후회 없을 책. 단 서양의 역사와 대중문화를 위주로 한다는 한계는 가지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강추.